![]() 김성인 화순사람들협동조합 추진위원장. |
엊그제, 풀과 약초에 관심이 많은 산중에 사는 지인을 찾아갔다가 오랜만에 나온 쑥버무래기를 맛볼 수 있었다. 요즘은 보기도 힘든 그것을 보고 한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며 말문이 막혀 한참을 그대로 있어야 했다. ‘옛적 먹던 생각이 나서 양지쪽 부드러운 놈들을 뜯어다가 버무래기를 만들어보았다’는 주인의 말에 어릴 적 어머니가 가끔 해주시던 쑥버무래기 생각이 나서였다.
쌀이 귀하던 때라서 이른바 ‘춘궁기’이던 요즘 같은 봄에는 뉘 집이라 할 것 없이 산에 들에 지천으로 나는 쑥이며 나물들을 뜯어다가 거의 한철 양식으로 삼곤 하였다. 그중에서도 쑥은 뜯어다가 된장 풀어 국도 끓이지만, 손질하여 한 줌의 쌀가루를 섞어서 찌면 쑥버무래기가 되어 밥 대신이 되기도 하고, 새참도 되고, 손 대접하는 음식도 되고, 때로는 입이 궁금한 아이들 간식도 되었다. 더러 쌀가루는 눈꼽(?) 만큼이고 보릿겨를 몽땅 섞어서 찌기도 하여 매우 먹음직스럽지 못한(?) 경우도 있었지만 사카린이 들어가 혹시 달짝지근한 맛이라도 나면 아이들에게 당연히 인기 만점이었던 아스라한 추억은 지금도 가슴 한편에 짠한, 하지만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이야 먹을 것도 흔하여 쑥버무래기 같은 음식은 축에도 못 끼겠지만, 오히려 배부른 세상에서 사람들 마음은 더 훈훈해지기는커녕 훨씬 각박해지고 다툼도 심해졌다. 밥 굶은 세상도 아닌데 마을이나 지역에서 작은 이해다툼 때문에 상식과 원칙이 밀려나는 것이 다반사고, 나라마저 무도하고 부패한 자들에 의해 헌법과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국정에 대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현실이다.
기한이발도심(飢寒而發道心)이라 했던가? 춥고 배고파야 도심도 우러난다는데 지금은 너무 배들이 불러서 오히려 나눌 줄 모르고, 사람 귀한 줄도 모르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일까? ‘80년 5월 광주’에서도 봉쇄와 고립이라는 극한상황에서 주먹밥을 나누며 광주시민들은 뭉쳤고, ‘해방 광주’를 이루어냈었다.
가진 것 배운 것 없는 사람들이고 비록 땅 파먹고 사는 사람들이었지만, 힘들고 팍팍한 세상을 하찮은 거라도 함께 나누며 헤쳐 나왔던 선대들의 지난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마을이나 지역도, 그리고 내란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도 그래야 바로 서고, 사람이 사는 세상이 되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성인
농민
화순사람들협동조합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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