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선명蟬鳴)

칼럼
매미소리(선명蟬鳴)
매미소리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 입력 : 2022. 08.25(목) 13:12
  • 화순저널
매미의 어원은 맴맴 우는 소리의 맴(의성어)에 이(접미사)가 붙어서 맴이 → 매미로 부르게 된 것에서 비롯됐다. 쓰르라미 또한 우는 소리 쓰르람에 이(접미사)가 합쳐서 쓰르라미(=쓰름매미)가 되었다고 한다.

한자로 매미소리는 선명(蟬鳴)이라 하여 옆에서 자꾸 귀찮게 떠드는 소리를 비유한 것이다. 한 여름철에 청량제 역할을 했던 매미가 요즘 와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이유는 그 시끄러운 울음소리 때문이다.

‘매미는 왜 시끄러울까?’ 매미는 평균 3~7년간의 긴 땅속 생활을 하다가 탈바꿈한 후 땅에 올라와 고작 한 달가량 살다가 수명을 다하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구애 작전을 펼치느라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구애 방법도 여러 가지일 텐데 왜 하필 목이 터져라 불러대는 것일까? 이제는 가로수의 밝은 불빛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니 밤잠을 설치는 원흉으로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하늘의 대표적인 소음 거리인 제트기 소리가 80dB인데 매미소리는 96dB이니까 가히 소음공해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무리 지어서 울어대면 듣다못해 짜증까지 나기 마련이다. 다만 너무 긴 땅속의 세월을 견디고 짧은 생애를 마감하는 가여운 생명체여서 눈감고 귀도 닫고 그냥 참아주는 것이다. 그 짧은 생애에도 종종 자동차의 앞 유리에 부딪혀 죽기까지 하니... 애처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영조 때 문신인 이정신(李廷藎)이 남긴 시조 15편 중에는 매미의 옛말인 매암과 쓰르람의 울음소리 속에 초야에서 묻혀 사는 자신의 즐거움을 시조로 남긴 것이 있다. <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람이 쓰다 우니 산나물을 맵다든가 박주(薄酒, 맛이 좋지 못한 술)를 쓰다든가 초야에 뭇쳐사니 맵고 쓴 줄 몰라라> 하였다.

동서양에 걸쳐서 매미에 관한 신화와 전설에 관한 것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천지창조와 관련된 안다만제도(인도양 뱅골만에 위치함)의 신화가 있다. <새도 물고기도 없던 시절 매미는 기후와 계절을 지배하는 신의 아들이었다. 그런데 인간들이 매미소리를 듣고 이런저런 시비의 말만 늘어놓자 대노한 신이 폭풍우를 일으켰고 인간들을 모두 새, 물고기, 들짐승, 거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도마뱀이 흙 속의 매미를 잡아 눌러 죽이자 세상은 어두워졌고 매미를 되살리기 위해 새와 벌레가 춤추고 노래하자 매미도 다시 울기 시작했으며 세상은 다시 밝아졌다. 그 이후로 낮과 밤이 생기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매미가 울면 바다신이 노하여 폭풍을 일으킨다고 한다.

또 고대 그리스를 잇는 헬레니즘의 신화에도 매미에 관한 것이 있다. <제우스신에게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가 아들 티토노스를 죽지 않는 불사(不死)의 몸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늙지 않는 불로(不老)의 부탁을 깜박 잊어버렸다. 그 결과 티토노스는 점점 늙어 갔고 에오스는 꿀을 먹여가면서 살아가도록 정성을 다했지만, 점점 쇠약해졌고 약해질 대로 약해진 아들은 계속 지껄이기만 하다가 마침내 매미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국내에서 서식하는 매미는 13종이 있고 종류에 따라 성충이 되는 시기도 3~7년으로 다르며 우는 시간도 다르다고 한다. 즉 쓰르라미(저녁매미)는 저녁과 새벽, 말매미는 아침, 유지매미와 털매미는 특히 저녁에 잘 운다고 한다. 이러한 차이는 일출과 일몰에 따른 밝기와 관련이 있고 땅의 온도가 17~18℃가 되면 매미는 땅에 올라 와서 탈바꿈(우화)을 하고 4~5일 뒤면 울기 시작한다.

2004년 미국 마운트죠셉대학의 진크리츠키 박사에 의하면 17년마다 주기적이고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미국의 주기매미(=마법매미)의 대발생은 불가사의한 사건이지만,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천적의 수명주기와 달리하여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하였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천적에게 모두 잡아먹혀 종족 보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가설을 내놨었다.

모든 지구상의 생물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에 급변하는 기후 변화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반면에 인간 편의와 안락 위주의 계획 속에 도심에 심어놓은 가로수와 도심의 숲속에는 시끄러움의 터줏대감격인 말매미가 무리 지어 큰 소리로 우는 탓에 우리의 귀가 시달리고 있는 데다가 외래종인 꽃매미와 매미나방, 대벌레까지 기승을 부려 농작물과 과수목에까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만약 시끄러운 매미 소리마저 사라진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하나의 개체가 없어지면 그 자리를 무엇으로 메꿔야 할까? 염려되는 것은 우리가 잘못을 알기 때문이고 또 연쇄적인 도미노 현상이 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프로방스(Provence) 휴양지에서는 아무리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도 주민들은 낮잠을 즐기며 그 지역의 행복을 상징하는 매미 마스코트까지 달고 다닌다는 사실을 우리도 한번 되새겨서 생각해 봐야 한다.
문장주 원장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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