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유 나무와숲마을학교 대표

▲ 건강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푸른 숲을 이루듯

‘나무와숲’이라는 학교명을 지은 이유는, 건강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푸른 숲을 이루듯, 우리 아이들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자라서 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히 제 몫을 다하길 바라는 뜻에서였습니다.

마을학교 이전에는 ‘나무와숲힐링스쿨’이라는 단체명으로 학교밖청소년 돌봄과 전남도교육청 지정 위탁대안교육기관을 운영했었습니다. 그때 만난 아이들 중 부모나, 친구, 학교, 사회에서 상처받아 빗나가게 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나무라기보다는 상처를 쓰다듬어 주고 위로했습니다. 상처가 아물면 다시 자생력을 갖게 돼 건강한 성인으로 커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 한 아이 한 아이가 모여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니까요.

▲ 가장 특별한 이중언어교실

정식 명칭의 ‘나무와숲마을학교’는 2018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4년째 운영하고 있는데요. 학생들은 35여 명, 교사들은 7명이 같이 하고 있습니다.

나무와숲마을학교의 모든 프로그램이 다 특별합니다만 특히 이중언어교실이 가장 특별합니다. 아이들이 2개 나라의 언어를 잘 구사해서 앞으로의 진로 선택과 직업 선택할 때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현재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일반가정의 아이들 중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일본어, 한국어와 중국어를 각각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눠 4개의 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한글과 기초영어 두 개의 언어를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연꽃등을 만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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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경꾼이 아닌 마술사

두 번째는 마술교실입니다. 아이들에게 직접 마술을 부릴 수 있도록 간단한 방법부터 가르치고 있습니다.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마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아이들에게 흥미와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마술을 통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친구나 가족들에 다가서고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세 번째는 어른들이 배우는 기초영어교실입니다. 어른들이 초등학교 1~2학년처럼 알파벳부터 파닉스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영어단어를 보고 읽을 수 있게 됐다거나 길을 걷다가 영어 간판을 보고 읽었다고 뿌듯해하시며 자랑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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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공감해 주는 ‘나무와숲마을학교’

나무와숲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무엇보다 선생님들께서 자신들의 수업을 통해서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하나자와 가요 선생님은, 엄마들 나라의 전통이나 문화 등을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서 좋답니다. 마을학교에 나오는 아이들 중 집에서는 형제들이 많아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못 하는데 마을학교에 오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충분히 말할 수 있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공감해 주니까 좋아한다고 합니다.

특히 매년 이중언어말하기대회에 나가서 그동안 공부했던 것을 발표하는 것도 무척 보람이 크다고 합니다. 올해는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 모두가 금상, 동상, 입상을 수상해서 보람도 더 컸다고 합니다.

이중언어말하기 대회에 참여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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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생부터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무와숲마을학교는 처음부터 마을주민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야학생들이 먼저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지역의 주민이자 학생인 분들과 봄소풍, 가을운동회 등 체험활동도 같이 하고 학예회 때는 각기 배우고 익혔던 것을 발표도 하고 장기자랑을 하는 작은 축제를 같이 해왔습니다.

그동안 큰 욕심 없이 운영해 왔기 때문에 특별하게 어려운 점이 없었습니다. 다만 지난 해부터 코로나19로 수업이 파행되면서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가 없어 대체 수업을 준비하느라 고생을 좀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족한 수업 횟수만큼 동영상을 반별로 촬영해서 비대면 수업으로 운영했는데요. 선생님들도 익숙하지 않은 동영상 수업을 준비하면서 힘들어하셨고 저도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동영상 강의가 인기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올해도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적응이 돼 작년보다는 낫습니다.

▲ 더 많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더 다양한 나라의 언어 배우길

간절히 바라는 것은, 좀 더 넓고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의 수업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조금씩 준비해 가고 있습니다. 교실이 작아서 아이들이 기차놀이 수업을 하는데 교실 밖에까지 나와서 소품을 설치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빨리 넓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텐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는,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 미얀마, 태국 등등 더 많은 나라의 언어를, 더 많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와서 배울 수 있는 이중언어교실, 나무와숲마을학교가 됐으면 바랍니다.

마을학교 안에서 기차놀이를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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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길

화순이라는 지역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해지려면 다문화가정,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결혼을 통해 이주해 온 여성들의 자녀들이 한국어 구사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언어로 소통하는 부분에서 양쪽 다 한국인 부모를 둔 아이들과는 달리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더 많이 기다려주고 이해해 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게 씩씩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모두가 더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 주고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할로윈을 맞아 호박 바구니를 만든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