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7(금) 10:04
 문병길 뽕모실 마을학교 대표 |
토마토 줄기마다 빨갛게 노랗게 잘 익은 탱글탱글한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노작수업을 나온 아이들은 제일 먼저 토마토 밭으로 달려가, 손수 가꿔 잘 익은 방울토마토를 따더니 그 자리에서 맛있게 먹는다.
방울토마토를 따 먹은 뒤, 어떤 아이는 물뿌리개를 이용해 배추밭에 물을 주고, 어떤 아이는 마을학교 돌봄 선생님과 함께 퇴비를 주고, 어떤 아이들은 텃밭 옆에서 있는 우드하우스로 오르는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신났다.
무등산이 품은 화순초등학교 이서분교의 아이들과 도시에서 농촌유학을 온 아이들을 함께 돌보며 산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뽕모실 마을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문병길 대표에게 듣고 옮긴다. <편집자 주>
▲ 마을공부방에서 마을학교로
뽕모실 마을학교가 정식으로 시작된 지는 2018년부터입니다. 2013년 두 명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마을공부방부터 시작했습니다. 3년째 되던 2015년에는 중학생, 초등학생 아이들이 함께 닭장을 만들어 닭을 키우는 노작수업을 하게 됐습니다. 암탉이 낳은 달걀을 모아 팔아서 용돈을 벌어보는 체험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 꼬마농부들, 이브의 텃밭, 꿈꾸는 애벌레 누에치기
지금은 노작수업의 내용이 더 풍성해졌습니다. ‘이브의 텃밭’에서는 각종 야채와 채소들을 길러서 밥상에까지 올라오고 있습니다. 꼬마농부 체험은 작두콩 농사를 지어 작두콩차로 생산하고 있으며, 뽕모실 마을학교 이름처럼 이 지역의 특산물인 누에치기도 노작수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뽕모실 마을학교 구성원은 학생 13명, 교사 5명입니다. 뽕모실마을학교 프로그램은 다양합니다. 토박이 학생들과 농촌유학을 온 도시 아이들이 학생이며 마을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마을 주민들입니다.
 배추밭에 물을 주고 있는 아이들(위)
선생님과 함께 퇴비를 주려고 준비하는 아이들(아래) |
▲ 월화수목금 열심히 배우고 노는 아이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우리의 전통음악인 사물놀이를 배우고, 수요일에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배우는 고전인문학을,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어린이 영어 공부를 하는데 영어 동화책을 듣고 읽는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돌봄교실을 30분 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일일 반장을 뽑아, 아이들끼리 무엇을 할 것인가 의논해서, 놀이를 하거나 마을 산책을 자유롭게 하고 있습니다.
노작수업은 화순초 이서분교의 정규 교과과정으로 매주 수요일 1, 2교시에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뽕모실마을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 공동체 정신을 일깨우는 마을학교 프로그램
마을학교 초기에는 힘든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농촌유학을 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참여가 자유롭다 보니 공동체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애로사항들이 발생했습니다. 올해는 부모 중심으로 교육을 선행했습니다. 농촌유학생들도 마을학교의 모든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해서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피부로 느꼈던 보람은, 소극적이었던 아이들의 태도가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흥미와 재미를 느껴서 집에를 안 가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 이서면 전체가 아이들의 온 배움터
코로나로 인해서 잠시 중단돼 있지만,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싱그러운 5월 연인느티나무 아래서 열리는 ‘느티나무 마을음악회’, 10월 이서커뮤니티센터 운동장에서 열리는 ‘전래놀이 가을운동회’, 12월 지역 독거노인들과 함께하는 송년파티 ‘떡국 한 그릇 송년회’ 등입니다.
 연인느티나무 아래서 자유롭게 놀거나 산책하고 있는 아이들 |
▲ 각기 다른 생명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는 산 교육
뽕모실 마을학교의 아이들은 자연을 통해서 생명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 놀이를 통해서 친구들과 사회성과 소통하는 법을, 농사를 통해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면역력과 자립심을 길러 줄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뽕모실 마을학교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산골의 작은 학교와 함께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농촌유학센터, 교육농장, 교육도서관, 마을축제 등 다양한 활동을 계속 지원해 나가고자 합니다.
 텃밭 옆 우드하우스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 아이들 |
홍주희, 김지유 hsjn200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