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 사평발효 마을학교 대표

사평발효마을학교에 도착하니 박나미 대표가 농장에서 일하다 말고 달려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구슬땀에 젖은 박나미 대표의 모습을 보니 참 정직한 농사꾼이자 여성 활동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평발효마을학교 내부로 들어가니 발효체험을 할 수 있는 여러 기구와 재료들, 그동안 진행한 마을학교 체험활동,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 등이 그 안을 가득채우고 있다.

박나미 대표의 마을 아이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 일에 대한 열정, 사평발효마을학교만의 특별한 프로그램, 이런 환경 속에서 날마다 성장하고 있는 사평발효마을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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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동발효마을’마을공동체에서 태어난 ‘사평발효마을학교’

10여년 전부터 발효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습니다. 차차 발효음식을 만드는 체험학습을 운영하는 등 활동영역을 넓혀갔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에 농촌진흥청 지정 농촌교육농장로 인증받게 됐고 발효삼매경 농촌교육농장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또 마을 주민들 10여 명이 주축이 돼 마을 활성화를 위한‘원동발효마을’이라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을 했습니다. 이 사업을 하다보니 마을학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습니다. 발효의 특성상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일회성 방문 체험프로그램으로 운영하다 보니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마을학교를 운영하면 이런 아쉬운 점들을 보완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마을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문화를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발효 분야와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다면 정말 의미 있는 일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의를 얻어 마을학교를 만들게 됐고 마을회의를 통해 ‘사평발효마을학교’로 학교명을 짓게 됐습니다.

2020년도에 마을학교로 선정된 후 현재까지 초등학생 15명, 중학생 10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분들, 학부모님들이 교사로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 온 동네 축제가 된 발효음식 만들기

사평발효마을학교에서는 사평초등학교, 사평중학교 아이들과 함께 전통주, 와인 등 다양한 발효음식을 만들어 보는 특별한 체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여러 가지 부각과 강정도 만들기도 하고, 가을에는 고구마, 땅콩, 생강 등 농산물 수확체험, 두부 만들기 체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발효음식 만들기 체험활동 대부분은 마을주민들과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부 만들기 체험활동은 마을주민들의 호응이 큽니다. 직접 콩을 갈고, 마을회관의 아궁이에서 장작불로 콩물을 끓여 두부를 만드는데, 온 마을 주민들이 맛있는 손두부 먹을 생각에 즐거워한답니다. 작년에는 아이들과 함께 막걸리 빚고, 발효된 막걸리로 보리 기정떡도 만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보리 막장 담그기, 김장김치 담그기도 마을 지역 어머님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을 어머님들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에 더 즐거워하시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십니다. 이런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마을주민들 간의 친밀감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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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효음식에 대한 흥미, 진로와 직업으로 이어지길

마을학교 운영 초기에는 고학년 아이들이 체험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체험프로그램이 재미있었는지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간혹 체험활동을 하는 중에 학교 교과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아이들은 신기한 듯본인이 배웠던 내용에 대해 말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발효음식에 대해 배우면서 관심을 갖게 된다면 진로나 직업을 선택할 때 영향을 줘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 엄마처럼 한없이 따뜻하게 때론 엄격하게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눈높이를 아이들에게 맞추게 됩니다.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소통을 하게 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아이들의 성향과 관심사도 점차 알게 됐습니다.

마을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중 부모나 보호자의 부재 또는 사정으로 인해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가정의 아이들일수록 마을학교에 나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에서 내 아이들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아이들과 만납니다. 따스한 가정에서 느끼는 것들을 마을학교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을학교에서 거리낌 없이 장난치며 편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고단함은 싹 사라지고 보람으로 마음이 꽉 찹니다. 때론 엄한 엄마의 마음으로 거친 언행을 바로잡아주기도 하고 몸에 좋은 음식들을 챙기기도 하면서 아이들의 관심사에 대해 응원하고 격려하는 등 가정에서 부모나 보호자들이 해야 하는 좋은 어른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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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하고 쾌적한 좋은 환경되도록 노력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과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지내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올해는 먼저 아이들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벽에다 농구 골대를 걸고, 건물 2층에다 실내운동용 매트와 탁구대를 마련했습니다.

시설 부분에서 아직 미흡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 내 자식, 내 손자처럼 응원해 주시길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마을학교에 대한 생각과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게 됐습니다.

마을주민들께서도 예전과는 달리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졌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마을 어르신들께서 내 자식, 내 손자처럼 애정을 가지고 늘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을주민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격려가 훗날 우리 아이들을 잘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미래의 주인이 될 우리 아이들이 우리 마을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발전시켜 나가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