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수 수필가.

남쪽과 북쪽 그리고 서쪽에 바위 세 개가 있다. 바위마다 특이하게 이름이 전해온다. 남쪽 입구의 연장 바위, 북쪽 산 위의 공사 바위, 그리고 서쪽은 칠성 바위다. 이 세 개의 바위에는 전설 또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운주사 입구의 연장바위.

절 입구에는 두 개의 바위를 포개서 하나가 된 어쩌면 커다란 대왕조개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 명의 석공들이 자기를 각기 닮은 천 개의 부처와 천 개의 노로 쓸 탑을 만들기 전에 닭이 울어서 그만 운주사 천불천탑을 완성하지 못하고 이곳에 연장을 묻고 두 바위로 포개버린 다음 하늘나라로 다시 올라갔다는 이른바 연장 바우이다. 훗날 일본사람들이 이 바위를 망치로 깨부수려고 했는데, 마른하늘에 벼락이 쳐서 그 사람은 즉사하고 이후 아무도 이 바위를 열려고 하지 못했다고 한다.

운주사의 공사바위.

두 번째는 북쪽 산봉우리에 있는 공사 바우다. 마치 산 위에 덜렁 커다란 구름처럼 바위 하나가 흘러가듯 있는데, 그 바위에는 운주사를 조망할 수 있는 맞춤한 곳에 한 사람이 앉기에 꼭 맞은 안락의자처럼 팬 곳이 있다. 운주사 천불천탑을 조성할 때 도선국사가 앉아서 공사를 지휘했다고 해서 불사 바위라고도 한다.

운주사의 칠성바위.

서쪽 와불 가는 길에는 커다란 원형의 바위들이 널려있다. 그런데 꼭 하늘의 별자리처럼 7개가 북두칠성 형태로 놓여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칠성바위라고 한다.

이 바위에 얽힌 전설들은 그럴싸하게 구전되고 또 구전되어 오면서 운주사의 전설을 기묘하게 합리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종교는 신념이 뿌리이다. 개종은 그만큼 어렵다. 충성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던 조선으로서는 불심이 가장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법화경 경전을 변형시키고 비트는 일이 그 첫 번째였다.

연장바위는 원래 연꽃이 감추어져 있다는 뜻의 연장(蓮藏)으로 연화장(蓮花藏)의 줄임말이다. 연화장은 극락세계, 극락정토의 다른 이름으로 결국 묘법연화경이 숨겨진 곳을 의미한다.

약왕아, 묘법연화경은 모든 부처님의 요긴하고 비밀한 법장이니, 함부로 사람에게 전하거나 설하지 말라. <법사품>

문수사리야, 묘법연화경은 모든 부처님 여래의 법장이니, 일체 경전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법으로 긴긴 밤에 수호하여 함부로 선설하지 않던 것을 비로소 오늘날 너희들에게 연설하여 주느니라. <안락행품>

두 번째 공사 바위의 공사는 공사(工事)가 아니라 공사(空舍) 또는 공사(空寺)라는 뜻이다. 곧 운주사는 묘법연화경을 설하는 하늘 공간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공사는 ‘공중의 운주사’를 말해주는 물증이기도 하다. 그 증거로 세 번째 바위 칠성 바위는 이곳 운주사가 곧 하늘 공간이라는 의미로 새긴 북두칠성을 의미한다.

종합하면 운주사는 묘법연화경 중에서 11품인 견보탑품에 나오는 석가모니불이 다보불과 등을 맞대고 앉아 하늘 공간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법회 장면을 지상에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다.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기호들 연장바우, 공사바우, 칠성바우를 와불 전설로 비틀어 놓음으로써 제1불경 법화경을 감추고 변질시키고 왜곡한 것이다.

박용수
수필가
전남일보 신춘문예 <아버지의 배코>로 등단
광주일보 수필의 향기 연재 중
광주동신여고 교사로 재직 중
화순문학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