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 향토문화유산 제74호로 지정된 옥천사 목조나한상.

옥천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삼화불교 사찰로, 화순군 도곡면 대곡리에 터를 두고 있다. 아담해서 암자처럼 보이는 이 사찰은 여러 신비로운 전설과 함께 조선 후기 불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목조나한상’ 등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옥천사 주지 정각스님은 “옥천사의 큰스님께서 30년 전 이곳에 절을 세우시기 전에는, 이양면의 도룡사에서 수행하셨다. 1970년 박정희 정권 때 전국의 사찰과 암자를 철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져 도룡사를 철거하게 됐다. 이후 절터를 찾아다니시던 중, 큰스님께서 어느 날 꿈을 꾸셨는데 지금의 옥천사가 위치한 계곡과 인근 마을의 당산나무 사이에 무지개가 걸쳐 있는 것을 보고 현 위치에 절을 세우고, 이름을 ‘옥천사’로 바꿨다.”고 했다.

옥천사 대웅전에 모셔진 목조나한상. 화순군 향토문화유산 제74호로 지정됐다.

옥천사의 대웅전에는 화순군 향토문화유산 제74호로 지정된 2점의 목조나한상이 모셔져 있다. 옥천사의 나한상은 1724년 조각승 조혜와 서행, 순민, 낭일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18세기 불교 조각의 양식적 전래와 확산을 증명하고 있어 유물적 가치가 뛰어나다. 300년이 넘는 지금까지 모셔 온 오래된 불상이다.

정각스님은 “큰 사찰이라면 모를까, 작은 규모의 절에서 이렇게 오래된 나한상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래서 경상도 등 전국각지의 불자들이 이 목조나한상을 보고자 화순을 찾았었다. 몇 년 전 다행히 불교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화순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됐지만, 그 가치에 비해 자세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쉽다. 전라남도 문화재로 승격돼 보존이 잘되도록 관리됐으면 좋겠고 목조나한상의 유래와 가치가 알려져 더욱 빛을 발했으면 한다.”고 했다.

봉황의 알이라는 전설과 함께 봉룡알 바위로 불리는 거대한 바위.

한편 옥천사와 맞닿아있는 비봉산(飛鳳山)은 봉황이 날아오른 산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 비봉산 꼭대기에서 굴러떨어진 거대한 바위는 ‘봉황의 알’이라는 전설과 함께 ‘봉룡알 바위’로 불리고 있다.

봉룡알 바위의 둘레, 높이 등을 측정하는 모습.

봉룡알 바위의 크기는 둘레만 무려 약 12m, 높이는 7~8m에 달한다. 정각스님이 발견하기 전에는 흙 속에 파묻혀 윗부분만 일부 드러나 있었다. 몇 해 전 홍수로 옥천사가 물에 잠기게 돼 수로 정비사업을 하면서 흙을 걷어내 보니 알 모양의 매우 큰 바위였음을 알게 됐다.

오래된 지층에 구상암이 박힌 독특한 지층도 확인할 수 있다.

봉룡알 바위가 걸쳐 있는 비탈의 절벽에는 오래된 지층도 확인할 수 있다. 지질학적으로 중생대 백악기 시기의 지층에 둥근 형태의 구상암이 박혀 있는 절벽으로, 무등산의 화산이 폭발할 때 흘러 내린 용암이 굳어져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층 내부에 구형의 암석이 박힌 보기 드문 독특한 지층을 이루고 있다.

나병 환자도 낫게 한다는 샘물을 모아 만든 연못.

옥천사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주는 연못에도 특별한 이야기가 함께 전해진다.

정각스님은 “도곡은 예로부터 샘이 솟는 지역으로 유명했는데, 옥천사에도 샘물을 받아 만든 연못이 있다. 도곡의 샘물은 아픈 곳을 치유하는 온천으로 이름나 주민들의 피부병은 물론 나병 환자까지도 낫게 했다는 설이 있다.”고 했다.

아담한 사찰 구석구석을 가득 채운 전설과 오래도록 보존된 문화유산을 돌아본 뒤, 정각스님은 “사람들이 한번쯤 옥천사에 들러 ‘이렇게 커다란 돌이 있구나’, ‘이렇게 특이한 지층이 있구나’, ‘이렇게 오래된 부처님이 계시구나’ 하며 경외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옥천사에 모셔진 7개의 불상.

옥천사 주지 정각스님과 목조나한상.

옥천사 외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