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재판장 김민정)이 지난 19일 화순 군경 민간인 희생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22년 ‘전남 화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1950년 10월부터 이듬해 6월 사이 군인과 경찰의 총격으로 희생된 민간인은 47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순에 거주했던 희생자 A씨는 1950년 11월 마을 뒷산에서 땔감을 지고 오다 근처에 주둔하던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한국전쟁 당시 전남 화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 면 별 상황. (진실화해위원회 조사보고서 수록)

소송 과정에서 국가는 국가배상법과 국가재정법 등을 근거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했다. 유족들이 1950년 A씨가 숨졌을 당시 가해자를 알고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현 시점에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서의 소멸시효는 달리 판단해야 함을 들어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2022년 6월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된 소송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로 국가는 희생자 A씨에게 8천만 원, A씨의 배우자에게 4천만 원, 자녀에게는 8백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사망함에 따라 유족 8명은 1인당 최소 1천4백여만 원에서 2천만 원을 지급 받게 된다.

재판부는 “망인과 유족들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 사건 뒤에도 계속됐을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