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伏)날의 단상

칼럼
복(伏)날의 단상
자유스러운 생활, 꿈 같은 삶이 행복
  • 입력 : 2022. 07.25(월) 13:58
  • 화순저널

복(伏)날이 되면 개들은 오금을 지리곤 했다. 그러다가 삼복이 지나면 다시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된다.

영국 인류학자인 골톤(Golton)은 개가 사람과 함께 살면서 가축화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1만 년에서 1만 2천 년 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람이 가축 중 개와 친숙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가축은, 온순해야 한다는 첫 번째 조건에 합당하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농번기가 되면 사람들은 농사하느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지만, 개들은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쭈욱 늘어져 자기에 오죽하면 ‘오뉴월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까지 나왔다.

옛 그리스 철학자인 디오게네스는 큰 항아리 집 속에서 마치 개와 같은 생활을 하며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견유학파(犬儒學派)를 이끈 대표적 학자로 견유학파란 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개 선비’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개처럼 산다는 말로 개의 상팔자 생활처럼 가난하지만 항아리 집에서 남을 의식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만족하는 행복한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더대왕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유럽에서부터 페르시아에 걸친 방대한 영토를 정복한 알렉산더대왕이 인도 정벌을 가는 길에 디오게네스를 만나러 항아리집을 찾아갔다.

“나는 천하를 정복한 알렉산더대왕이다. 당신의 소원이 있으면 뭐든지 말해보아라”라고 물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조금만 비켜주실 수 있겠소? 당신 때문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군요”라고 대답했다.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행복한 시간을 알렉산더대왕이 햇빛을 가리며 방해하니 춥고 귀찮았을 것이다.

도시를 떠나 산과 섬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TV프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생활하는 모습 자체가 행복해 보인다. ‘오늘은 뭐할까?'를 고민할 필요도 없고 쉴 때는 평상 위에 누워 개처럼 쭈욱~ 뻗으면 되고 자다가 눈뜨면 따뜻한 해가 비치고 배고프면 텃밭에서 뜯어온 음식으로 배부르게 먹으면 된다. 운동 삼아 산을 한 바퀴 돌다가 집에 돌아오면 또 잠을 자고 하루 일과가 해를 동무 삼아서 보내는 시간이 전부다.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생활이 디오게네스와 같은 행복일 수도 있다.

한평생을 인(仁)의 사상으로 살았던 공자도 40대 후반에 들어서서야 주역 공부를 했다. 하루는 자신의 점괘를 쳐보니 나그네 신세를 뜻하는 화산여(火山旅)라는 점괘가 나왔다. 아무리 세상 이치를 통달했던 공자도 인생 후반에 가서는 나그네 신세를 뛰어넘어 14년간 상갓집 개 (상가지구 喪家之拘) 신세가 되었고 개와 같은 생활을 했다.

죽을 고비를 4번이나 넘겼고 매일 끼니와 잠자리 걱정을 해야 했으며 열흘을 굶은 적도 있었다. 역사서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도 궁형을 당하는 등 파란 많은 생을 살며 역사기록을 남겼고 손자병법을 쓴 손자도 다리를 끊기고 나서 후대에 남는 병법서를 썼다.
역사 속에서 개(犬)와 버금가는 삶을 산 인물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행복하게 사는 게 어떤 것 인가를 느끼게 된다. 명예와 돈을 좇아서 산다는 게 과연 자유이고 행복한 삶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을 쓴 카잔카키스(Kazankzakis)도 벌거숭이나 다름없는 거친 삶 속에서도 거룩하게 되기(성화.聖化=메토이소노)를 원했던 작가였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로 나는 자유다’라는 묘비를 남기기도 했다.

자유스러운 생활, 꿈 같은 삶이 행복일 수 있다. 앞으로는 개의 복(伏)날도 행복한 복(福)날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문장주 원장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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