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은 산이 많고 강도 깨끗하다. 맑은 바람, 향그러운 냄새와 더불어 넉넉한 인심을 나누며 살아왔다. 그런데 돈이 앞서는 세상이 되고 정부의 오랜 정책에 따라 농민들은 쌀, 보리, 콩 등 먹고 사는 농사가 아닌 돈이 되는 농업을 찾게 되었다. 그러면서 먼저 생각하는 것이 축산이다.

축산에서 살 길이 보이기에 빚을 내서라도 축사를 짓는다. 축산은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뚜렷이 나뉜다. 축산인은 삶의 밑천을 가꾸지만 주변 사람들은 냄새에 시달린다. 가축의 종류나 축사의 크기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주민들은 원치 않는 냄새를 맡게 되고 대책은 거의 없다.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가?

한편으로는 외진 곳에 퇴비공장, 축산가공공장, 폐기물시설, 쓰레기매립장 등 냄새나는 혐오시설도 들어선다. 민원이 적은 곳이나 골짜기를 골라 짓는다. 냄새는 그칠 새가 없고, 흐린 날은 더욱 코를 쥐게 한다. 허가만 내주고 팽개치는 행정은 이제 멈춰야 한다. ‘가난하지만 맑은 공기 마시는 행복감’이라도 누리며 살 수 있어야 한다. 행정과 지역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마을공동체가 찢기지 않고 웃으며 살 수 있다.

먼저 국가와 시·군의 종합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역의 특성에 맞게 토지이용계획을 세우고 다수의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특히 집단화를 깊이 연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냄새가 심할수록(돼지, 닭 등) 집단화를 강하게 해야 한다. 아무 곳이나 마구 허가를 하면 안 된다.

둘째로, 시설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 다른 지자체의 모범이나 다른 나라(독일 등)를 보면 냄새가 거의 나지 않게 한다. 허가를 할 때 냄새가 문제 안 되게 시설하게 해야 한다.

셋째, 주민의 동의를 강화해야 한다. 처음부터 주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이장이나 유지 몇 사람에 좌우되지 않고 주민들의 뜻이 오롯이 반영되게 해야 한다. 외지인이면 목소리라도 높이지만 원주민축산인에게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말이 없을 지라도 불만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모든 경우에 알맞게 일처리가 되어야 한다.

넷째, 동물복지축산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축들도 귀한 생명이다. 동물복지축산에 대한 지원을 높이면 국민들 건강도 이롭다.

다섯째, 냄새를 알맞게 감독하고 조율해야 한다. 시설유지관리를 정기점검하고, 유용 미생물(EM), 일라이트, 그밖에 좋은 방법들을 알리고 개발하여 권해야 한다. 민원이 많거나 자주 문제가 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잘 하는 곳은 지원하고 상을 주고, 문제 있는 운영자는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위와 같은 대책이 효과가 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더 중요하게는 국민소득 35,000불(3인 가구당 약 1억4,000만원)시대, 농민들이 축산을 차지 않더라도 먹고살 정책을 내고, 이끌어주어야 한다.

한 동네에 살면서 얼굴 붉히며 외면하고 갈등하는 바탕에 ‘냄새문제’가 있다. 냄새를 향기로운 바람으로 바꾸며 조화롭게 사는 길을 모두가 찾아가자. 민주주의는 모두가 웃으며 서로를 어루만지는 세상이다.

김동성
청풍면 농사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