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 전경.

화순의 다음 10년을 결정짓는 핵심은 산업단지 유치와 함께 R&D, 임상, 생산, 사업화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 ‘바이오 코어 플랫폼’을 갖춘 도시로의 전환이다. 이 플랫폼의 중심에는 이미 전국적 위상을 확보한 화순전남대병원, 특히 암전문병원이 지닌 임상·연구 역량이 자리한다. 암병원은 다기관 임상, 포괄적 암치료, 면역·세포 기반 치료 등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지니며, 방대한 임상데이터와 전문의 네트워크는 사실상 국가급 바이오 실험실로 기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신약, 세포치료제, 면역항암제의 초기 임상 검증을 가장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현장성’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화순의 가장 큰 자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량이 기업·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화순의 바이오단지는 결국 ‘기능 일부만 갖춘 단지’에 머물 위험이 있다. 따라서 화순이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일은 암병원의 임상·연구 기능을 기업의 연구개발과 유기적으로 연동시키는 임상 중심 앵커허브의 구축이다. 조기임상(1~2a) 센터, 면역·세포치료제 배양·제조·공정개발 공간, 유전체·병리·실험동물·AI 분석동, 제약·바이오 기업의 R&D 오피스, 그리고 규제대응·GMP 검증·품질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하나의 캠퍼스로 결합하는 순간, 화순은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완결형 바이오 생태계를 가진 도시가 된다.

이 구조가 작동하는 순간 화순은 전국 지방 중 매우 드물게 임상 기반 신약·세포치료의 원도시(原都市)라는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기업들은 단순히 제조를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임상·공정개발·데이터 분석·환자 연동 연구까지 한 곳에서 해결하기 위해 화순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 구조는 수도권에서도 쉽게 구현할 수 없는 화순 특유의 전략적 우위이며, 특히 암병원이 지닌 임상 전문성은 그 자체가 강력한 국가급 앵커링 능력이다.

따라서 차기 지자체는 단순한 시설 유치나 행정 조성에 머물지 말고, 의료–산업–데이터–인증을 하나의 유기적 체계로 통합하는 ‘바이오 코어 플랫폼’ 구축에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화순을 국내 소수의 규모형 바이오·의료 융합 도시로 끌어올릴 전략적 해법이다. 이 플랫폼이 본격 가동되는 순간 기업 이동, 고급 인재 유입, 가족 단위 정주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며, 이는 실제로 인구 1만 명 추가 유입을 가능한 목표치로 바꾸는 동력이 된다.

화순의 전략은 확산이 아니라 집중이다. 하나의 강력한 코어허브가 만들어내는 응집력은 향후 10~20년 동안 화순 경제의 방향을 규정하는 결정적 중심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축이 바로, 화순을 ‘바이오 코어도시’로 완성시키는 가장 확실한 미래 설계도이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