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산에 오르기도, 집 주변의 도로를 따라 그저 걷기도 따분하다. 묵묵히 느리게 걷는지라 참 지루하다. 건강에 썩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도 없다. 하늘은 거의 매일 미세먼지로 희뿌옇기에 집 밖의 신체활동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겠다는 의심마저 든다.

그런데도 지난해 후반기에 파크골프(Park Golf)를 시작했다. 찾아보니, 파크골프는 공원에서 즐기는 놀이로서 골프와 비슷하다. 일반 골프와 달리 장비가 단출하여 채 하나와 플라스틱 공 하나면 충분하고,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파크골프장에 가서 조금 기다리면 곧장 채와 공이 내 손에서 놀기 시작하고, 홀 코스의 길이가 대체로 짧아서 많은 시간이 들어가지 않아 좋다. 더구나 파크골프장 이용료는 부담스럽지 않다. 따로 배우지 않은 채 바로 파크골프장에 가도 아무렇지 않다. 비록 창공은 아니어도 한두 시간 몸을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걷기는 파크골프장이 안성맞춤이다.

파크골프는 초등생 시절 재밌던 자치기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 자치기, 참으로 오랜만에 말해본다. 고향 마을(도암면 도장리)은 곳에 따라 대밑애, 독무지기, 두대미, 아내미, 우대미 등으로 불렸다. 아내미에 자리 잡은 삼밭은 제법 넓어서 겨울철에 동네 또래 친구들이랑 자치기 놀이를 하기에 딱 좋았다.

국어사전에서 설명하길, 자치기는 정하여진 순서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짤막한 나무 막대를 긴 나무 막대로 쳐서 날아간 거리를 재어 승부를 정하는 아이들 놀이의 하나다.

자치기와 파크골프의 도구는 서로 일대일로 대응한다. 60㎝ 안팎의 긴 나무막대와 파크골프 채, 13㎝ 안팎의 짧은나무막대와 플라스틱 공. 규칙도 다 같이 단순하다. 자치기는 정해진 구역 안에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짧은 나무막대를 멀리 날리면 좋고, 파크골프는 정해진 구역 안에서 정해진 타수보다 더 적은 타수로 홀에 플라스틱 공을 넣으면 된다.

능주파크골프장에서 대여섯 번 놀았다. 그 가까이 영벽정과 연주산이 보이는 덕에 경관이 좋다. 또 가끔 지나가는 경전선 무궁화호 열차와 그 바퀴 소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채우는 배경처럼 다가온다. 말하자면, 능주파크골프장의 전경(前景)은 파크골프를 즐기는 나이 지긋한 남녀들이요, 그 배경은 영벽정, 연주산, 무궁화호 열차 등등이다.

AI(인공지능)를 이용하여 ‘화순파크골프장’을 검색하니, 그 골프장은 전국 최대 규모인 87홀(정규홀 81홀과 연습홀 6홀)이고 그 크기는 축구장 약 23개에 맞먹는다고 한다. 10여 일전에 가본 그곳은 그래 보였다. 그 위치는 화순군 청풍면 풍암리 93-9번지 일원이다. 문전옥답이었던 그 일대는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화순홍수조절지’(면적: 1,350,253제곱미터·약 40만 8천 452평·약 2천 42마지기)로 변경됐다가(국토교통부 고시 제2014 - 000호) 이제는 전국 최대의 ‘화순파크골프장’으로써 그 쓰임새를 찾았다.

능주파크골프장이나 화순파크골프장이나 모두 지석천 유역인지라, 이와 같은 땅의 기능 변경이 ‘산과 물을 다 살리는’(治山治水·치산치수) 조치였다고 할지 여부는 더 시간이 흘러야 선명해지리라.

2025년 4월 16일
대한민국 107년 4월 16일

형광석
사단법인 상생과동행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