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 제조과정을 점검하고 있는 임호경 화순파프리카쌀국수 대표

이름만 들어도 화순에 사는 사람들은 다 알 수 있는 존재, 임호경 대표(농업회사법인 화순파프리카쌀국수)가 경영하고 있는 동면 천운리 ‘황금뜰 파프리카 쌀국수’ 공장을 탐방했다.

공장 사무실에 들어서자 화순읍에 있는 S아파트 경로당 관계자가 쌀국수를 구입하려고 와 있었다. 몇 박스 구입해 돌아가는 관계자에게, 이번에 완성한 100% 파프리카 쌀국수니까 맛보라고 하면서 임호경 대표가 손수 1박스를 덤으로 더 얹어 보낸다.

▲ 고급화로 차별화

우리 같은 쌀국수 사업의 후발주자는 기술과 원가에서 기존 업체들 못 따라간다. 또 이미 판매망을 구축해버렸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틈새를 파고들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제품을 고급화하기로.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들이 선호하는 우리쌀과 우리밀 100%로 국수를 만들면 고급화와 차별화가 동시에 이뤄진다.

다른 업체들은 제조단가가 높고, 건조와 제면 작업이 어려워 다 포기했다. 특히 완제품이 나오기까지의 투자비 감당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래서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한다. 우리 회사는 이것을 기회로 삼았다.

국내산 쌀과 국내산 밀가루에 신안죽염을 넣어 국수의 면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죽염쌀 국수로는 멸치맛, 김치맛을, 파프리카 쌀국수는 표고맛과 해물맛으로 만들었다. 모든 스프는 원재료를 건조 후 가루와 칩을 만들어 맛을 냈다. 인공조미료를 최소로 줄였다.

쌀국수 면발 뽑는 작업을 하고 있는 임호경 대표와 직원들

▲ 100% 쌀국수 도전, 1년만에 성공

올해는 밀가루를 전혀 넣지 않고 100%로 쌀만 주재료로 하는 쌀국수를 개발해 성공했다. 곧 완제품으로 생산·판매될 예정이다.

밀가루는 찰기가 있지만 쌀은 물기가 많고 찐득찐득하기 때문에 면발을 뽑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밀도 수입밀보다 국수 면발 뽑기가 어렵다. 수입밀은 넓은 면적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니까 품질이 균일하다. 그런데 우리밀은 소량으로 재배한 것들이라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 가격도 3.5배 비싸다. 국내산 밀가루는 글루텐 함량이 적어 응집력이 떨어져 계속 실패했다. 건조도 어려웠다. 성공하기까지 아주 힘든 싸움을 했다. 이것들을 보완하기 위해 시설도 바꾸고 많은 변화를 주었다.

게다가 화순 도곡면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를 건조 후 가루로 만들어 반죽에 넣어 만든 쌀국수는 더 어려웠다. 쌀반죽에 야채까지 들어가니까 건조되는 속도가 느려서 실패를 많이 한 것이다. 하루에 1톤 차로 두 대씩, 생산된 1만 5천 개를 다 버려야 했던 적이 여러 번이다. 모든 조건을 개선하고 맞추면서 점차 버리는 양을 줄였고 결국 세 번째의 실패를 딛고 네 번째만에 성공했다.

내 마음에 드는 국수를 만들어 내는데 딱 1년이 걸렸다. 신제품 하나 개발해서 생산하려면 현찰로 5천만 원이다. 그 신제품이 완제품으로 판매되려면 박스도 새롭게 포장단위별로 제작해야 된다. 각종 스프도 새로 라벨작업해야지. 5천만 원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투자는 계속되지, 제품은 불량 나오지,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다가 무너졌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계속해서 제품을 특화를 해 나갈 것이다. 특허를 내고 제품 질을 높이고.

▲ 2018년 본격적으로 쌀국수 생산에 뛰어들다

2014년도 우리쌀 소비촉진 공모사업이 있었다. 2006년도부터 쌀 도정공장을 하면서 쌀을 어떻게 소비하면 좋을까 생각했었다. 쌀을 이용한 국수를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공모사업이 뜨니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쌀국수에 대해 모르니까 여기저기 공장을 찾아다녔다. 대부분 폐쇄적이고 규모도 가내수공업 정도여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쌀국수 업체와 기술제휴를 하게 됐다. 공장을 건축하는 것부터 기계설비까지 자문을 받았다. 국수를 만드는 것까지 지도해 주기로 했는데 2018년까지 공장 준공이 안 되고 지지부진한 상태라 이 또한 쉽지 않았다.

투자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보니 자금이 떨어지면 중단, 또 지원이 되면 조금 진척되다가 또 멈추고 하면서 공장 준공이 안 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2018년도 하반기에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공장 준공을 마무리 하고 약 1년에 거쳐 국수를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끝냈다.

쌀국수를 생산해 내고 있는 공장 내부

▲ 문전성시를 이룬 국수 판매 부스

작년 10월 국화축제 때, 화순 남산에 부스 한 곳을 군으로부터 할애받아 우리 공장에서 생산한 국수를 처음으로 판매하게 됐다. 아직 완성품이라 할 수도 없었던 국수였는데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시식하는 줄이 10미터씩 문전성시를 이뤘다. 날씨가 쌀쌀해지니까 그 자리에서 물만 부어 먹을 수 있는 데다 맛도 제법 있으니까 인기가 많았다.

군 통계로 약 60만 명이 다녀갔다는데 그중 3만 명 정도가 시식을 했고 1만여 명이 구매했다. 쌀국수에 대해 우리 군민들과 전국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홍보가 많이 됐다.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이 다음 날 또 와서 사 가기도 하고 외지에서 오셨던 분들은 이후 택배로 주문해 왔는데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용하는 분들이 많다.

▲ “와 진짜 맛있네!” 농협 하나로유통 직원들의 품평

정식으로 공장이 가동되고 쌀국수가 생산된 지 2개월만에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 작년 연말과 올 연초에는 농협중앙회에 납품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서 상당히 많은 양을 광주, 전남, 서울 각 단위 하나로마트에 판매했다. 그 당시 농협중앙회 하나로유통 직원들은 썩 내키지 않은 걸음으로 우리 공장을 내사했다. 2백여 가지를 해썹보다 두 배 정도 정밀하게 심사한 결과, 매우 높은 점수로 통과했다. 무엇보다 우리 쌀국수를 맛보고는 ‘와, 진짜 맛있네!’라고 품평을 했다.

▲ 곧바로 찾아온 위기, 최악의 여름

올 2월에 농협중앙회 하나로유통과 계통계약을 하고 4월에 A회사와 그 회사의 인터넷쇼핑몰과 계약을 하고 나니까 비수기가 닥쳤다. 코로나19가 확산된 데다 여름이 되니까 아무래도 뜨거운 물을 부어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보니 소비가 잘되지 않았다.

금년 여름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수입은 하나도 없는데 제품 개발에 투자만 되니까. 그러나 결국 내가 꼭 만들어 내고자 했던 밀가루를 전혀 쓰지 않은 100% 쌀국수를 개발하여 성공했으니 회사로서는 성장·발전한 것이다.

▲ 마케팅,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지금부터 연말, 내년까지 그동안 준비된 신제품들을 가지고 열심히 틈새 공략을 할 것이다. 고품질이지만 가격은 비싸지 않게, 안전한 식품으로 소비자들에게 홍보해 나가고 있다.

영업을 평생 안 해 봐서 힘든 분야이긴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종업원들 월급도 주고 공과금도 내고 회사가 돌아가지 않겠는가? 그래도 그동안 살아오면서 사람들하고 쌓아온 신뢰가 있어서 수월한 부분도 있다.

지금까지는 거의 다 직판이다. 다행히 올 9월부터 나주, 담양, 장성의 노인복지관에서 많이 구입해 줬다. 연말에는 더 많은 지역에서도 구입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기름에 튀기지 않아 소화가 잘 되니까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품목이다. 어르신들의 자녀들이 명절 때 몇 개씩 먹어보고는 직접 주문을 해 온다.

▲ 틈새시장 뚫을 100% 파프리카 쌀국수

내년에는 100% 쌀국수를 A유통회사에 납품하려고 한다. 그 회사의 특색상품으로 홍보할 수 있는 제품이 바로 우리쌀 100% 파프리카 쌀국수가 될 것이다.

우리쌀 100% 파프리카 쌀국수는 내가 꼭 이루어 내고 싶었던 것이라 마음속으로 자랑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먹어보라고 막 선물한다. 며칠 전에는 우리 아이들한테도 택배로 보내줬다. 아버지가 만든 것이니까 먹어보라고.

파프리카쌀국수가 화순의 최고 자랑거리가 될 때까지 전념하겠다는 임호경 대표

▲ 화순 파프리카 쌀국수, 화순의 최고 자랑거리로 만들겠다

아무 근심·걱정이 없다. 열심히 이렇게 도전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려는 것이 아니다. 국수의 질을 내가 원하는 만큼 끌어올려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래서 화순에서 그동안 받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써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

‘화순 파프리카 쌀국수’가 맛있고 안전하고 가격도 싸서 화순의 최고 자랑거리가 될 때까지 전념해 나가겠다.

농업회사법인 화순파프리카쌀국수(주)
주문전화 : 061-374-6500 / 010-3636-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