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捲土重來란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낙심하지 않고 다시 힘을 길러 재기의 새 출발을 한다는 말로 건곤일척乾坤一擲이니, 사면초가四面楚歌니, 팔년풍진八年風塵 등의 갖가지 문자를 남기고 간 항우項羽에 관한 이야기다.

項羽는 스물네 살 때 팔천 명의 정졸을 이끌고 일어나 서른한 살 때까지 팔 년간 그야말로 승승장구乘勝長驅하였으나 한 번 넘어지자 일패도지一敗塗地(乘勝長驅하다가 하루아침에 꺼꾸러져 여지없이 망함)가 되고 말았다.

한신이 이끈 수십만 대군의 매복을 뚫고 혼자 무사히 탈출하여 고향으로 가려고 배를 탔다. 그러나 막상 적의 포위를 벗어나 고향땅에 발을 들여놓자 살 생각도, 다시 일어날 용기도 팍 꺾이고 말았다.

이때 오강烏江을 지키던 초소장이 捲土重來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項羽는 끝내 자살을 하고 말았다. 項羽가 죽은 지 천 년 후 두목杜牧은 다음 시를 지었다.

승패병가불가기勝敗兵家不可期
포착인치시남아包着忍恥是男兒
강동자제재준다江東子弟才俊多
권토중래미부지 捲土重來未不知

지고 이기는 일은 병가로도 알 수 없는 일
분함을 안고 욕됨을 견디는 것이 사나이
강동의 자제들에 인재가 많으니
나라를 들어 다시 오는 날 아직도 알 수 없구나

성길모 전 교육장

여기에 捲土重來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숱한 박해와 패배를 딛고 대통령에 당선된 일이 해당되겠다.

그러나 요즘은 비록 일부이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모술수權謀術數를 일삼는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사업가, 법조인, 언론인의 5대 권력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이럴 때는 있는 힘을 힘껏 구사하고 실패와 동시에 죽어버린 項羽가 위대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