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禮記의 곡례曲禮에는 유교儒敎에서 가르치고 있는 사람과 사람과의 영구 불변한 관계 즉, 군신君臣, 부자父子, 부부夫婦, 형제兄弟, 벗의 관계를 절대시하고 있다. 또한「남녀는 중매가 없는 한 이성異性의 이름을 알아서는 안 되며 사주단자四柱單子를 정하기 전에는 사귀거나 정을 들여서도 안 된다.」고 나와 있다.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는 먼 옛날의 이야기일 뿐이겠지만 당시에는 예의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제로서 오늘날의 법률과 도덕에 해당된다. 고대사회에서는 두 가지가 아직 미분화 상태였으므로 둘 다 예의로서 의식이 되어 있었다. 특히나 「아버지의 원수는 하늘을 이고 살 수가 없다. 따라서 같은 세상에 살려둘 수가 없으니 반드시 죽여야 한다. 형제와 친구의 원수 역시 죽여야 한다.」는 대목은 무시무시하지만 이 역시 儒敎의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예의에 해당되겠다.

여기에서 나온 「不俱戴天之怨讐」라는 말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놈’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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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을 미워하기만 해도 자기 자신이 괴로운데, 원수라고 해서 반드시 죽이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지금은 대단히 억울한 일을 당해도 상대방에게 똑같은 복수를 할 수 없다. 법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차지 않아도 법에 호소하고 법의 처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떠 돌만큼 법을 못 믿는 풍조에서 억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만 늘어가니 참으로 안타깝다.

성길모 전 화순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