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철 전남도교육청 청렴시민감사관·전직 고등학교 교사

요즘 유력 대선주자들이 여야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앞다투어 ‘정시 확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시’의 대부분이 ‘수학능력시험 100% 전형’이기 때문에 이는 곧 ‘수능 강화’로 여겨집니다. 작금의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불공정이 심각하여 국민들의 의식구조가 ‘경쟁’을 용인하는 대신 ‘공정’을 강하게 요구하기 때문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다수 대선 후보 진영의 교육정책 설계자들의 ‘교육평가’와 ‘입시제도’에 대한 ‘이해도’와 ‘종합적 판단력’이 많이 부족하지 않나 여겨집니다.

현재 대학입시에 있어서 주요 척도는 ‘학생부 교과’ ‘수능’, ‘대학별고사(논술, 적성고사, 심층면접, 실기)’, ‘학생부 종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중 ‘교과 내신’은 근본적으로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만 ‘학교 간 차이’로 인해 그것만 가지고는 대입 ‘변별력’을 확보하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점수 부풀리기’ 편법을 차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신을 100% 상대평가로 할 경우, 학생들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비인간적 상황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반면 ‘수능’은 평가의 ‘공정성’과 ‘변별력’은 높이지만 ‘교육과정의 정상 운영’을 방해합니다. 학생들을 ‘시험의 노예’가 되게 하고 학원과 ‘사교육의 질곡’에 빠뜨립니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렇지만 내신의 부족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정해주는 기능을 발휘합니다.

한편, 일부 진보적인 대선주자와 교육정책 연구자들은 ‘수능’을 ‘폐지’하자거나, ‘자격고사화’ 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 역시 근시안적인 단견으로 여겨집니다. 수능을 무력화시키게 되면, 대학들은 ‘고교 간의 학력 격차’ 때문에 ‘변별력 확보’를 위해 다른 수단, 예컨대 ‘본고사의 부활이’나 ‘논술고사의 확대’, ‘고교등급제 합법화’ 등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객관식 일변도의 ‘교과 내신’과 ‘수능’ 위주 입시제도 때문에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이나 ‘창의력’, ‘표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1980년대 후반에 ‘본고사 대용’으로 ‘대학별 논술고사’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출제상의 애로’와 ‘평가상의 객관성·공정성 결여’나 ‘사교육 조장 우려’와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등장하면서 쇠퇴했다가 최근 들어 ‘학종’이 무력화되면서 다시 부각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교육과정 운영이 ‘교과 위주’로 진행되면서 ‘특기·취미·진로 활동’ 등과 같은 ‘비교과 활동’이 형식화되고 ‘인성교육’이 황폐화 된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에 이어서 ‘학종’이 도입되었습니다. ‘학종’은 2019년 이른바 ‘조국사태’ 이후 그 신뢰성과 공정성에 큰 의문이 제기되어 한때 50% 이상까지 상승했던 비율이 최근 들어 23%~29%까지 급격히 쇠퇴하고 있습니다.

대학입시 제도와 관련한 교육 주체들의 요구는 무엇일까요? 학생·학부모들은 ‘입시 준비의 부담’이 크므로 ‘대입제도를 단순화’시키고, ‘입시 준비의 부담’과 ‘공정성’ 때문에 ‘학종’은 폐지해달라는 여론이 높은 것 같습니다. 교사들은 ‘교육과정 파행 ’부작용 때문에 ‘수시 폐지’와 ‘학생부전형 확대’를 주장하는 여론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 ‘학생부 교과’와 ‘수능’, ‘대학별고사(논술고사, 서술고사, 실기고사)’의 조합이 될 것입니다. ‘학생부’와 ‘수능’은 둘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따라서 두 평가 요소의 상호의존성은 가히 절대적입니다.

진보적인 교육전문가들은 수능의 ‘절대평가화’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교학점제’에 적합한 내신 평가척도도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더욱더 두 평가 요소의 결합이 중요해집니다. 단지 1980년대에 겪었던 것처럼 두 척도 간의 비율 논란이 최대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런 모델을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전형 방법은 학생부교과와 수능, 대학별고사(논술, 서술, 실기 등) 3개 중 2개의 조합으로 하되, 전형유형은 A형=학생부(95%) +수능(5%), B형=학생부(80~95%)+대학별고사(논술, 서술, 실기)(5~20%), C형=수능(95%) +학생부(5%)으로 하고, 수능은 국·영.·수 과목 중심, 논술·서술고사는 탐구 과목 중심으로 하자는 겁니다. 선발 비율은 ‘4-2-4 분할법’(A형40~50%, B형 10~20%, C형 40%)이 어떨까 합니다. 구체적인 비율은 주어진 범위 내에서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조정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차기 정부에서는 다양한 ‘사회적·경제적·교육적 요구’를 적절히 포괄하는 ‘최적의 대입 안’을 모색할 뿐만 아니라 ‘대학서열 완화’와 같은 근본 대책을 강구하여 온 국민들을 ‘입시의 고통’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게 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박 세 철
전라남도교육청 청렴시민감사관·전직 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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