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前漢의 무제武帝는 즉위와 동시에 천하의 어질고 현명한 인사를 구했는데 먼저 시인으로 이름 높은 아흔 살의 원고생轅固生을 불러들였다. 轅固生은 감격하여 ‘절대로 젊은 녀석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올라갔다.

그런데 곧기만 하고 고집불통인 늙은이가 나타나자 잘난 척 나대던 사이비 학자들은 황제에게 ‘저런 늙은이는 쓸모가 없습니다. 시골구석에 그대로 눌러앉아 증손자나 데리고 놀게 하는 편이 어울립니다.’라고 헐뜯었다.

武帝는 이들의 중상을 물리치고 轅固生을 등용했다. 이때 함께 등용된 소장학자 공손홍公孫弘은 ‘이 송장이 되다가 만 늙은이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하며 轅固生을 무시했다.

그러나 轅固生은 조금도 언짢게 여기는 기색 없이 公孫弘에게 말했다. 「지금 학문의 길은 어지러워지고 俗說이 유행하고 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역사 있는 학문의 전통은 제 모습을 잃게 될 것이다. 다행히 자네는 나이가 젊고 학문을 좋아하는 선비라 하니 아무쪼록 올바른 학문을 잘 익히어 세상에 널리 퍼뜨려 주게. 결코 자기가 믿는 학설을 굽히고(曲學) 세상의 속물들에게 아부하지(阿世) 않도록……」

이것이 曲學阿世란 말의 기원인데, 轅固生을 만만히 보았던 公孫弘도 절개를 굽히지 않는 轅固生의 훌륭한 인격과 풍부한 학식에 경의를 표하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겼다.
학자인 모든 대학교수들이 원고생처럼 또렷한 학설을 정립하고 어디에도 굴하지 않는 교육을 한다면 우리 대학은 명실상부한 상아탑이 될 터인데 대충의 실력으로 학생들마저 대충인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안타까울 뿐.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은 학문과 사고로 젊은이들에게 지지 않도록 애쓸 일이다.

성길모 전 화순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