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태 시민논객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로 형사 입건된 사람은 10여 명에 달한다.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을 비롯 감리, 협력업체소장 등 하도급관계자들이다. 수사당 국도 빗발치는 여론에 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실종됐다. 그 중 1명은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 나머지 5명 중 일부의 혈흔과 옷가지가 발견되면서 신원 확인에 나서고 있을 뿐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6월 9일 발생한 광주 학동 참사로 철거 건물이 무너져 지나가던 버스를 덮치면서 17명의 사상자가 난지 7개월 만에 같은 회사에서 똑같은 붕괴사고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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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불과 7개월 동안 한국 아니 광주는 고속 성장이라는 밝은 면과 붕괴 사고와 같은 어두운 면, 다시 말해 '명암'이 엇갈린 셈이다.

앞서 94년 10월 21일 한강 성수대교 상부 트러스트가 무너지면서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사의 부실공사와 부실감리가 문제로 지적됐다. 이 사건을 기폭제로 한국사회의 부정부패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어 95년 6월에는 서울특별시 서초동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50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었으며, 937명이 부상을 입은 대형사고였다. 부실 공사와 불법 구조 변경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동안 이런 대형 참사 외에도 크고 작은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그런 사고의 공통점으로 건설사의 부실 시공, 감리 회사의 부실 감리, 관청의 부실한 감독이라는 '부실 3종세트'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부실공사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국민들은 '힘없는 건설 노동자들만 죽어가야 하냐며 건설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과 건축주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이 이유 없는 죽음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돈벌이에 급급해 빨리하고 대충하는 부실 공사로 인한 붕괴 사고가 일어나거나 설사 징후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에도 책임자들이 안전 불감증에 빠져있다 보니 무고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건설노동자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는 구조가 된다는 점이 안타깝다. 기업 경영자들은 희생된 이들이 어느 누구의 소중한 아들이며, 남편이며 평생을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한 가정의 가장임을 뼛속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해 학동 참사에 이어 이번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는 일반적인 분노를 넘어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할 말을 잃게 한다. 이로 인해 광주라는 도시 브랜드 가치의 하락은 물론 세계가 바라보는 대한민국 건설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타격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법은 처벌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사업주나 경영주, 중간 관리자를 비롯한 노동자들 모두 ‘안전의무’를 준수하여 기업이윤이나 공기 단축보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깊이 심어주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굳이 안전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한국 사회가 몸서리치게 체험하면서 겪은 산업재해 중 특히 건설재해는 수많은 건설노동자의 피와 땀, 그리고 엄청난 희생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 사회전반 곳곳에 생활 속 안전이 이제 핵심 가치로 다가왔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건축물과 구조물 등을 배척하는 것을 하나의 소비자 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게 좋을 성 싶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역시 중대재해에 대한 예방조치를 다하지 않으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안전이 담보 되지 않은 건축물 등을 구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회사는 당연히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거나 퇴출 돼야 마땅할 것이다.

주주의 입장에서도 당연히 안전 브랜드 가치가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설정되어야 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므로 경영진에게 안전 경영을 주문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어설픈 대처는 용납되지 않는다.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더이상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