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교육청 청렴시민감사관

요즘 대선주자들이 여야,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앞다투어 ‘정시 및 수능 확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들과 참모들의 ‘교육평가’와 ‘입시제도’ 설계에 필요한 교육정책 이해도와 종합적 사고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교육은 목표나 내용(교육과정) 같은 본질보다는 평가와 입시 같은 형식이 주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입니다.

더구나 작금의 경제, 사회 풍토는 경쟁을 용인하는 대신 공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가와 입시에 있어서 양대 척도는 ‘내신성적’과 ‘수능고사성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신’은 근본적으로 교육과정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만 ‘절대평가’보다는 ‘상대평가’가 적합성이 높습니다.
내신을 절대평가로 하게 되면 학교 간 차이로 인해 그것만 가지고는 평가에 활용하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점수 부풀리기 편법을 차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그것을 차단하기 위한 행정적,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게 듭니다.
교사들도 징계나 사법처리를 당할 위험이 높아집니다.
또한 내신을 100% 상대평가로 할 경우, 동료 학생들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인간관계 파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반면 ‘수능’은 절대평가 성격이 강해 평가의 공정성은 높이지만 교육과정의 정상 운영을 방해합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시험의 노예가 되게 하고 학원과 사교육의 질곡에 빠뜨리지요.
그렇지만 내신의 부족한 객관성을 보정해 주는 기능을 발휘합니다.
요즘과 같이 학벌 경쟁이 치열해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중시되는 상황에서는 매력적인 평가요소이며 여론의 지지를 많이 받지요.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 해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 ‘교과내신’과 ‘수능시험’과의 조합이 될 겁니다.
둘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기 때문이죠.
‘학생부종합전형(비교과 포함 내신성적)’이 등장하기 전에는 두 척도 간의 비율이 최대 관심사가 되었지요

객관식 평가와 일제고사 입시에 치중하게 될 때 우리 교육의 최대 결함은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이나 창의력, 표현력 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때 ‘대학별 논술고사’가 등장했었는데, 그마저도 평가의 객관성 부족이나 사교육 폐단으로 거의 소멸되었지요.
대신 학교 내신 시험 때 서술형, 논술형 문제 출제 확대(40%이상 출제 등)로 보완하고 있지만 실행상의 어려움 때문에 여의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객관식 평가와 일제고사 입시에 치중하게 될 때 우리 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은 ‘교육과정 운영’이 교과 위주로 진행되면서 ‘특기·취미·진로 활동’ 등 비교과 활동이 형식화되고 인성교육이 황폐화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되었죠.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국 사태 때 드러난 바와 같이 ‘학종’은 객관성과 공정성 부족으로 평가척도로서 심각한 불신을 받고 추락했습니다.

또한 학종의 몰락과 함께 교육과정 파행 부작용 때문에 수시 폐지 여론이 비등한 상황입니다.
더불어 복잡한 전형방법을 단순화시켜 달라는 요구도 강합니다. 과거 한때 화두가 되었던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재현시켜서도 안 되겠지요.
그래서 대선주자들이 공정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여야, 진보, 보수 막론하고 앞다투어 ‘정시 및 수능 확대’를 주장하는 거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수시는 폐지하는 게 좋겠습니다.
전형방법은 교과내신과 수능, 대학별·학과별고사( 논술, 심층면접, 실기 등)3개 중 2개의 조합으로 하고, 전형비율은 내신중심형 50%, 수능중심형 50%로 하면 어떨까요?

가령 내신 90% + 수능 10%, 수능90% + 대학별·학과별고사 10%, 내신 90% + 대학별·학과별고사 10%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거죠. 비율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조정하게 하면 되겠죠.

대학입시제도는 아무리 깊이 파고들어도 정답이 없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가치와 목표들이 얽히고설켜 있어서 이해충돌이 심각하기 때문이죠.

난마처럼 얽혀있는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치유한답시고 명의를 자처하며 ‘입시제도’를 가지고 제아무리 잔머리를 굴려서 손질해봐야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제 ‘근본적인 사고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경쟁방식’이 아니라 ‘경쟁 강도(대학 서열)’를 완화시켜야 합니다. 일제와 미국식 교육제도의 그늘에서 벗어나 창조적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제가 1996년도부터 주장해 왔던 '대학평준화'(추후 수준별 평준화로 수정)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잘 아시다시피 ‘사회민주주주의 전통’이 살아있는 유럽에서는 진즉 보편화 된 제도입니다. 프랑스의 ‘파리1대학’부터 ‘파리13대학’ 얘기는 많이 들어 보셨겠죠.
프랑스가 68혁명 이후 입시교육의 폐단을 막고 ‘대학서열’을 없애기 위해서 1971년에 대학을 ‘평준화’시킨 결과죠.

물론 그들과 우리는 ‘사회경제체제’(교육토대)가 많이 다르긴 하죠. 체제의 한계를 수용하면서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서 활로를 열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예컨대, ‘거점 국립대’나 ‘공영형 사립대’만이라도 ‘네트워크 체제’를 만들어 '무상화 및 공동입학전형·학위제'를 도입하게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논의에 참여하셔서 ‘집단사고’를 통해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더 좋은 대안을 만들어 가시면 어떨까요?

박세철
현 전라남도교육청 청렴시민감사관
현 전라남도교육청 교육규제심의위원
현 화순교육지원청 교육참여위원
현 화순자치미래연대(준) 준비위원장
현 기본소득국민운동화순본부(준) 준비위원장
현 지방분권전남연대 공동대표

< 경 력 >
2018 더불어민주당 화순군 1지구 도의원 예비후보
2012-2013 화순교육복지희망연대 공동대표
2015-2017 전남외국어고등학교 윤리교사(명예퇴직)
1987-2014 영광군남중, 영광불갑중, 완도수고, 고금종고, 나주여상, 전남과학고, 화순고, 장흥실고, 장흥고등학교 근무
2003 전교조 전남지부 사무처장
2002 전교조 전남지부 부지부장
2000-2001 전교조 전남지부 정책위원
1995, 1996, 1999 전교조 완도지회장
1992 전교조 영광지회장
1983-1987 서강전문대학, 광주보건전문대학(1985.9-1987.8), 여수수산전문대학 시간강사(교육학)

< 학 력 >
1970 화순초등학교 졸
1973 화순중학교 졸
1976 광주고등학교 졸
1980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졸
1982 육군 중위 소집 해제(학군 18기)
1985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학과(석사) 교육심리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