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춘양 샘실농장 가꾸미 김재붕 전문 농업경영인

'노익장'이라는 말은 바로 화순 춘양에서 '샘실농장을 가꾸고 있는 김재붕 농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농부가 열심히 농작물을 가꾸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별로 특별한 것 없는 일인데 김재붕 농부에게 이 '노익장'이라는 수식어가 적합한 것은, 그의 나이 칠십인데 1,600여 명의 블로거를 거느린 파워블로그 운영자인데다 젊은 층과 중장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 페이스북에서 이들 못지 않게 매우 왕성하게 활동하며 삶을 나누고 많은 이들과 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런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글과 사진들을 보면 얼마나 알뜰하고 진실되게 삶을 가꾸어 가는지 엿볼 수 있다. 그가 한 인간으로서 겪는 인생의 환희와 굴곡 등등을 접하다 보면 이분 참 멋진 농부이자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화순저널 인터뷰석에 꼭 초대하고 싶었다.

긴 장마와 집중호우가 막 지나간 다음 날, 드디어 어렵게 그런 자리가 마련돼 본 기자는 열 일을 제치고 샘실농장으로 달려갔다.

뜨거운 태양의 기운을 받은 샘실농장의 고추, 샤인머스켓, 작두콩 등 농작물들이 점점 살이 차오르며 여물어 가고 있었다. 오뚜기와 똑순이 부부는 이것들을 가꾸다가 잠시 더위를 피해 마당 한 쪽 나무 아래 평상에서 쉬고 있었나 보다. 농장으로 들어서는 본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이 老부부는 허물없는 모습으로 알콩달콩 살아온 자신들의 이야기, 농사 이야기, 자식 이야기, 젊은 날의 어느 한 대목 추억 등에 대해 자분자분 필자에게 들려주었다.

▲ 덤과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마케팅

어떤 농작물이든 농사를 애써 지어 놓으면 장사꾼들은 와서, 그 농산물을 싼 값에 사 간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는 비싸게 팔더라. 어떤 농산물은 2만원에 사 가 5만원에 파는 것을 봤다. 그래서 유통마진을 없애려고 인터넷 판매와 직거래를 시작했다.

주로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 직거래를 하는데 농사짓는 과정을 시기마다 사진 찍고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블로그를 통해 누가 어떻게 농사를 짓고 있는지 농작물이 어떻게 커 가고 있는지 언제든지 볼 수가 있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신뢰를 갖고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을 들여하는 샘실농장 마케팅 방법 중의 하나이다.

고추를 판매할 시기가 되면 블로그에 그 내용을 띄워준다. 그럼 하루 평균 방문자가 1,600여 명이 훌쩍 넘어설 때도 있다. 시세를 치면 우리 샘실농장의 것이 상품평 순위 1~2위로 뜬다. 고추를 팔게 되면 그 구매자가 샘실농장 블로그에 ‘그 고추 참 좋더라’고 후기를 올려준다. 또 복숭아도 구매해 먹어보고는 ‘샘실농장 복숭아가 참 싱싱하고 맛있더라’고 후기를 올려주는데 그 홍보 효과가 엄청 커서 다른 소비자들이 이것을 보고 믿고 주문하게 된다. 이러한 인터넷에서의 소통은 시골의 농사꾼과 도시의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올해는 찰옥수수를 단 한 개도 팔지 않았다. 또 지금까지 작두콩(차)도 한 번도 팔지 않았다. 농산물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박스에 고춧가루 등 판매할 품목을 넣는데 빈 공간이 생긴다. 이때 그때그때 생산되는 농산물로 오이며 풋고추, 작두콩차, 옥수수 등을 덤으로 얹어 그 빈 공간을 꽉 채워 보낸다.

덤으로 얹어 주는 것들을 가격으로 치자면 1만 원 상당 나간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우리가 농사지은 것을 고객들과 나눈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덤을 넣어주고 있다. 택배비도 무조건 무료이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무척무척 좋아한다. 온라인 상의 매매라 직접 대면하지는 못해도 이런 마음 씀들이 우리 부부와 소비자 간에 서로 마음 통하게 하는 것 같다.

오뚜기와 똑순이의 알콩달콩 삶의 터전

구매 후기가 인터넷에 올라오면 댓글을 꼭 세 줄 이상 성의껏 달고 있다. 샘실농장의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인터넷 판매의 좋은 점은 선불에다 반품이 없다. 소비자들이 항상 고맙다고 하고 좋은 것 잘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물어보지도 않고 꼭 사 주더라.

▲ 샘실농장 고추 이야기

샘실농장은 고추밭은 서너 곳에 있다. 집단으로 넓은 면적에 모아 키우다 보면 병충해에 약해 탄저병 같은 것이 오면 고추밭 전체에 번져서 다 버리고 만다. 시행착오 후 몇 군데 나눠서 기르고 있다. 그러면 한 곳에 병이 왔더라도 다른 곳은 괜찮으니까 고추를 일정량만큼은 수확할 수 있다.

올해는 너무 긴 장마에 수확량이 떨어진데다가 새들이 빨갛게 익은 고추의 씨를 빼먹느라고 쪼아대 그곳에 빗물이 들어가 썩어버리는 바람에 수확량이 더 줄고 있다.

지난 주말 연휴에는 큰아들 내외와 손자·소녀까지 와서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추 따는 일을 거들어 줬다. 영감·할멈이 자식들 덕분에 호강을 좀 했다.

수확한 고추는 컨테이너 박스에 이틀 정도 놔두고 숙성을 시킨다. 숙성이 되면 깨끗하게 세척을 해서 채반에 담아 물기를 뺀다. 그런 후 건조기에 넣어 말리는데 50℃이나 55℃에서 20시간 건조시켜 약 60~ 70% 정도 건조되면 빼내어 건조장 하우스에서 4~5일 정도 말린다. 그러면 비타민 C가 파괴되지 않은 반 태양초 건 고추가 탄생한다. 고추는 비타민 C가 생명이다. 고온으로 장시간 동안 건조하면 절대 안 된다.

샘실농장 고추 이야기

소비자들에게 팁(tip)을 주자면, 고추를 살 때 ‘고온이 아닌 저온에서 말린 것으로 주세요’하면 좋은 고추를 살 수 있다. 이러한 상식을 잘 알고 있는 소비자는 생산자가 감히 속여먹지 못한다.

▲ 샘실농장의 대표 브랜드 샤인머스켓

올해부터 드디어 곧 샤인머스켓을 수확한다. 샤인머스켓을 수확하기까지 딱 3년을 투자했다. 처음에는 샤인머스켓을 재배하고 싶어 다른 시나 군에서 하는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얼굴에 철판 깔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배우고 했다. 그러면서 홀대나 면박을 당하는 서러움을 겪기도 했다.

나주시와 다른 지자체는 샤인머스켓 재배를 위한 생산비를 50% 보조해 주기도 하고 농민대학까지 있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그런데 화순군은 블루베리, 그 다음 품목으로 백향과를 권장하다 보니 샤인머스켓은 밀렸다. 현재도 박스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자연속愛' 브랜드를 못 쓰게 한다. 샤인머스켓을 쌓는 봉지도 농협에서 안 판다. 그래서 공장에 찾아가 형편을 말하고 직접 구입해 왔다. 자재 수급이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그나마 올해 처음으로 샤인머스켓 교육이 실시됐는데 김동익 전 농업기술센터 소장 때 도암면 틈새작목으로 포도를 선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요즘은 하루이틀 간격으로 타 시와 군에서 우리 샘실농장으로 견학을 온다. 화순농업기술센터 최은순 농촌지원과장과 박효진 역량개발팀장이 우리 샘실농장에서 귀농인 샤인머스켓 현장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우리 샘실농장으로 견학 와서 교육받으면 좋은 것이 있다. 그동안 도전과 실험, 실패와 성공을 생생하게 눈으로 확인하고 들을 수 있어서이다. 특히 수없는 나의 실패담을 숨기지 않고 그들에게 말해 주는데 오히려 교육받는 이들은 그것이 더 마음에 더 많이 와 닿는다고 한다.

샘실농장의 샤인머스켓은 삽목이 아닌 접목으로 기른 것이다. 삽목은 여러 가지로 재배하는 과정에서 수월한 점이 많고 수확시기도 빨라 농가들에서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빨리 수확하고 송이도 많이 열려서 좋은 것 같지만 알이 작고 너무 단단하고 딱딱해져 식감을 떨어뜨린다. 접목에 비해 연작피해도 많은 편이다.

접목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키우기도 엄청 어렵다. 그러나 병충해도 강할 뿐만 아니라 뿌리가 깊게 뻗고 줄기가 굵어 열매가 실하고 크다. 30~40년 이상 장기적 소득을 낼 작정이라면 접목해야 한다.

또한 샤인머스켓의 승부는, 당도가 높아야 하고 알이 굵고 연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씹을 때의 식감이 아삭아삭 아주 좋다. 지금도 당도가 18~20브릭스로 높다. 수확시기에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샘실농장 샤인머스켓 이야기

샘실농장에서 수확하여 판매할 샤인머스켓은 친환경 유기농사를 지향하며 기르고 있는데 가격을 착하게 매기려고 한다. 보통 로컬푸드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 멋과 풍류를 즐기는 농부 김재붕

젊은 날엔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돈도 많이 만져봤다. 술과 담배도 엄청 즐겼다. 그런데 8년 전쯤 회사에서 우연히 받았던 건강검진 때 2기로 진행된 위암을 발견하게 됐다. 수술 후 완치됐고 지금은 술과 담배를 끊고 오직 땅과 같이 호흡하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본래는 막내(셋째) 아들의 귀농을 돕기 위해 이곳 춘양에 지금의 농장터 3,000평을 마련했다. 그런데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아들이 포기하자 아내와 둘이 이곳으로 들어와 집을 건축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해 지금까지 농장을 일구어 왔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틈틈이 취미생활을 한다. 기회가 주어지면 수석도 수집하고 목근공예도 했다. 가끔은 농사가 팍팍하게 느껴지고 지칠 때면 기타를 꺼내 튕기기도 하고 거실에 들여놓은 노래방 기계를 틀어 실컷 노래를 부르면서 피로를 푼다.

멋과 풍류를 즐기는 샘실농장 주인장의 거실

그의 아내는 가끔은 그에게 핀잔을 주기도 한다. 영감이 맨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그러나 그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일구며 만들어가는 세상을 조금은 눈치재고 있기에 그 잔소리마저 조심스럽단다.

샘실농장은 사시사철 생명들이 꿈틀거린다. 봄에 피는 복사꽃부터 여름의 복숭아, 고추, 작두콩, 찰옥수수, 오이, 호박, 가지, 가을의 샤인머스켓, 밤콩... 그리고 흑염소까지 보살피고 거두어야 할 생명들이 많다.

샘실농장 가꾸미 오뚜기와 똑순이는 오늘도 알콩달콩 그들이 가꾸는 친환경 농사로 맺은 건강한 열매들과 함께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오뚜기 김재붕, 똑순이 박점덕 샘실농장 가꾸미

김재붕(70세)
화순능주고등학교 졸업
능주고 서무과 근무
1987년, 우수농업인 해외연수(일본) 농수산부 장관상 수상
전, 농업인 후계자 화순군 연합회장(초대)
현재, 화순 춘양 샘실농장 가꾸미

샘실농장 오뚜기 김재붕과 똑순이 박점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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