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피해로 고통당한다는 내용의 유서와 같은 메시지(제보자 제공)

광주 모 대학교 공과대학 모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 A씨가 지난 13일 같은 학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사망 직전 교수 및 박사의 과도한 업무 지시와 갑질 등으로 인해 힘들다는 내용의 메모를 자신의 카톡에 남겼다.

A씨는 해당 연구실의 유일한 대학원생 연구원으로, 연구 외에도 행정과 회계처리, 잡다한 행사까지 모두 도맡은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일인 13일은 일요일이었으나 A씨는 연구실에 출근해 회계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유서 형식의 SNS 메모에 연구실 책임자인 교수 B씨와 동료 연구원이자 학술 연구교수 신분인 C씨를 지목하며 무리하고 과다한 업무 지시와 갑질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했다.

A씨는 메모를 통해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다. 서로의 이권과 업무만을 위해 중간에서 나를 계속 잡아당기기만 하는 교수(B씨)와 박사(C씨).... 힘든 점이 있어도 에둘러 표현할 뿐 정확히 거절해본 적이 없다. 다그치는 작금의 행태에 질려버렸다...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또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을 떠넘기는 상황에 희생당하고 싶지 않다. 남은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고 깨달음을 얻고 가스라이팅과 희생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취직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행복하지가 않다. 당연하다는 듯 일을 계속 해야 한다는, 계속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발언과 행동이 내가 깔끔하게 떠날 수 있게 밀어준다... 너네가 사람 한 명 죽이는 거다. 꼭 명심해라”고 남겼다.

A씨의 가족은 “제 아이는 지금까지 업무가 많았지만 슬기롭게 잘 버텨냈다. 그런데 최근 입사 준비를 하면서도 연구실에서 교수와 박사의 업무까지 병행했다. 자기 일도 아닌데도 을의 위치에 놓인 약자라 거부할 수 없어 그 일들을 떠맡아 한 것이다. 제 아이에게는 이미 비극적 상황이 벌어졌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의 후배 학생들에게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책임자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묻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광주 모 대학교 측은 교수 B씨와 박사 C씨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