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평(안국현) 영농조합법인 수평커뮤니티 대표 수평류 내 '바우정원'을 안내하고 있다.

십수 년 이상 이웃으로 지켜본 안수평(본명 안국현) 대표는 늘 청바지에 점퍼를 걸치고 워커를 신은 털털한 모습이었다. 수만리에 위치한 안수평 대표 소유의 큰 산을 지프 루비콘으로 누비고 다니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몇 번을 궁금해했으나 말을 아끼는 것인지 말수가 본래 적어서인지 빙긋 미소만 지어 보일 뿐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안수평 대표에게 커피나 한 잔 마시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모처럼 바람도 쐴 겸 가까운 지인들 몇 분과 동행하여 그가 운영하고 있는,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카페 ‘수만리 커피’로 갔다.

안수평 대표가 직접 내려준 커피를 앞에 두고 카페 밖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런데 안수평 대표가 그동안 일궈왔던 숲속을 같이 둘러보자고 했다. 너무 넓어서 둘러보는데도 차로 한두 시간은 걸린다고 했지만 기대와 설렘으로 냉큼 밖으로 나와 주인의 단단한 체구와 의지를 닮은 지프 루비콘에 올라탔다. 드디어 ‘바우정원’의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했다.<편집자주>

안수표 대표의 발이 돼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지프 '루비콘'

▲ 발상의 전환이 ‘바위’를 주인공으로

보다시피 이곳은 바위투성이 산이다. 무등산을 상징하는 입석대, 서석대, 규봉암 등이 주상절리로 이루어져 있듯 이곳도 기암괴석이 많아 무등산 ‘바우정원’이라 붙였다. ‘바우(vow)’가 또 영어식으로 해석하자면 ‘맹세’, ‘서약’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후자의 의미도 약간 함의돼 있다.

보통 산에 바위가 많으면 임업인들에게는 악산(惡山)에 해당된다. 그런데 나는 바위의 특성을 살리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을 했다. 그래서 태어난 정원들이 바위정원, 물의 정원, 이끼정원 등이다.

자연의 특장점을 살려서 만든 설치예술공간 '이끼공원', '물의 정원'

▲ 자연과 사람이 공존·상생하는 공간

숲속 곳곳에는 다채로운 산책로와 탐방로, 공연장, 야영장 등을 조성하면서도 숲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지키고 싶었다.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존과 상생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약 5만여 평 정도를 정원으로 조성했는데 볼거리가 있는 곳과 쉼터가 꼭 필요한 자리를 중점적으로 최소한의 평수만 손댔다. 나머지 공간은 자연환경과 생태를 그대로 놔뒀다.

훼손되지 않은 숲이라는 자연의 품에서 도시민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공연도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안수평 대표가 일궈 놓은 정원, 공연장, 아영장 표지들

▲ 한국전쟁 당시 주민들의 피난처 ‘동굴’ 발견

이곳에 6·25전쟁 때 마을 사람들이 숨어 살았던 동굴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60여 년을 흙과 수풀로 덮여있어서인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수색 20여 년만에 발견했다. 입구가 흙으로 막혀 있었다. 조심스럽게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복구 작업을 했다. 이곳을 고스란히 어린 학생들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생생한 산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마을 주민들이 피난처로 사용했던 '동굴'

▲ 17년간의 결실, 전남도 제11호 민간정원이 되다

산림자원을 활용한 임업 6차산업을 목표로 17년 이곳을 일구어 왔다. 건축, 정원, 공연, 병영문화 등을 녹여낸 산림연계형 복합문화공간이 거의 완성돼 가고 있다. 지난해 2월에 전라남도 제11호 민간정원 ‘바우정원’으로 선정되는 결실을 맺게 됐다.

‘바우정원’은 산림관광, 휴양, 치유, 교육, 숲캉스, 다채로운 공연 등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 즐길거리 들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숲속의 문화공간이다.

▲ 제2의 삶에 도전

아주 어렸을 적부터 시골이 좋고 산이 좋았다. 그래서 일찍 35년 전에 이곳 수만리를 찾게 됐다. 산림의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이것을 실현하기에 이곳이 바로 최적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산림휴양에 건축문화, 정원문화, 공연문화 등 다양한 문화와 연계한 산림자원을 개발하고 실현하고자 17년여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이전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 숲은 충분한 치유로 보상을 해줬다

예전과 다른 삶을 선택하고 외길을 걷듯 17년여간을 살면서 힘이 들 때가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숲에서 호흡하며 사업 부진으로 걸렸던 우울증이 다 치유됐다.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도 내가 선택한 이 삶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돌을 한 덩이 한 덩이 굴려서 돌길을 만들고 돌탑을 쌓아 올리고, 물길을 내고 물의 정원을 만들면 성취감으로 어려웠던 점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

숲은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원천이다. 일할 때도 즐겁고 일을 마치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도 크다. 하고자 했던 문화와 숲을 접목하는 작업을 마음껏 펼쳐가며 새로운 작품들을 하나하나 완성할 때마다 느끼는 보람이 굉장하다.

방문객들에게 '바우정원' 이곳저곳을 안내하고 있는 안수평 대표

▲ 연간 20~30만여 명 방문 기대

그동안 ‘수만리커피’와 ‘바우정원’에서 운영했던 각종 공연, 숲 체험, 임업인 현장학습, 파티웨딩 플래너 양성과정, 버스킹 등에 다녀간 방문객은 연간 평균 대략 10만여 명이었다.

계속해서 추가조성 중인 숲속의 야영장, 야외 공연장, 숲 체험장, 탐방 산책로 등이 완성돼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연간 20~30만 명은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숲을 사랑하고 수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영농조합법인 수평커뮤니티의 대표를 내가 맡고 있다. 지금까지 ‘바우정원’을 만들기까지 숲을 사랑하고 수만리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숲과 문화, 예술을 접목한 복합문화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설치미술가, 목공예가, 문화재 석공, 금속공예가 등이 작업을 함께해 왔다.

또한 가수, 시인 등 음악과 문학 관련한 예술가들도 함께했다. 수만리 숲속과 어울리는 노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달빛동맹으로 대구와 광주의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이곳에 방문해 카페와 숲 공연장에서 몇 번의 공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오랫동안, 남녀노소 누구나 많은 이들이 ‘바우정원’을 찾아와 자연 속에서 휴양하고 다양한 체험을 하기 좋은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즐겁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수평류’에 무등산, 안양산의 맥이 흐르다

본명 안국현보다는 결혼 후 장모님이 지어준 안수평이라는 이름을 30년 동안 써 왔다. 바우정원으로 등록되면서 본명이 다시 쓰이게 됐다.

어느 날 절친인 신양호 작가가 와서 이곳을 ‘한류’같이, 이름 ‘수평’ 뒤에 ‘류’를 붙여서 토탈 브랜드명인 ‘수평류’로 나가자고 했다. 수만리 커피, 수만리 야영장, 수만리 바우정원 등 전부를 수평류 속에 집어넣자고 했다. 그래서 이곳을 ‘수평류’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무등산, 안양산 모두가 수평류에 흐르고 있는 맥이다.

▲ 백년 넘어를 바라보는 ‘수평류’

이곳에 대한 애정이 컸다. 아들의 이름을 ‘수만’이라고 지었다. 딸은 지금 한국농수산대 조경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곳이 두 아이들의 일터가 되고 이곳에서 남에게 대접받을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더 큰 바람이 있다면, ‘수평류’가 화순의 9경 또는 10경이 돼 인근 도시와 먼 도시의 사람들이 화순에 오면 꼭 찾아올 수 있는 ‘수평류’, 무등산 ‘바우정원’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만들어 갈 것이다.

자연을 닮은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안수평 대표

바우정원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재미난 볼거리들

안수평(안국현) 대표 : 010-364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