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 화성식육식당 박형규 사장(사진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잠깐 벗었음)

2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화순 최초 백년가게, 연간 7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화순맛집,
어머니 김필례 사장의 뒤를 이어 아들 박형규 사장이 운영하는 화성식육식당을 탐방했다.

1975년 창업이래 45여 년간 푸근하고 푸짐한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2대째 이어가는 화성식육식당의 박형규 사장. 그의 풍부한 인생 경험담과 식당 운영에 관한 소신이 담긴 이야기를 간략하게 그의 입말을 살려 싣는다.<편집자주>

▲ 백년가게 박형규 사장의 고교얄개시대

어렸을 적 공부를 못했다. 아니, 안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은 후 삭발까지 하고 나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대동고를 다니던 고2때였다. 공부 잘하는 애들만 들어가는 충의교육원이 있었는데 왠지 그곳에 꼭 들어가고 싶었다. 류OO 국어 선생님에게 말씀드렸더니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하셨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아예 명단에서 내 이름을 빼버린 것이다. ‘내가 공부를 못하니까 선생님이 나를 저급하게 취급하는구나’하는 것을 아프게 깨달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오기가 생겼다. ‘선생님이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 보자. 선생님 과목은 무조건 100점 맞겠다.’ 그렇게 마음먹고 국어 공부를 죽어라 했다. 그러다 보니까 독해력이 생겨 다른 과목도 공부가 되기 시작했다. 반에서 늘 꼴찌에 가까운 등수였는데 삭발하고 공부한 후부터 성적이 계속 올라 반에서 5등도 해봤다.

고3때는 공부 잘하는 친구를 찾아 가까이했다. 그때 짝꿍이 주석필이었다. 지금 전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로 있다. 그 친구가 나에게 공부를 열심히 가르쳐줬다. 덕분에 다들 내가 대학에 못 갈 것이라고 했는데 조선대학교에 떡하니 붙어버렸다.

▲ 청춘을 다 바친 교육·출판업

대학 졸업 후 멋진 특전사가 돼 대한민국을 수호하고자 했던 꿈이 좌절된 후, 약 25년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교육 관련 출판업계에서 일했다. ‘천재교육, 두산동아, 화신교육, 해법에듀’ 등등 출판사 브랜딩 작업도 계속했다.

신규 사업을 하면 무조건 나는 차출·투입됐다. 40~50개 정도의 전국 조직을 만들어 교육을 했다. 소위 컨설팅하는 게 내 주 업무였다. 당시 나에게 컨설팅을 받고 그대로 실행한 사람들의 매출이, 다른 사람들보다 5~6배 정도 월등히 높았다.

그때 컨설팅받았던 분들이 고마움을 잊지 않고 지금도 세종시, 서울, 부산 등지에서 이곳 화순까지 찾아오기도 한다. 그때는 그게 직업이었으니까 열심히 했다. 사업적으로 만나는 관계였지만 고객들은 ‘내 식구’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잘 되도록 힘이 되고 싶었다.

▲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고자...

한 4년 전, 잘 나가던 서울에서의 생활을 접고 내려왔다. 그 당시 어머니가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평생을 힘들게 살아오셨던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어려운 결단을 했다.

5~6년 전, 어머니께서 평생을 일궈 온 식당인데 식중독 사고 나 뉴스에까지 나왔다. 어머니의 평생이 일순간 무너질 정도로 큰 위기였다. 어머니는 정직하게 열심히 해 오셨는데... 식중독의 원인이 외부에 있을 확률도 높았지만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시켜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어머니의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머니가 하시는 것을 보는 것과 직접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 서울 일을 정리하고 내려와 일을 맡게 되면서 전기세 같은 소소한 것까지 모든 것들을 내 이름으로 바꿨다.

아침 6시 30분에 나오면 밤 10시에 집에 들어가게 된다. 보통 14시간에서 15시간을 일하게 된다. 다행히 아내도 내려와 함께하고 있어 중간에 쉴 수 있다. 일을 마무리하고 저녁 한 끼 같이 먹는 것도 즐거운 일과 중 하나이다.

▲ 1대 어머니는 ‘편육’, 2대 박형규는 ‘생고기’

새 건물을 지어 확장 이전하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예전의 식당의 분위기는 막걸리 마시고 악을 쓰는 등 주막 개념이었다면 지금 식당 분위기는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달라졌다.
우리 화성식육식당을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깨끗하고 편안한 장소를 제공하고 즐겁게 식사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광주에서도 유명한 사업가나 재벌분들이 우리 식당으로 생고기 드시러 고객이나 지인들을 모시고 오신다. 고기의 품질이 좋으니까 알아보고 찾아오시는 단골들이다.
화순에 위치해 있는 기관, 단체, 사업장 등에서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음식 수준이나 식당 분위기를 보고 ‘화순에도 이런 식당이 있는지 몰랐다. 너무 만족스럽다’고 하신다.

어머니의 이미지는 ‘편육’이었다면, 2세인 내 이미지는 ‘생고기’이다. 생고기를 컨셉으로 했던 것은 ‘싱싱한 고기’가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신선하고 질 좋은 고기가 광주보다 싸고 맛있다는 게 지금 우리 화성식육식당의 특장점이 됐다.

▲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이 진짜 좋은 고기

고기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게 진짜 좋다. 아침에 도축한 신선한 고기만을 내놓는다. 양도 거짓 없이 1g까지도 정확하게 맞춘다. 아내가 담당하니까 무조건 정확하고 깔끔하다.

우리 식당의 음식 맛은 아내가 거의 다 내고 있다. 아침부터 나와서 모두 관리하고 있다. 음식의 맛이나 질 등 실질적인 본인이 하겠다고 하면서 한식 자격증까지 공부해 취득했다.

위생적인 부분에서도 위생등급제 기준에 맞춰서 관리하고 있다. 별 3개를 받는 게 목표이다. 우수평가를 받으면 국가에서 홍보도 해 주니까 일석이조(一夕二鳥)이다.

▲ 화성식육식당은 밥도 먹고 추억도 만든다

작년부터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서 해 오고 있다. 우리 식당을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화순 화성식육식당에 가면, 밥만 먹고 나오는 게 아니라 추억도 가지고 나온다.’는 기대와 설렘, 즐거움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우수고객에게 드리는 작은 이벤트를 수시로 준비하기도 하고 지난해 한글날 때처럼 ‘순 한글이름이면 식대 3천냥 할인’ 이벤트 등을 하고 있다.

▲ 화성F&D 그리고 ‘상생 프랜차이즈’

지난해부터 동생과 협의해서 준비해 온 일이 있다. 동면에 천 평 부지를 경매받았다. 지금 장성에 있는 공장을 화순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300평 규모인데 배로 늘려서 600평 규모로 증축하고 있다. 화성F&D 브랜드로 편육과 순대가 출시될 계획이다. 제품이 나오면 CU나 GS편의점에 납품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동생이 도맡아서 하게 될 것이다.

나는 화성식육식당을 광주·전남에 20호점까지 만들고 싶다. 기존의 프랜차이즈 체인점하고는 다르다. 여타 가맹점들처럼 돈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다. 우리 가게 수준의 퀄리티만 맞춰주면 된다. 가맹점이 되면 PB(자체브랜드상품)도 만들도록 지원할 것이다. 화성F&D 편육과 순대의 독점권도 줄 계획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상생 프랜차이즈’체인점이다. 타깃이 되는 체인점주 연령대는 50~60대가 될 것이다. 퇴임 이후의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목적으로 참여하면 좋다. 그래서 가족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 좋다

사람들을 만날 때 앞으로 뭘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런 사람들은 막 지원해 주고 싶다.

그런데 말만 하면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되고 하는 부정적인 사람은 안 만난다. 친구들과 술을 같이 마시다 보면 너무 폐쇄적으로 갇혀 사는 친구들도 있다. 굳이 내 에너지를 빼기고 싶지 않아서 만남을 갖지 않는다.

▲ 쉬지 않고 배운다 그리고 아낌없이 나눈다

성공한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도 계속 배우려고 한다. 내가 서울에서 공부할 때 진짜 놀란 적이 있다. 청계천에 한 전자상가에서 95세 드신 할아버지께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공부를 하고 페이스북을 공부하고 계셨다. 내가 ‘이제 안 배우셔도 되잖아요.’ 했더니 ‘무슨 소리한가? 세상이 바뀌는데, 나 죽는 날까지 이런 것들 만끽하고 갈라네’ 하시더라. 지금은 돌아가셨을지 몰라도 진짜 멋있었다.

나는 지금도 쉬지 않고 배운다. 그리고 내가 아는 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화성식육식당을 찾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맛과 추억을 서비스하겠다고 전하는 박형규 사장(사진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잠깐 벗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