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기 대표이사는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멀리 내다보는 단체장의 마인드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온종일 배를 채우려 떠도는 길고양이도 밥 먹는 문제가 해결된 뒤에는 길가의 꽃을 구경한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도 그저 ‘먹고 사는 일’에서 ‘재미있고, 멋지게 사는 일’로 변화해간다. 문화관광산업은 문화생활에 대한 높은 수요를 지역의 관광자원과 접목한 핵심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이끌어나가는 화순군문화관광재단의 강신기 대표이사를 본지 인터뷰석에 초대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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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관광산업,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

예전에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먹고 사는 일’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품을 평가할 때, ‘얼마나 쓸모 있는가’를 중요시했지요.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재미있게, 멋있게 사는 것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지 ‘쓸모’만으로 상품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재미있고, 멋있고, 가치 있는 문화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관광산업의 가치는 금전적으로 재단할 수 없는 만족, 즐거움, 감동을 선사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면서 지역의 경제도 활성화시키는 특별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청년기에는 고향을 떠나 나라를 위해 일하고, 은퇴해서는 고향에 돌아와 고향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으니 보람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30여 년 가까이 공직 생활에 몸을 담았는데요. 중앙부처와 지방행정을 두루 거친 경험이 고향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기회가 주어졌고, 또 평소에도 늘 관심을 보인 분야였기 때문에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강신기 대표이사가 문화관광산업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 기획이란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작업

문화관광 분야는 국가와 지역발전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문화관광산업에 있어 특히나 중요한 것이 바로 첫 단추, 기획입니다. 기획이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작업입니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자신의 업무에 대한 문제를 의식하고 그것을 개선해 보려는 습관, 바람직한 미래를 내다보고 실현 가능성을 찾으려는 자세가 사회를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시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업무에 파견되었을 당시 기획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지방자치가 본격 실시되고 지자체에서 처음 치르는 국제 규모의 행사였기 때문에, 직원들 모두가 막막하게 여겼습니다. 벤치마킹할 곳도 없는 상황에서 차출된 인원이 모여 매일 밤 늦게까지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밑그림이란 곧 기획이지요. 조직, 인력, 예산, 전시·축제사업 등에 대해서도 서로 협의하며 밑그림을 그려내고 나서야 행사에 대한 윤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비로소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경험이 공직 생활 내내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일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

공직에 있을 당시 업무에 몰입하다보니 문득 일이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업무를 무서워하면 일에 짓눌려 스트레스를 받고 몸이 상하게 됩니다. 또, 방심해서 일을 우습게 여기고 쉽게 대하다간 어긋나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을 살아있는 생물처럼, 사랑으로 다루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나 일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일은 수단이고, 일의 목적은 결국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그 자체로서 목적이고 그 자체로 사랑의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단의 직원들을 격려하며 업무 환경을 돌보고 있는 강신기 대표이사.

▲ 5·18 민주화운동의 쓰라림… 자랑스러운 시민의식으로

5·18 민주화운동은 제 삶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현장에서 참혹한 상황을 시민들과 함게 겪고 지켜봤습니다. 운 좋게 살아남았고 6월에 입대했으나. 군에서는 5·18을 금기시 했습니다. 훈련소에 입소하자마자 훈련소장이 연병장에 훈련생을 모아 놓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광주에서 온 장정들에게 경고한다. 5월 18일 광주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 여기는 군대다.” 그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다른 사람들 모두가 5·18민주화운동 관련 부서에 배정되기를 꺼리고 회피할 때, 저는 그날의 기억을 마음에 새기고 직접 자원해 관련 업무를 맡아 소임을 다했습니다. 저는 언제나 사랑하는 광주를 위해 일하고 싶었고, 중앙부처에서 일하던 시절에도 출장을 가 있는 마음이었습니다. 결국 광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자부심을 느끼며 사랑으로 일했습니다. 은퇴 이후에는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으니 보람이지요.


▲ 일을 넓게, 멀리 보는 단체장의 마인드

문화관광산업은 21세기 대한민국을 크게 성장시킬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인식됩니다.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은 아이디어와 창의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문화산업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문화산업은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이 기간 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지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그렇듯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지원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문화산업은 경제적인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추후에 그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브랜드 파워를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멀리 내다보는 단체장의 마인드가 특히 중요한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 강신기 대표이사.

▲ 화순, 천혜의 자연경관과 풍부한 문화자원

화순군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천혜의 자연경관은 물론 오랜 역사를 통해 풍부한 문화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화순은 21세기 문화관광시대를 선도해 나갈만한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을 시대에 맞게, 지역 특성에 맞게 개발하고 상품화해 통합 마케팅으로 엮어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런 일을 재단이 앞장서야 하는데, 조직과 예산이 뒷받침될 필요도 있겠습니다.

또한 이것들을 지속적, 체계적으로 확대 재생산할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습니다. 문화를 활용한 관광을 컨셉으로 하되, 궁극적으로는 지역민들의 생활 속에 문화가 내면화되어 행복이 증진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합니다. 아직은 관광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고자 하는 목적이지만, 문화에 기반한 관광이 되어야 지속성이 있습니다. 문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자연경관만을 내세우는 전략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 재단 출범 5개월, 기대 이상의 성과

화순군문화관광재단은 출범한 지 이제 5개월이 지났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현재까지 3개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도·군비 5억 6천여 만 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광주광역시 관광공사. 동구문화관광재단과는 업무 협약을 체결해 상호 협력의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2024경남관광박람회에서는 홍보관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주변의 우려를 딛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재단 직원들의 노력과, 재단에 애정을 가진 화순군의 지원 덕분입니다. 우리 재단은 신생 조직이기 때문에, 설립 목적에 맞게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 중요합니다. 홈페이지 구축,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통해 재단의 비전과 발전 전략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후로는 관광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사업에 주력할 것입니다. 모바일이 주도하는 관광 생태계에 맞춰 지역의 숨겨진 매력을 제공하고 관광객 중에서도 청년층을 유입하는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체험형 관광의 활성화, 해외 기관과의 협업 프로그램도 구상 중입니다.

화순군관광문화재단 현판 앞에서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강신기 대표이사.

▲ 주인의식과 적극적 참여가 축제 성공의 길

문화관광 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서 저절로 문화관광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민이 스스로 자랑하고 싶은 것이야말로 진정한 문화관광 자원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주민들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주민들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역사를 보전하고, 독특한 특산품을 개발하고, 전통적인 행사나 관습을 현대화하여 일상에서 되살려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요즘은 각 지역마다 축제를 벌이고 있는데, 지역 축제는 그 지역의 주민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역 전체의 이미지로 업체와 지자체, 재단, 주민이 일체가 되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재단에서는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화순군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다시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화순’, ‘남도 문화 관광 1번지 화순’을 실현하고 관광객 5백만 시대를 여는 토대를 마련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