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후산 서남방향은 골이 깊다. 골이 끝나는 양지바른 언덕에 유마사가 자리 잡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송광사의 말사이다. 화순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백제 무왕 28년(627년)중국 당나라의 고관이었던 유마운(維摩雲)과 그의 딸 보안(普安)이 창건다고 한다. 보물 1116호인 해련선사 승탑이 있다. 전라남북도에서 유일하게 비구니 승가 대학원을 운영한다.
전남도가 가을철 걷고 싶은 숲길 5곳을 선정했다. '가을철 걷고 싶은 숲길'을 주제로 시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해 경관·산림·등산 전문가가 참여하여 확정했다고 한다. 대상에 화순 모후산 유마사 단풍 숲길이 선정되었다. 유마사 찾는 사람이 늘었다.
광주 광천터미널(유스퀘어)에서 유마사 입구까지 화순군내버스 217번이 하루에 4번 출발한다. 6:25, 10:10, 12:55, 16:05 이다. 광주광역시내버스 151번을 타고 사평까지 오는 방법도 있다. 사평에서 유마사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자차를 이용자를 위한 주소는 전라남도 화순군 사평면 유마로 603번지이다. 승용차 기준으로 화순읍에서 유마사까지 30분 정도 소요된다.
대중교통이든 승용차이든 유마사까지 바로 갈 수도 있지만,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에서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벗하며 걷는 것을 권한다. 남계리에서 유마리까지 내남천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편백숲길이다. 단풍 숲길은 유마사 이후의 길로 화전으로 황폐화되었던 불모지를 복구하여 조림(造林)한 숲에 있다.
반면 편백숲길은 유마사 들어가기 이전의 길로 15년 전쯤 내남천 정비를 하였다. 이때 우측 산기슭 하천제방을 따라 편백을 심었다. 처음에는 자전거 도로로 이용되었으나 세월이 흘러 걷기 좋은 길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편도 3.5㎞ 왕복 7.0㎞이다. 완만한 경사로 쉬엄쉬엄 두어 시간 걸린다.
단풍 숲길과 마찬가지로 찾는 사람이 늘었다. 맨발걷기 열풍도 한 몫했다. 아마 전국 어느 곳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풍광이 빼어나다. 풍광만 놓고 본다면 영광군 물무산 길보다도 훨씬 좋다고 자부한다.
새 소리 풀벌레 소리 매미 소리가 계절 따라 바뀌고, 내남천 계곡물이 철에 맞추어 달리 소리는 낸다. 산간 들녘의 풍경에 마음 빼앗기고, 가을 익어가는 냄새에 걸음이 멈추어진다.
금년 가을에 남도한바퀴 노선이 일부 조정되었다. 화순과 보성의 숲길여행이라는 상품이 출시되어 안내를 하면서 이 길을 알게 되었다. 투어가 끝난 다음 날 지인과 함께 길을 걸어보았다. 나는 맨발로 걸었고 지인은 그냥 걸었다.
맨발걷기에는 중간 중간 자갈길이 있어 약간 발이 아팠다. 그것 빼고는 시간도 적당했다. 왼쪽에서 숲길과 어깨동무하며 흐르는 내남천의 물소리는 걷는 내내 함께 했다. 물소리 새소리 풀잎 스치는 소리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바람소리 등 마치 오게스트라 연주처럼 활력을 주었다.
간간히 날아드는 하얀 백조나 왜가리들이 물속에서 노니는 모습은 그림 같았다. 마음이 맑아지고 풍요로워 지면서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다.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다. 맨발걷기 하는 부부와 인사를 나누었다. 걷기 체험을 나왔다는 목사에게 화순저널에 기고하기 위해 취재를 겸해 걷기를 하러 왔다고 했더니 멋지게 포즈를 취해 주었다.
바닷가 마을에 닿게 종이배 띄우듯, 흐르는 계곡물에 마음을 실어 보냈다. 쨍한 추위에 편백향이 더욱 투명해져 어머니 품속처럼 마음까지 맑게 해주니, 추위가 남아있을 때 가까운 시일 내에 다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
수다줌마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 네이버 블로그(sudajumma) ‘화순여행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다.
* 수다줌마는 화순의 역사와 문화, 인물과 산물을 이야기한다.
최순희 시민기자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