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천 화순군의회 의장

“어떤 오해를 받더라도 그것을 변명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내가 그들을 어찌하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래서 사람을 얼른 사귀지 못한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진심으로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할 때까지 기다린다.”

가마솥에서 오랫동안 끓여내놓은 곰국같이, 인생의 깊은 내공을 엿보게 하는 최기천 화순군의회 의장(이하 최기천 의장)을 어렵게 화순저널 인터뷰석에 초대했다.

▲ 아버지, 나의 아버지

제 고향은 북면(현 백아면)에 있는 송단리로 깊은 산골마을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마을에 시집 안 간 규수가 있었는데 도벽성이 있어서 남의 집에 들어가 된장도 퍼 가고 농산물도 가져가고 그랬습니다. 동네분들이 모여서 의논하길 앞으로 이런 못된 짓을 못하도록 덕석몰이(멍석말이) 벌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마을 어르신들의 말씀이 곧 법이었습니다.

이때 아버지께서 나서서, 규수가 도둑질한 것은 진짜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마을에서 덕석몰이를 당했다는 소문이 나면 그 규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번 한 번만 용서를 해 주고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만약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또 잘못을 저지르면 그때는 저도 같이 벌을 받겠다. 벌을 못 주게 한 죄값으로... 다행히 그 규수는 그 뒤로 그 버릇이 사라졌다.

그 뒤 오랫동안 그 집안에 제사가 있다든지 가족잔치가 있으면 꼭 아버지를 모시고 갔다. 고맙다는 표시로 술 한 잔하고 가시라고...

우리 부모님은 재산이 많은 분들도 아니었고 공부도 많이 하신 분들이 아니었다. 그냥 순수한 보통 농부들이었다. 아버지는 당신보다 연배가 많거나 덕망을 갖춘 분들, 재력이 있는 분들과 늘 함께 어울리셨다. 그분들도 아버지를 아우처럼 잘 감싸주고 그랬는데 어린 나는 그것을 보고 자라면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 광주로 유학간 산골소년

면소재지에서 5km 떨어진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국민(초등)학교를 4학년까지 분교로 다녔다. 5학년이 되어야 면소재지 본교로 다니게 됐다. 6학년이 되면 그때는 진학반을 따로 만들었다. 그때 김지수 담임 선생님께서 저한테 진학반에 들어와 공부하라고 권하셨다. 우리집보다 가정환경이 더 좋은 애들도 진학반에 들어가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던 시절이다.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허락해 주셨다. 북면에는 중학교가 없어서 광주로 나가 자취하면서 학교를 다녀야 했던 때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아버지께서 큰맘 먹고 뒷받침을 해 주신 것이다.
어린 나이지만 저도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날마다 도시락을 두 개씩 챙겨서 학교에 다녔다.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하고 밤에는 객지에서 들어오신 담임 선생님께서 얻어 사시던 자취방 아래채 방에서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고 나면 너무 늦은 시간이 되니 그곳에서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집에 갔다. 아침밥 먹고 도시락 챙겨서 다시 학교로 갔다. 그러다 보니 한겨울에는 손발에 동상이 걸려 고생도 많이 했다.

그렇게 진학공부를 해서 광주의 중학교에 입학하고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도 광주에서 다녔는데 부모님께서 넉넉지 않은 형편에 고등학교까지 보내주셨다. 정말 큰 혜택을 받았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김지수 선생님께서 진학반으로 인도하지 않으셨다면, 아버지께서 중학교 진학을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

▲ 33년 농협 일꾼에서 화순군 지역 일꾼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 갔다오니 북면농협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바로 취직했다. 북면농협과 동복농협이 합병한 후 북면농협 지점장으로 근무하다가 입사 33년만에 명예퇴직을 했다.

2010년 2월 1일자로 명퇴한 후 마을에서 살면서 어르신들에게 신경을 좀 쓰고 마을 봉사활동도 하고 있었는데 얼마 안 있어 제5차 지방동시선거가 있었다. 주위에서 지역을 위해서 일을 해 주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했다. 상당히 망설였다. 지금껏 정치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 정당 가입도 한 번도 안 했고 선거를 치러본 적도 없고 조직도 없고... 선거에 나가서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지역민들이 바라시고 나 또한 그동안 지역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평가도 받아보고 싶어서 출사표를 던졌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북면에서는 경쟁후보보다 표를 더 얻었지만 도곡, 도암, 이서까지는 힘이 미치지 못했다. 마을에 돌아가니 동네분들이 마을 일을 맡아서 질서도 잡아주고 마을 일을 해 달라고 또 요청하셨다. 그래서 2012년부터 2014년 2월까지 2년 2개월간 마을이장을 맡아서 일을 했다.

그리고 2014년 6월 제6차 지방동시선거에 출마하여 군의원으로 당선돼 정치활동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정치를 시작한 후 어떻게 하면 군민 한 사람 한 사람과 그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항상 하게 됐다. 제가 실천하는 작은 행동이 군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몸소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도 공인으로서 그리고 화순군 의회 의장으로서 군민의 삶이 좀 더 나아지고 행복할 수 있다면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

▲ 농어민공익수당 조례 통과,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토대 마련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성과를 말하자면, 농어업인수당 지급과 생활개선회 복지향상을 위해 힘쓴 점이다. 화순군의회는 ‘화순군 농어민 공익수당 지급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농어민들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농어업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화순군 생활개선회가 여성농업인의 농업기술 및 경영 능력배양과 지역사회 발전 및 사회봉사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꼽을 수 있다.

▲ 화순군 농업이 젊어지고 활력을 얻도록 노력

최근 들어 대를 이어 농업을 승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많은 청년들이 귀농하고 있다. 군은 농업 발전과 농민의 소득향상을 위해 농민수당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청년 농업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농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청년농업인의 경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적재적소에 공급해 화순군의 농업이 젊어지고 활력을 얻도록 노력하겠다.

▲ 인구부양책 집행부와 머리 맞대고 고민

지역 현안 중 인구감소에 대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30년 이내 77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될 위험이 있다고 한다. 의회에서도 관련 조례 제정과 지원책을 집행부와 머리를 맞대고 깊이 고민할 것이며, 복지예산 중 인구부양책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하도록 집행부에 요구하겠다.

▲ 신정훈 의원과 심도 있는 논의 거쳐 성명서 발표

지난 20대 국회 때 폐기됐던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통합에 대한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광해방지, 훼손지역복구, 폐광지역 진흥사업 등 석탄사업의 사양화로 낙후된 폐광지역 경제활성화를 지원하는 준정부기관인데 이를 해외자원개발 손실로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통합하면 공단이 제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예상된다. 이에 우리 화순군의회는 지난 7월 31일에 통합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 과정에서 신정훈 국회의원과 우리 지역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군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집행부와 각급 기관, 사회단체가 힘을 합하여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

▲ 합리적인 대의·입법·의결기관으로서의 의회 만들겠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염병 확산에 대한 두려움과 경기 위축으로 많은 군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여 나와 내 가족을 지키고 안전한 화순군이 될 수 있도록 군민 여러분의 협조 부탁드린다.

화순군의회는 7만 화순군민의 대의기관이자 입법, 의결기관으로 지역의 현안을 살피고 대안을 제시하는 합리적인 의회가 되겠다. 항상 군민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 군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

▲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나이들

의회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가장 가깝게 지낸 의원이 정명조 전 부의장이다. 항시(늘) 어디를 가게 되면 룸메이트를 할 정도로 편하고 가깝게 지냈다. 이선 전 의장하고도 끈끈한 정을 가지고 있다. 이번 후반기 의회 원구성의 결과도 받아들이고 존중해 주는 품과 아량을 겸비한 분들이다. 외부에서 또 군민들께서 혹여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고 걱정과 우려를 하신다면 마음 놓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어머니와 토란국

못 먹는 것 없이 다 잘 먹는다. 가끔씩은 우리 어머니께서 해 주셨던 음식들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들깨를 깔아서 만든 토란국과 연한 호박잎을 쪄서 만든 호박잎 쌈, 파를 데쳐서 돌돌 말아서 초장을 찍어 먹는 파숙주나물 등이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지는 때이다.

▲ ‘사모곡’ 그리고 ‘친구야 친구’

나의 노래 18번이라면 사모곡과 친구야 친구이다. 사모곡은 어머니의 삶을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또 하나는 박상규의 친구야 친구를 매우 좋아한다.

▲ 가정, 사랑이 깃든 마음의 공동체

3남 2녀의 둘째로 태어나 자랐다. 지금은 집사람하고의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가정이란, 사랑으로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의 공동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