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일몽南柯一夢은 일장춘몽一場春夢처럼 모든 꿈 이야기가 그렇듯이 꿈속에서나마 한바탕 호사豪奢를 누린다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평생 살면서 다양한 꿈을 꾸고 산다. 잠속에서의 꿈은 물론 공상으로 꾸는 꿈은 참으로 달콤할 때가 많다. 복권을 사 놓고 ‘이게 당첨되면 부모님, 형제자매에게 나누어주고……’, ‘내가 저 예쁜 아가씨와 결혼을 하면 평생……’, ‘큰애가 법관이 되면 그때는…… 등의 꿈을 꾸다가 말짱 도루묵이 되곤 하지만 그래도 그 꿈을 꾸고 있을 때만은 기분이 매우 좋으니 또 몽상에 잠기곤 한다.

당唐나라 덕종德宗때 광릉廣陵지방에 순우분淳于棼이 살았다. 淳于棼은 술을 마시면 집 앞에 서있는 천년 묵은 느티나무 밑둥에 기대어 자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해 거기서 잠을 자다가 ‘괴안국槐安國에서 왕의 명을 받아 영감을 모시러 왔다.’는 자줏빛 옷을 입은 두 사람을 따라갔다. 槐安國 왕은 마치 십년지기라도 되는 것처럼 융숭한 대접을 하고 그를 사위를 삼은 뒤 궐내 유력자로 키워주었다. 그러다가 南柯지방의 정치가 형편이 어렵게 되자 淳于棼을 태수로 보냈다.

淳于棼은 최선을 다해 선정을 베풀어 南柯지방은 평화롭고 인심 좋은 고장이 되었다. 그곳 백성들은 곳곳에 송덕비를 세우고 淳于棼이 중앙의 더 높은 자리로 옮겨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 후 순우분은 큰 공을 세우고 중앙으로 올라왔으나 그를 시기하는 자들에 속아 왕은 淳于棼을 연금시켜버렸다. 淳于棼은 왕에게 부당함을 간곡하게 호소했고 왕은 결국 그를 집으로 보내주었다. “아! 이젠 살았다!”하고 눈을 크게 뜨고 둘러보니 淳于棼은 느티나무 등걸에 누운 채였다. “참 희한한 꿈도 다 있군.” 하고 느티나무 밑둥을 살펴보니 한 아름이나 되는 구멍이 있어 들여다보니 개미떼가 뒤엉켜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槐安國이었던 것이다. 꿈은 꿈일 때가 좋다. 이루지 못할 꿈을 계속 꾸며 평생을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南柯一夢, 一場春夢의 뜻을 새겨볼 일이다.

성길모 전 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