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내 삶을 사랑하는 정도, '아주 보통의 행복'

행복은 내 삶을 사랑하는 정도, '아주 보통의 행복'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시간
  • 입력 : 2023. 08.16(수) 16:04
  • 김민지 시민기자
'아주 보통의 행복'(최인철 지음, 21세기북스, 2021), 가격 12,000원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욕구가 충족되어 만족스러운 상태를 일컫는다. 사람들에게 행복하냐고 묻기 쉽지 않은 요즘이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자연재해, 뉴스 속 사건·사고로 즐거움이나 여유를 느끼기보다 불안감을 가슴에 품고 생활하기에 그렇다.

2013년 UN은 ‘한 국가의 성공을 판단하는 잣대가 그 나라 국민의 행복이어야 한다.’고 결의하고, 3월 20일을 ‘세계 행복의 날’로 지정했다. UN 산하 자문기구에서 ‘세계행복보고서’가 매년 발표되고 있다. 나라 별 1,000명을 대상으로 0~10까지의 단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집계한다.

올해 2023년에도 발표되었는데 핀란드가 6년 연속 1위에 올랐고, 우리나라는 57위에 그쳤다. 왜 행복순위는 높지 않을까. 이유를 찾기 위해 '아주 보통의 행복'을 펼쳐보았다.

저자 최인철은 2000년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 부임했고, 2010년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행복과 좋은 삶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에 행복 교육을 전파하고 전 생애 행복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행복의 심화와 확산에 매진하고 있다.

서문에서 “좋은 사람들과 소소하게 시간을 보낼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진정한 행복은 드라마 같거나 예외적인 것은 없다면서 설득력을 더한다. 저자에게 특별했던 행복을 주고 돌아가신 아버지와 투병 중인 어머니를 떠올린 서문의 마지막이 가슴에 울림을 더한다.

자칫 어려울 것만 같은 인간의 심리 변화를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 일상의 이야기들로 시작되어 읽는 내내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질문하게 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 ‘행복에 관한 가벼운 진담’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행복의 세 가지 변화를 소개한다. 2부 ‘행복에 관한 진지한 농담’은 저자가 평소에 느낀 삶에 대한 단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존재 자체가 ‘행복’이라고 일컫는 이들이 있다. 때론 가족, 친구, 동료,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다.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생각나는 사람, 거친 풍파 속 어두운 곳에서 손 내밀어 준 이들. 그들이 떠오를 때마다 행복이라는 그림과 함께 그려진다.
KIA 타이거즈 야구경기를 관람하면서

가끔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냐는 물음에 머뭇거림 없이 지금이라고 답한다. 이런 나에게도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경험하느라 행복은 아주 먼 곳에 있었다. 행복을 찾게 된 동기는 우연한 기회에서부터 비롯됐다. 책장을 넘기다 옛 기억이 떠오른다.

“야구장은 역설적이지만 명상의 장이기도 하다. 야구장에서는 종종 자아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온전히 공 하나에 집중한다. 경기에 집중할수록 함성은 커지지만 의식은 또렷해지고 마음은 천천히 움직인다.” (본문 중에서)

지인이 야구 관람표를 건네주었다. 규칙이나 선수 이름을 몰라 물어가며 가족들과 구경했다. 같은 팀을 응원하며 처음 만난 사람들과 그때부터 동지애로 하나 된다. 응원가를 부르면서 함성이 커지며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관심을 두게 되니 그동안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인다. 환호하는 사람들 사이로 일상 속에서 켜켜이 쌓였을 스트레스가 보이고, 주말 야구경기 관람이 소소한 행복이라는 것을 말이다.
화순 북카페 몽리브 전경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다잡고 싶을 때 종종 찾는 곳이 있다고 했더니 친구가 물었다. 그곳이 어디냐고. 나중에 함께 갈 생각에 다음을 기약하며 궁금증을 더했다. 나만의 아지트로 남겨두고 싶었다.

책에서도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만의 아지트가 있다고 했다.

“습관은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반복하는 행위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반복되는 행위가 아니다. 묘하게 거기만 가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행위가 습관의 본질이다.” (본문 중에서)

특히 비가 내릴 때, 더 많이 생각나는 곳이다. 너른 둥근 통창에 흐르는 빗줄기와 푸르름을 선사하기에 그렇다. 빨간 공중전화가 드라마 속 배경처럼 운치를 더한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온 주말이 많다. 다시 찾을 때마다 책장에 꽂아두었던 책을 이어서 읽는 재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행복한 기억이 그 공간에 배어 있으므로 발걸음이 또 향하는지 모르겠다. 야구장과 북카페인 아지트에서 깨달았다. 행복은 ‘내 삶을 사랑하는 정도’라는 것을 말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떠올려 보고 싶은 이들에게 '아주 보통의 행복'을 권한다.

방방곡곡 김민지 문화평론가

*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 넘치는 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다.
* 방방곡곡은 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민지 시민기자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