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 '여행'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 '여행'
여행의 묘미를 알게 해준 3권의 책
역행자·눈물 한 방울·여행의 시간
  • 입력 : 2023. 08.09(수) 14:51
  • 김민지 시민기자
서울에 있는 ‘평창동 책방 북커스’
어딘지 모르게 헛헛한 마음과 어지러운 생각이 들 때 ‘여행’을 추천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된 삶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마음에서 훌쩍 떠나자고 일할 만큼 했다는 내면의 소리가 들려온다.

문장부호는 글에서 문장의 구조를 잘 드러내도록 사용하는 여러 가지 부호다. 여행을 문장부호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복잡한 일에서 스스로 마무리 짓는 마침표. 새로운 것을 보고 깨닫는 느낌표. 일상에서 벗어난 쉼표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건축가 김진애의 '여행의 시간'에 의하면 “내가 본격적으로 홀로 여행을 떠난 나이가 스물아홉이 되어서다. (중략) 20대 말이 되어서야 겨우 홀로 여행을 떠났던 나는 늦깎이 여행자에 불과하다. (중략) 아주 늦은 나이가 되어서야 다시 태어난 셈이다.”고 했다. 이 구절을 읽다가 홀로 여행을 떠난 시작 시기를 떠올려 보았다. 불과 작년 10월,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두 번째 스무 살인 마흔 무렵에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욕망의 북카페’

주체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던 탓에 어려움과 마주한다. KTX 표 예매부터 계획을 짜는 것, 이동 동선을 수십 번 되뇌었다. 예상 밖의 일은 몸으로 막아서야 했다. 벼르고 별러서 떠난 첫 여행이었기에 무사히 도착하기가 과제다.

홀로 여행을 떠나기 전 읽었던 책 '역행자'는 나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최악의 인생이었던 작가가 인생 역주행 이야기를 한 자기계발서다. 저자인 자청은 ‘안 가본 길 걷기’를 추천했다. “즉 안 가본 길, 새로운 동네를 가보는 것이다. 모르는 곳을 걷다 보면 뇌에 새로운 지도가 만들어진다.” 168쪽에서 시선이 사로잡히고, 울림이 가슴까지 전해진다. 차를 타고 가면 금방 있을 북카페를 두고,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하기까지 내 안에 있는 자아와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2022년, 이어령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간 ‘영인문학관’

마지막까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이어령 선생의 '눈물 한 방울'. 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간 게 내 인생이다.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다. 품었던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의 그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책장을 넘기며 건강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온다. 죽음을 앞에 두고 삶을 정리하며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을까 떠올리며 찾아간 영인문학관. ‘이어령 길’을 거닐며 매일 올려다보셨을 하늘을 보며 선생님의 시선을 대신 느껴봤다.

여행이란 아무리 계획을 짜고 또 짜더라도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난다. 긴장한 탓에 바삐 찾아야 했던 화장실, 가파른 평창동 언덕길을 마주하며 자포자기했던 마음, 끝까지 올랐을 때 마주한 청명한 하늘, 갈아탈 곳을 찾느라 두리번거렸던 낯선 지하철역, 큰 축제가 있어 뉴스에서 보던 지옥철을 경험하며 겨우 도착한 서울역, 해냈다는 마음에 안도감이 찾아올 무렵 한강 다리를 배경으로 하늘 위에 수 놓인 수많은 불꽃.

홀로 여행의 시간은 비록 하루였지만 여행을 품은 삶의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곱씹으며 거울 속 나는 미소를 머금는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여행길은 나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컴퓨터 너머 사진으로만 보던 곳을 직접 보고 느끼니 막연함이 사라졌다. 글로만 알고 있던 것에 느낌이 더해진 하루였다. 무엇보다 소중한 기억은 이뤄낸 나 자신이 뿌듯해졌다.

훌쩍 떠나보니 헛헛했던 마음과 어지러운 생각은 여행지에 두고 올 수 있었다. 낯선 길에서 엉킨 실타래가 다 풀리진 않았지만 남은 것마저 풀 수 있을 용기와 자신감을 선물 받았다. 길 위에서 나는 조금 더 솔직해졌고 가볍게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여행에 근력이 붙어 다음 여행지가 어딜지 물음표로 다가온다.

방방곡곡 김민지 문화평론가

*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 넘치는 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다.
* 방방곡곡은 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민지 시민기자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