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짝의 다람쥐 아기 다람쥐 /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배웠던 이 노래는 한국교회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박재훈 목사(1922~2021)가 작곡한 것으로 봄나들이, 어머님의 은혜, 시냇물은 졸졸졸졸 같은 동요 150여 곡과 총 1500여 찬송가외 오페라 등을 작곡했다.

1953년에 작곡한 ‘산골짝의 다람쥐’는 최근 인터넷상에서 산골짝에 또는 산골짜기 등으로 혼란스럽게 떠돌고 있으나 발음상 ‘의’가 → ‘에’로 들리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지 문법상 틀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람쥐도 말을 풀이하면 ‘다람’은 → ‘달리다’에서 ‘날쌔고 잘 달리는 쥐’란 뜻이고 박쥐 · 생쥐 · 두더쥐(지)의 다른 쥐들과 달리 귀엽고 색깔 또한 예뻐서 한때는 애완동물로 각광을 받았고 거의 집집마다 다람쥐틀에 넣어 기를 정도였다.

우리나라 다람쥐는 크게 3종류로서 ①시베리아다람쥐(5줄무늬의 줄다람쥐) ②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제328호) ③청솔모(주로 나무위 생활)가 있다.

평균 수명은 6~10년(최대 13년)이고 특징적으로 경계심 또한 많고 날쌔며 굉장히 활동적이다. 쉴 새 없이 열매를 찾아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양 볼 주머니의 탄력이 아주 좋아서 7~8개의 도토리를 한꺼번에 입안에 넣을 수 있다. 또 다람쥐가 뒷다리 2개로 일어서면 항상 양손을 싹싹 비비는 습관이 있는데, 그런 모습이 마치 하도 손을 비벼서 손금이 없어진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에 손금이 없으면 아부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동면기가 다가오면 매우 공격적으로 변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2018년 독일에서 다람쥐의 공격으로 쫓기던 한 남성 때문에 경찰까지 출동하기도 했다.

동면기(10월~4월)에 겨울을 나려면 100개 정도의 도토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열매를 이곳저곳에 1만 개 정도 땅에 묻어놓고 겨우 4천 개밖에 찾지 못하고 나머지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식물의 씨앗이 움트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된 전설이 경기도 가평 축령산에서 전해오고 있다.

〈가을이 물들 때면 산에서 다람쥐들의 도토리 쟁탈전이 벌어진다. 누가 누가 잘 하나의 시합에서 챔피언이 되면 1등 신랑감으로 뽑혔다.

한 다람쥐가 어찌나 빠른지 날다람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의 창고에는 도토리가 가득 찼었다. 다만 많이 저장할 줄만 알고 기억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하루는 묻어둔 도토리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지쳐서 물로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샘터를 찾아갔다.

그런데 웬걸? 없었던 어린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길도 없어져 샘터를 못 찾아 어리둥절했다.〉는 내용이다. 이때부터 다람쥐가 도토리를 묻어놓고도 깜박깜박 잊게 됐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초기의 원시 다람쥐는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이에 관한 연구가 2012년 10월 척추 고생물학회 회의에서 나왔다. 미국 과학자들이 가장 오래된 영장류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다람쥐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논문에 따르면 마다카스카르 섬에서 발굴된 대형 땅다람쥐의 화석이 공룡의 전성시기인 6천6백만 년 때의 것으로 현대의 땅다람쥐 그라운드 호그(ground Hog)와 닮았다고 했다.

이 연구의 결과로 공룡의 멸종 후에 포유류가 번성하게 되었다는 기존의 포유류 역사 이론을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야 된다는 주장들이 나오게 됐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토종 다람쥐는 앙증맞고 귀엽게 생겨서 1960년대에 년 20~30만 마리가 남획되어 일본으로 팔려나갔다. 솔직히 일본 내에서 서식하는 다람쥐의 대부분이 한국 다람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70년도 대학 시절 필자는 무등산으로 등산을 자주 다녔다.

하루는 등산 후 산을 내려오다가 다람쥐잡이 전문꾼을 만난 적이 있었다. 낚시초릿대 끝에 낚시줄로 만든 둥근 올가미가 전부였다. 다람쥐를 보면 뒤쫓아가서 구멍 앞에서 가만히 기다렸다가 다시 고개를 내밀면 순간 홀치기로 낚아채서 잡는다고 했다.

당시 마리당 500원을 받고 밀수출업자들에게 팔아넘기는 것이다. 나는 우리 산의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잡지 말아 달라고 울며 애원했고 주막으로 함께 가서 막걸리를 사주며 잡은 다람쥐를 놔준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왜 그리도 서글펐을까?

우리 것을 일본 놈들에게 판다는 이유였을까? 아저씨도 다시는 안 잡겠다며 산을 내려갔다.
최근 들어 문화적 역사적인 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는 일본과 중국을 두더쥐(지)로 비유한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옛날에 다람쥐와 두더지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는데 욕심 많은 두더지들이 토끼 · 개미 · 참새가 사는 이웃 마을을 침략하고 약탈을 일삼았다. 다람쥐 마을까지 침범하여 도토리를 공물로 바치도록 했다.

하루는 다람쥐들이 마을 땅 밑에 몰래 파놓은 두더지 땅굴과 표지판을 발견하고 “여긴 우리 땅이다. 표지판을 치우고 나가달라”고 하자 “무슨 소리, 여기는 우리가 판 땅이다”며 우겼다.>는 이야기다.

이 내용은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하는 것과 중국이 옛 고구려와 발해가 모두 중국 땅에 세워졌으니 중국 역사에 해당되며 과거 당나라의 한 지방 정권이었다는 식의 억지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같은 치밀한 계획이나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은 두더지들이 다람쥐들을 얕잡아보고 우기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이제 우리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하루 빨리 남북통일이 되어 정확한 역사와 문화의 정통성을 찾아야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에서 뛰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문장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