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슬픔과 아픔 어루만지는 비손

타자의 슬픔과 아픔 어루만지는 비손
박노식 시인 『마음 밖의 풍경』 시집
박노식의 시세계를 관통하는 것 '화엄'
화순 한천면에서 세 번째 시집 세상에 내놔
  • 입력 : 2022. 08.01(월) 14:13
  • 화순저널
화순의 오지 한천면 어느 마을로 귀촌해 8년째 살고 있는 박노식 시인이, 그의 세 번째 시집 『마음 밖의 풍경』을 지난 5월에 출간했다고 밝혔다.

박노식 시인은 지난 2017년 첫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2019년 두 번째 시집 『시인은 외톨이처럼』에 이어 3년만에 세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놨다.

박노식 시인은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 했지만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간 접어둬야 했다. 7년 전에야 전전긍긍했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시에 매달릴 수 있었다. 시인으로의 삶을 꿈꾼 지 36년만에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그래서인지 봇물 터지듯 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마음 밖의 풍경』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사소한 삶에서 놓치기 쉬운 내면의 감성을 놓치지 않고 일상언어로 직조해 자잘한 무늬들을 만들어내는 미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세상에 대해 한없이 자비로운 부처의 심성을 작품에 담아 형상화함으로써 전문 작가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인을 알지 못하는 농원農園에 불두화 수천 송이 피어 있네

오가며 보름간 보았네

뭉게구름도, 구겨진 종이도, 엎어놓은 공기空器도, 염소의 큰 눈알도, 꿈을 좇던 흰나비도, 누이의 손등도, 어릴 적 엄마의 젖가슴도, 잡부 박 씨의 목덜미도, 사평 장날 소녀의 눈빛도, 병실의 하나뿐인 안개꽃도, 원수의 붉은 혀도, 설움 같은 주먹도, 다시 못 올 이름들도, 눈보라치는 망월동도, 모든 달도

거기 다 있었네

- 「불두화」 전문


시집에 실린 마지막 작품 「인동초」는 그의 시적 세계의 품이 어떠한지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더 기어 올라오라는 듯 벼랑 끝에서 인동초가 꽃을 내어 보인다

- 「인동초」 전문


달아실시선의 내용을 인용해 박노식 시인과 작품에 대해 전하자면, “이용악 이래 순도 높은 우리 서정시의 계보을 잇고 있다”(황지우)는 말, “사랑의 고통, 그 단발마 비명의 안녕에 대한 비손”(안상학)이라는 말, “자신과 세계의 놀라운 대칭을 확대하여 사물과 사물의 모든 관계 속으로 옮겨놓는다”(박성현)는 말에서 눈치챘겠지만 박노식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화엄(華嚴)이다. 화엄 속에서 타자의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비손, 그리하여 세상의 안녕을 비는 어미의 비손이다.

■ 박노식 시인
2015년 『유심』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이 있음.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2022년 『마음 밖의 풍경』 출간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