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 감독, 복싱선수 꿈꾸는 아이들 위해 17년간 헌신

인터뷰
박구 감독, 복싱선수 꿈꾸는 아이들 위해 17년간 헌신
<박구 화순군체육회 복싱팀 감독>
아이의 장기(長技) 찾아 살려주는 게 어른들의 몫
운동 실력보다 인성과 정직함 먼저 강조
사제지간 오가는 정 듬뿍 느낄 때 가장 보람 커
  • 입력 : 2022. 07.19(화) 12:10
  • 김지유
박구 화순체육회 복싱팀 감독은 매일같이 퇴근하자마자 하니움 복싱체육관으로 달려가 복싱선수의 꿈을 키워나가는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오로지 제자들의 성장을 위해 직장의 근무시간 외 모든 시간을 17년간 쏟아부은, 박구 화순군체육회 복싱팀 감독의 열정은 교육계와 체육계에 몸담은 이들에게 귀감과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전국체전 출전 10개 종목에 화순 복싱팀 선수 7명이 출전했는데 7명 모두 전남도 대표로 선발되는 쾌거를 올렸다. 화순의 복싱팀이 전남 복싱계의 주축이 돼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게 그러나 뜨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온 지도자가 바로 박구 감독이다. 복싱 선수를 꿈꾸는 화순의 아이들을 위해 17년간 무급으로 재능기부를 해 온 박구 감독을 화순저널 인터뷰석에 초대했다.<편집자 주>


▲ 화순의 복싱팀 선수들이 전국대회 수상, 국가대표 선발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비결은?

가장 중요한 것이 훈련장소입니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전국 최고시설을 화순군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아이들이 훈련을 아주 열심히, 성실하게 합니다.

그리고 실업팀, 고등학교 선수, 중학교 선수들이 연계돼 있어 각 팀 선수 코치진하고 실업팀 선수, 고등부, 중등부 꿈나무 선수들이 좋은 것을 자연스럽게 더 배울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선배들이 좋은 길을 가고 있으니까 중·고등학교 선수들이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목표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하게 됩니다.

▲ 화순 하니움 복싱체육관과 복싱팀에 대해 소개하신다면?

하니움 복싱체육관은 전남에서는 유일한 복싱 전용 체육관입니다. 국제시합 규격을 갖춘 링 2개에 172석 규모의 관객석, 체력단련실, 훈련실, 라커룸, 심판 대기실 등이 갖춰져 있으며 샌드백 등 기본 운동기구는 물론 체성분 분석기를 포함한 다양한 훈련 보조기구도 있어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객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경기용 대형 전광판과 영상시스템도 설치돼 있습니다.

복싱팀은 올림픽 선수로 출전했던 임애지 선수가 소속된 화순군청 실업팀, 화순군체육회 실업팀, 전남기술과학고 복싱팀, 꿈나무 선수들이라고 하는 화순중 복싱부 4개 팀이 있습니다.


▲ 제자들을 육성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첫째가 인성과 정직함입니다. 둘째는 꼭 이 운동을 해야겠다는 목적과 목표가 뚜렷해야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두 가지를 늘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도 병행해야 합니다. 운동만 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고 실업팀에 갈 수도 있습니다. 또 체육과 관련된 자격을 취득한 후 취직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격증이나 체육과 관련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공부를 병행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영어도 운동선수에게 기본입니다. 운동 끝나면 모두 1시간 30분 정도 영어학원에서 공부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중·고등 선수들이 소년체전, 전국체전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많이 냈을 때와 우리 화순군 아이들이 한국체육대학교에 제일 많이 들어가게 됐을 때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한국체대는 1년에 10명만 모집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2~3명이 들어갈 때가 있었고 3학년 학생 전원이 진학하게 될 때도 있었습니다. 졸업 후 고액의 연봉을 받고 성남시청, 청주시청, 보령시청 실업팀 선수들로 뛰고 있기도 합니다.

또 공부와 운동을 같이 시키다 보니까 열심히 잘하는 학생들은 또 좋은 곳으로 취업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전력공사나 화순농협 등에 취업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거짓 없는 모습으로 만날 수 있어 좋습니다. 이제는 제자들 연봉이 저보다 많기도 합니다. 가끔 제자들에게 ‘관장님이 삼겹살 먹고 싶으니까 술 한 잔 사주라’고 농담을 던지면 대학교 졸업하고 실업팀에 간 제자들이 ‘네, 관장님,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합니다. 사제지간에 오고 가는 정을 듬뿍 느낄 수 있을 때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 훈련을 지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하니움 복싱체육관이 없었을 때는 훈련할 장소가 없어서 사설 체육관인 천사체육관이나 운동장 또는 공설 광장 야외에서 훈련을 했는데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원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좋은 하니움 복싱체육관을 화순군에서 만들어주셔서 정말 편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실업팀 선수와 고등학교, 중학교 꿈나무 선수들이 모든 기량을 발휘해 훈련할 수가 있게 돼 정말 감사합니다.

▲ 좋은 지도자상에 대한 뚜렷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에게 좋은 지도자란?

제가 어렸을 적, 저를 지도해줄 좋은 지도자를 못 만나 야구를 포기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학생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진로의 방향을 잘 찾아가도록 안내를 할 수 있는 좋은 지도자에 대해 생각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나 교사는 무조건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대기업 취업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하는지 빨리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운동이든 공부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소질이나 특기, 잠재력을 파악해서 운동을 계속해야 할 것인지 다른 것을 준비해야 될 것인지 안내하는 것이 좋은 지도자이자 어른들의 몫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오랫동안 만나고 가르치다 보니까 공부 잘하는 아이, 기술이 좋은 아이, 사업적으로 뛰어난 아이 등이 눈에 보입니다.

아이들의 장단점과 특기를 잘 파악해서 운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은 운동에 전념하도록 지도하고, 재능은 없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운동은 취미생활로 하고 필요한 자격증을 따서 취업하도록 방향을 잡아줄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을 볼 때 단면만 바라보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분명히 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지도자란 그걸 발견해서 키워줘야 합니다.

▲ 첫 운동 야구를 포기하고 복싱을 선택한 이유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야구를 했습니다. 화순초에서 리틀야구 대표 선수를 했는데 화순에서 광주로 바로 중학교를 못 가니까 6학년 때 서석초로 전학을 갔습니다. 그리고 광주 진흥중, 진흥고로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광주상고가 야구로 잘 나가고 있어서 광주상고로 이적하게 됐습니다. 그때는 광주가 광역시가 아니라 전남이라서 계약위반이라고 야구 선수에서 제명을 시켜버렸습니다.

야구는 포기했지만 혈기왕성한 데다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고등학교 바로 옆에 챔피언복싱체육관을 찾아갔습니다.

그 복싱체육관은 아마추어에서든 프로에서든 광주전남에서 제일 유명했던 복싱체육관이었습니다. 그때를 계기로 복싱을 시작했고 이후 체육관 소속 선수 출신으로 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면서 쉽지 않았을 텐데도 오랜 세월 쉬는 시간과 퇴근 후 시간, 주말을 할애해 학생들을 헌신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이유는?

요즘은 중학교 때부터 자발적으로 복싱을 하고 싶어서 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선배들이 잘 되는 것을 보고 화순중에서 10~20등 안에 든 학생, 능주고에서 1, 2등 안에 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도 복싱 선수를 하겠다고 문을 많이 두드립니다.

예전에는 말썽을 피워 읍내에 있는 학교에서 쫓겨나 사평중에도 가고 능주중에도 갔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주로 부모가 이혼하게 된 후 엄마나 아빠와 살고 있던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외로워하면 데리고 잠을 자기도 하고,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 옥상에 가서 같이 보듬고 울기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가족처럼 아이들과 서로 유대 관계가 생겼고 위 형들이 잘하니까 동생들도 잘 따라 하게 됐습니다.

학교에서도 문제가 있으면 제가 부모님 대신 가서 죄송하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학생에게는 관장님하고 잘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냐고 타일렀습니다. 그래도 뒤돌아서면 또 사고치고, 제가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제 다 성인이 돼 사고 안 치고 잘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말썽 피웠던 아이들이 지금은 다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매년 전국에서 쏟아지는 선수만 해도 300명에서 400명 정도인데 한국체대에서 10명밖에 안 뽑으니까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닙니다.

용인대학교 등 좋은 대학들도 많이 있는데 한국체대는 올 장학생에다가 장학금까지 나오니까 학비 등 돈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어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입니다.


▲ 화순의 복싱 발전을 위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쾌적하게 훈련할 수 있는 최고시설인 하니움 복싱체육관이 있어 코로나 상황이었던 2021년도에도 화순의 학생들이 전국대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땄습니다. 실업팀 선수들도 금메달 1개 나오고 은메달도 꾸준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또 금메달 2개, 우승 2개, 또 선수권 대회나 대통령배에 나간 고등부 선수들이 금, 은, 동메달을 다 가져왔습니다. 전국에서도 화순의 복싱 실력을 알아줍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중학교 코치가 없어서, 중·고등학교를 다 맡아서 지도하다 보니 굉장히 바쁩니다. 감독 1명하고 코치 1명하고 있는데 저까지 동원돼 하고 있습니다. 중학생은 공부 다 시킨 후 8시부터 연습시키다 보니 쉬는 시간이 없습니다.

또, 화순군청팀 소속 선수는 임애지 선수 1명뿐입니다. 1명은 너무 외롭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여성 국가대표가 4명인데 그 선수들이 너무 고향에 오고 싶어 하지만 팀 사정상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뛰어난 선수들을 수급해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 가족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3년 전까지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체육관을 운영하는 것도 싫어했는데, 이제는 저를 많이 이해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아내가 저를 대신해서 차량 운행을 돕기도 합니다.

제 아들도 복싱 선수인데 박수인이라고 화순군체육회 소속으로 전국대회 나가서 67kg급 금메달을 따서 화순의 이름을 알렸습니다.

묵묵히 저를 믿어주고 기다려준 아내와 잘 자라준 아이들이 있어 제가 마음 놓고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김지유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