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9(토) 06:38
 강정채 전 전남대학교 총장 |
그런데 이즈음 또 다시 대 유행의 조짐이 보인다. 광주에서도 겨우 큰 위험을 겪어내고 조금 진정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새 환자들이 발생하는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서울과 교류하지 않고 일상을 지켜내기 어렵게 만든 우리의 잘못이 있지만 지금은 그 일을 탓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우선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일이 불난 집의 불끄는 일만큼 화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철없는 말과 행동으로 천지를 어지럽히고 있다. 특히 막무가내식 대중집회와 이 집회를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을 무력화시킨 법원의 판결,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동원해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있다. 존재양식은 개인이지만 인술이라 불리는 영역에서 이 사회의 지도자 아니면 잘 사는 사람들을 자부해 온 사람들의 집단인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의사협회다. 이들은 지금처럼 위중한 시기에 공공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늘리려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고 전공의들과 개업의들을 선동해 전국적인 파업과 함께 서울의 한복판에 모여서 시위를 한단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사립의료 체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바이다. 실제 우리는 이번처럼 예측하지 못한 전염병 대유행에서 공공의료 체제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런데도 국민과 나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그야말로 살신성인해 온 공공의료체계를 막자고 쌍지팡이 짚고 나서는 의사협회 집행진은 어떤 의식구조를 갖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다.
나는 이제 늙어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앉은 의사이지만, 내가 경험한 삶에서 국가사회가 의료계의 성실하고 헌신적인 사고와 행동에 거는 염원과 기대가 지금보다 더 큰 적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집단의 이기적인 행동이 아닌 헌신적인 의료인들이 있다고 믿는 국민들의 기대와 염원도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도 이런 기대와 염원, 공공의료체제를 확립하려는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버리는 것이고 지식인의 책무를 던저버리는 몰염치한 짓이다.
여기서 후배인 의료진에게 묻고 싶다. 인구대비 의사 수가 지금보다 적었을 때 여러분들의 삶이 더 보람이 있었는지. 의약분업을 제도화 할 때 학생들과 전공의들을 압박해서 반대시위하고 파업해서 얻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지금도 의약분업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는지. 의사·의료·의학 ·국민 보건의 발전을 위해 지금 여러분들은 어떻게 기여하려고 하는지. 사회와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의사는 행복해지는지를 묻고 싶다.
민주노총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러분이 하는 집단 시위가 우리 사회의 상식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지. 민중이 고통스러운 때 민중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무관심한 민노총이라고 조롱당하고 싶은지를 꼭 물어보고 싶다..
사회가 어려운 때는 사회의 안전이 우리가 추구할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 지금 코로나-19 전염병의 위협은 깨지기 쉬운 도자기에 담긴 물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노력을 위협하는 눈먼 도끼와 같다. 독을 깨지지 않게 지키는 일을 먼저 해야 할 때다.
종교, 정치, 경제, 의료, 민중의 발전까지 모든 분야에서 독을 깬 뒤에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전염병의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극복하기 어려운 재난을 극복한 뒤에도 그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은 이기적이고 좁은 시각들을 버리고 힘을 함께 모아 장래를 걱정할 때다.
철없는 말과 행동으로 천지를 어지럽히는 일부 사람들부터 사회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인과 민중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무관심한 노동계까지. 그들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자료제공/전남일보>
화순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