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화순군의원은 왜곡되지 않은 군민의 알 권리 충족이 중요한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숙 화순군의회 의원은 소수정당 초선의원이지만 돌봄노동자와 공동주택 경비·미화 노동자 지원 조례 등 생활과 맞닿은 정책을 내놓는 등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의회와 행정에 전하고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 군민의 알 권리를 기본 가치로 삼는 김지숙 의원을 본지 인터뷰석에 초대해 일문일답식의 인터뷰를 진행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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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에 뛰어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나 동기가 있다면?
뛰어들었다는 표현보다는 스며들었다는 말이 좀 더 맞을 듯합니다. 결혼 이후 화순에서 거주하게 된 순간부터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지금의 진보당에 이르기까지 쭉 당원이었습니다.

전업주부, 시간제 노동자, 마을교육협동조합 실무자, 학교 상담사로 곳곳에서 열심히 일을 해왔습니다. 일하면서 소소하다고 생각했던 불공정과 불평등한 상황을 마주할 될 때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려면, 우리들의 일상의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해서 정치적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이런 역할을 누군가에게 맡겨둔 채 소극적 응원만 해왔던 자신에 대한 각성이 어느 날 일어났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들었습니다.

김지숙 의원은 스스로 개천에서 용 나듯 의원이 됐다고 표현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대변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집무 중인 김지숙 의원.

▲ 생활과 밀접한 정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소수 약자계층을 대변해서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소신을 피력한다면?
소신이라기보단, DNA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정치의 문턱이 높거나 단절돼 있다 보니, 어쩌면 정치계에서는 비주류에 해당하는 평범한 사람이 개천에서 용 나듯 의원이 된 셈입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것 아닐까요?

▲ 화순군의 민주화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단기적, 중·장기적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매우 어려운 질문이네요. 늘 하는 생각이지만, 의원직을 맡게 된 지 이제 3년 반 정도 지났으니 아직은 모르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범한 화순군민으로서의 삶에서 느꼈던 바와 동일한 것도 있지만, 의원이 되고 나니 새롭게 깨닫는 것도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왜곡되지 않은’ 군민의 알 권리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민이 손만 뻗어도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하고, 권력자에 의해 왜곡되거나 변형되지 않은 정보 그대로 전달될 수 있어야 합니다. 큰 맘 먹고 따지거나, 민원으로 들이밀기 전에 기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한적 정보를 습득하는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불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구소멸로 대두되는 지방소멸 문제의 극복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서울·경기를 제외하고는 지방소멸 문제에 대해 해법을 내놔야 하는 상황인데, 화순은 어떻게 소멸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크든 작든 몸부림에 가까운 도전들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화순군민이 떠나지 않고, 고향을 다시 찾은 청년들을 품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당장 시급한 현안인 동시에 장기적인 현안이겠지요.

김지숙 의원은 조례를 만드는 과정 중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이 가장 큰 의미를 가진다고 전했다.

▲ 지금까지 발의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조례·정책 가운데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드러난 성과가 있다면?
저는 조례제정 과정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입니다. 조례의 이용자, 수혜자 등을 잘 따져 필요성과 효과,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하니, 혼자 책상에 앉아서 해내기엔 어려운 일들이죠. 작더라도 간담회와 현장 방문, 설문조사 등을 빠지지 않고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례를 만드는 과정 중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이 8할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돌봄 노동자 지원조례를 만들 때는,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노인생활지원사, 아이돌보미 선생님들 각자의 고충과 설움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주택 경비·미화 노동자 지원조례를 만들 때는 화순군 공동주택 전체를 돌며 대면설문을 진행했고, 열악한 처우와 휴게시설 환경 등을 살필 때는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한없이 미약하단 생각에 눈물이 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조금씩 발전은 있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의 처우개선도 이루어졌고, 힐링 프로그램도 개최됐습니다. 경비·미화 노동자의 휴게시설 지원사업 예산도 마련됐습니다. 그분들의 노고에 비하면 여전히 너무나 작은 성과라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 소수정당의 기초의원으로서 느끼는 아쉬움이나 한계 등이 있을 텐데.
처음엔 의기양양하게, 세게 부딪치다 보니 그에 따른 상처도 컸던 것 같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야속함보다는 고단함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분노를, 화를 분출하는 게 맞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아쉬움과 한계는 스스로를 꺾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 아쉬움은 더 채울 수 있고, 한계는 없는 것입니다. 될 때까지 나를 추스르기만 한다면, 언제라도 방법을 찾아 조금씩이나마 열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 집행부를 견제하기도 하고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해야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집행부가 의회를 진짜 ‘군민의 대변인’으로 대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호남의 정치가 오랫동안 일당일색으로 유지되면서, 마땅한 견제 없이 협력이란 이름의 거수기 노릇을 강요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군민이 화순군의 주인’이라는 마땅한 명제를 두고도, 실제 정책과 제도 속에 녹여낼 고민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군민의 대변인인 의원들의 마땅한 역할인 ‘견제와 감시’ 기능이 무뎌지게 만들었으니, 그것부터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지숙 의원은 평소 SNS 활동과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통해 주민과의 접촉을 늘리고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 화순군의회 의원 중 유일하게 후원회가 있던데, 지역 정치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기초의원 후원회 결성이 가능해지면서 큰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후원회원 모집과 후원금 모금이 의정활동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액이라도 후원을 통해 회원이 되고, 원하는 정치를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군민들에게도 주는 것이지요. 후원회는 정치인에게 당연히 필요한 ‘정치자금’을, 음지에서 양지로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통로 역할도 합니다.

매달 생각날 때마다 소액을 후원해 주시는 분이 계신데, 한 번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십시일반 모아서 몰래몰래 독립운동 자금 대는 심정’이라고요. 뭐 그 정도로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위해 특별히 추진하고 있는 활동이 있는지? 앞으로 주민과의 소통 방식을 어떻게 확장·변화시킬 것인지 듣고 싶다.
사실 초선 의원으로서 기본적인 활동에 충실하는 것만으로도 어렵고 정신없는 한 해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놓지 않는 활동들이 몇 개 있다면, 페이스북, 인스타, 밴드 등에 의정활동 보고를 최대한 소상히 올리는 일입니다. 댓글, 좋아요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DM을 통해 답장을 보내며 질문을 해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길 가다 마주치는, 전혀 친분이 없는 분들께서 스스럼없이 민원을 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덤도 있습니다. 후보 결심을 하기 전이었던, 2021년 1월부터 시작한 쓰줍(쓰레기 줍기) 활동입니다. 한여름, 한겨울을 빼고는 아침이나 주말에 1~2시간 정도 쓰줍 활동을 하는, 스스로와의 약속이자 마음을 정화하는 차원의 활동이었는데, 지금은 주민들과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소통 방식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진보당 조끼를 입고 있어도, 정장이 아닌 추레한 복장 때문인지 알아보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자주 마주치니 알아봐 주시고, 지켜만 보시다가도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나면 신뢰를 가지고 마음의 문을 열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김지숙 의원은 정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전하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수단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초선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드라마 속 대사처럼, 빛나지 않은 순간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떨려서 우황청심환을 먹고 본회의장 단상에 섰던 날, 어렵고 힘든 민원을 1년이 넘어서야 해결할 수 있었던 날, 조례제정이나 정책추진으로 도움을 받았다는 주민들의 말씀, 생각지도 못했던 응원과 위로, 기대의 메시지들. 모든 순간이 선명합니다.

▲ 정치적인 행보든, 한 인간으로서든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한 번뿐인 생에서 하고 싶은 일은 차고 넘칩니다.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는 저 한 명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진보당이 아니었다면 저는 정치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치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주고,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인 것입니다. 그 수단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쓰이게 될 테지요. 요구에 따라서는 선출직 정치인이 아닌 다른 쓰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화순군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제 의원 생활은 쉼 없는 도전과 용기, 그리고 알아차림과 성찰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철없던 어제의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한없이 채우기보다는, 채우기 위해 비운다는 것이 뭔지를 서서히 배워가고 있습니다.

너무나 마땅하고 당연해서 믿기 어려운 말이라지만, 그럼에도 이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지숙 의원은 의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무뎌졌음을 지적하며, 집행부가 의회를 진짜 군민의 대변인으로 대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