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둔리 숲정이 다리.

전남 화순 동복면 연둔리 숲정이는 단순한 산책길이 아니다. 약 400~500년 전, 마을 주민들이 동복천의 홍수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느티나무·버드나무 등을 심어 만든 숲이다. 인공적으로 시작됐지만 세월이 흐르며 자연보다 더 자연다운 숲으로 자라나, 2002년 ‘아름다운 마을 숲’에 선정될 만큼 가치 있는 문화경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이곳을 찾을 때마다 예전의 고즈넉함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들이 늘고, 숲과 강이 지닌 조용한 풍경은 점차 뒤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새로 건설된 다리는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교통이나 수해 방지라는 필요성이 있었다 해도, 자연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이 문제는 연둔리만의 일이 아니다. 능주 영벽정 일대 역시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며 지역 고유의 풍광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의 명소들이 자연 보존을 최우선으로 두고 작은 공사 하나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우리는 너무 쉽게 개발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자연의 품격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연둔리 숲정이는 사람이 자연을 지키기 위해 심은 나무가 수백 년을 버티며 만든 귀중한 유산이다. 이 숲이 지켜낸 시간과 이야기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더 지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아름다운 곳을 아름답게 사용하고 유지하는 일, 그것이 지금 연둔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메시지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