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범 화순야학 교사.

어제 화순에 약간의 첫눈이 펄펄 흩날렸습니다. 날씨가 추워지자 인간미가 넘치는 야학 박상범 선생님이 불쑥 생각이 나서 오늘 선생님의 아드님이 경영하는 찻집에서 선생님을 만나 담소를 나눴습니다.

박상범 선생님은 작년에 야학에서 저와 캄보디아 결혼이민자 김지민 씨에게 중학교 사회과목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이 중학교 과정을 잘 가르쳐주셔서 저와 지민 씨는 둘 다 검정고시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단번에 합격했을 때도, 지민 씨가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을 때도 선생님께서는 사모님과 함께 나오셔서 둘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셨습니다.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여름날 밤에는 수업이 끝나고 우리 둘을 선생님네 찻집으로 데리고 가서 팥빙수를 대접해주셨습니다. 지민 씨와 저는 감격에 목이 메었습니다. 봉사로 야학에서 우리를 가르쳐 주시는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황송한 대접까지 받다니! 선생님은 지금도 야학에서 봉사하고 계십니다.

항상 웃으시는 인자한 얼굴로 우리에게 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셨던 박상범 선생님은 전남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으며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향교 활동으로 인성교육, 유교아카데미 교육을 하기도 하셨습니다.

2019년 목포시청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 화순 일심리로 와서 집을 짓고 커피숍을 하고 있습니다. 93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선생님은 땀 흘려 텃밭의 콩 농사도 지으며 살고 계십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선생님은 효자라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특히 막걸리를 좋아하시는 선생님은 새참으로 막걸리 한잔을 하신다고 합니다. 친화력이 있는 선생님은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어서 ‘바르게살기 운동 화순군협의회 지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한마음 산악회’ 회장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은 지리산을 9번 종주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소탈한 성격이신데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고 하셨습니다. ‘외유내강’의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한 번 하고자 마음을 먹으면 끝까지 해내야 하는 신념의 소유자였습니다.

오래전에 전대병원 옆에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3개월 동안 투쟁해서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때 처음으로 ‘보람 있는 일을 했구나!’하는 자긍심을 가지셨습니다.

화순초등학교 51회 동창 모임의 회장도 맡아서 했던 선생님은 “고향 화순이 산이 많고 산세가 수려하고 푸르러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이에요.”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소나무와 수목들이 우거져있는 고향 화순의 자연풍경과 역사적인 인물 등에 대해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글로 남기고 싶어요.”라고 하셨습니다.

‘화순예총’에서 자문위원을 하고 있는 선생님은 예총단체에서 각 공연과 전시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수필 ‘고추와 어머니’, ‘각시박굴’을 쓰셨으며 시 창작도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콩밭에서’라는 시를 보여 주셨습니다. 수필을 쓰는 저는 시에 관심이 많아도 아직 시 쓰기가 어려워서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박상범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저도 다른 사람한테 온기를 주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퇴직 후에 가진 밝은 화순을 만드는 꿈이 꼭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박상범 선생님을 격하게 응원합니다.

김옥화
수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