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이 터전, 화순. 그 안에는 언제나 결이 다른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져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성과의 이면에는 구조적 한계와 원칙의 망각이 자리하고, 빛나는 중심에는 어두운 면도 공존합니다. 완전한 지역은 없고, 결점 없는 공동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불완전함이 우리가 화순을 사랑하지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화순을 사랑해야 할 이유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화순 곳곳에서는 묵묵한 헌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름 없이 봉사하는 이웃들, 사명감으로 지역을 보듬는 민간의 손길, 그리고 책임을 다하는 공공의 노력까지. 이들의 땀과 진심이 모여 화순은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타성과 연대야말로 화순을 지탱하는 진정한 힘이며, 그것이 바로 ‘화순 사랑의 결정체’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비판을 동반합니다. 비판 없는 사랑은 무관심이나 무지함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역이 안고 있는 병목과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문제의식이야말로 성숙한 애정의 표현입니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묻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 함께 개선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입니다.

더 나은 지역을 향한 의지, 성장을 위한 성찰. 이것이 진정 화순을 사랑하는 이들의 공통된 마음입니다. 변화는 더딜 수 있고, 불편함과 반발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관심, 책임 있는 참여,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다면 화순은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지방의 변화는 수도권처럼 빠르지 않기에 더욱 세심한 관찰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화순은 고령화, 인구 감소, 산업 기반의 취약성 같은 현실적인 과제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공동의 의지가 모일 때, 화순은 다시 한 걸음 도약할 수 있습니다.

비판하되 냉소하지 말고, 문제를 지적하되 연대를 선택하며, 무관심이 아닌 협력으로 공동체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화순을 사랑한다’는 말은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려는 의지를 품는다’는 고백입니다. 그 마음을 지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야말로 화순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며, 지역의 내일을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가 그 길 위에 함께 서 있기를 바랍니다. 화순의 오늘을 품고,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화순 사랑의 결정체’이며, 진정한 공동체 성숙의 출발점입니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