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우(Korean fox)는 토종 붉은 여우로 과거 한반도 전역에서 살았다.

그러나 1960년대 정부가 전국 쥐잡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은 여우들이 많이 죽었으며, 무분별한 포획 역시 이어져 여우의 개체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1978년 지리산에서 한 마리가 잡힌 것을 마지막으로 멸종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2004년 강원도 양구의 한 민가 부뚜막에서 죽은 여우 시체가 발견되면서 다시 서식 가능성이 제기됐고, 2014년 5월에는 밀양의 가지산 도립공원 인근에 나타난 여우의 모습을 부산대 홍석환 교수가 촬영해 공개하기도 했다. 2020년 청주시내에서도 여우가 돌아다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우는 넓은 평지에서부터 1,800m 고지에 이르는 산악지대에 이르기까지 단독으로 생활하는데, 주로 밤에 활동하면서 들쥐, 토끼, 꿩, 오리, 개구리, 곤충과 과일까지 다양한 먹이를 가리지 않는다. 개(犬)과에 속하고 몸길이 66~68cm에 꼬리 길이는 42~44cm이며 체구는 그리 크지 않다.

여우는 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의 동물로 인식되어 있을까? 동서양에 걸쳐서 알려진 수많은 이야기 속 여우는 간교하고 술수를 잘 부리는 모습이다. 교활하고 변덕스러우며 남성들이 다루기 힘든 여성을 비유하는데 주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전설의 고향’과 같은 드라마에서 꼬리가 9개 달린 여우를 구미호(九尾狐)로 묘사하여 둔갑을 잘하고 사람의 간(盰)까지 빼먹는다고 알려져 있기에 많은 이들이 요물이나 요괴 취급을 받게 됐다.

한편 예로부터 꾀가 많고 영악한 여자나 애교와 정(情)이 넘치는 여자를 ‘여우 같다’고 표현하는 것 역시 그렇다. 남에게 아양을 떨며 얼씬거리는 것을 한자로 호미(狐媚)라 하는데, 중국 은나라 주왕의 애첩이자 유명한 독부인 달기, 유왕의 애첩인 포사 역시 9개의 금빛 꼬리를 가진 여우라는 뜻의 ‘금모구미(金毛九尾)’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였다.

또한 여우는 자기 굴을 파지 않고 너구리 같은 다른 동물의 굴을 빼앗아 살거나, 공동묘지 부근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살기 때문에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강해졌다. 묘와 가까운 곳에 얼씬거리는 여우는 조상들로부터 선조의 묘를 파헤칠까 불안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곧 여우를 귀신으로 여기는 풍조로 이어져, 사람의 간(盰)을 빼먹고 천년을 살면 완전한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속설까지 만들어냈다.

그러나 오늘날 여우는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도 벗었다. 2009년에 한국 토종여우의 인공 번식과 복원계획이 마련되었고 2011년에는 소백산 국립공원에 여우의 자연 적응과 훈련장이 완공됐다. 환경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우 복원계획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예전에 지리산 반달곰의 자연 방사한 후에도 올무와 같은 여러 밀렵 행위로 희생된 예를 경험 삼아 다시금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앞으로는 우리 주위에서 여우를 더 자주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문제는 여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의 굴레를 벗겨주고 들쥐·개구리·꿩 등을 잡는 여우의 모습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