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배 동면노인회장이 지역의 노인과 학생 등 취약계층을 위해 봉사하며 느낀 보람, 80여 생을 살며 느낀 삶의 의미와 가치 등에 대해 전했다. (이준배 회장의 자택 정원)

“우리 이준배 회장님이 화순군에서는 1등 노인회장님이에요.” 노인회관에서 만난 동면 어르신 중 한 분의 이준배 동면노인회장에 대한 칭찬이다.

8년 전 동면노인회장으로 추대된 후 지금까지 지역의 어르신과 취약계층을 위해 봉사해 온 이준배 노인회장을 본지 인터뷰석에 초대해 80여 생을 사시면서 느꼈던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들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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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회장은 봉사하기 위한 자리, 힘든 일 대신하며 보람 느껴
동면 노인회장직을 맡게 된 것은 올해로 8년째입니다. 2018년에 이어 2022년에 연임 추대되면서 지금까지 봉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노인들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에게는 제도적 혜택은 둘째치고, 불편한 사항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노인회장이 되고 나서는 거동이 자유롭지 못해 마을 바깥으로 나오는 것조차 힘든 노인들을 위해 민원 접수 등 품이 드는 일을 대신하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준배 노인회장이 동면 노인회관에서 초등학교 교사, 범죄예방위원, 문화유산 해설사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신적 세계가 확장됐다고 전했다.

▲ 노인 문화 상향 평준화 시대, 동면 노인회만의 차별화된 ‘건강 독본’ 책자 발행
20년 전과 다르게 노인들도 건강 정보, 생활 속 매너 등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소통 방식이 발달하다 보니 문화가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습니다. 동면노인회에서도 지역의 노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어울려 문화생활, 사회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노인회 시설을 잘 조성해 뒀습니다. 이용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알리고 있습니다.

보통 노인회 사업으로 회원들을 모아 교육사업을 추진하곤 하는데, 동면 노인회에서는 차별화한 사업으로 ‘노인 건강 독본’ 책자를 펴내고 있습니다. 책자를 만들어 전달하면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노인들이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여러모로 유익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초등학교 교사, 범죄예방위원 등 다양한 활동 통해 정신적 세계 확장
정년퇴직하기 전까지 농촌지도소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었습니다. 퇴직 후 좋은 기회가 주어져 2003년 화순초등학교에서 한 달 정도 기간제 교사로 일하게 됐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장흥대덕초에서 또 약 1년간 기간제 교사를 역임했습니다. 아이들을 처음 가르칠 때는 막막했지만, 그 경험은 제 인생에서 아주 특별한 일이었고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후 2005년에는 범죄예방자원봉사 광주지역협의회 위원으로 위촉돼, 청소년의 범죄 예방을 위해 봉사했습니다. 아이들이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 보람이 컸습니다.

또한 고인돌 해설사 양성교육을 이수 후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문화유산 해설사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퇴직 후 다양하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배운 후 봉사활동을 하면서 저의 정신적인 세계가 더욱 확장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준배 노인회장이 자택 정원을 가꾸는 모습.

▲ 경주이씨 익재공파 좌랑공종회장으로서 문중 위해 책임 다하며 큰 자부심 가져
2011년 경주이씨 익재공파 좌랑공종회장으로 취임 후 지금까지 문중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문중의 묘에서 제사를 지낼 뿐만 아니라 시기마다 벌초하고, 보수하는 등 관리 작업도 도맡았습니다. 경주이씨 문중을 위해 일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다른 적임자에게 인계하려고 해도 이런 일을 직접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산소를 1년에 몇 번 가보지도 않는 조카들 세대에게는 뿌리의 소중함이 잘 와닿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중을 모시고 종회를 운영해나가는 것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예절의 근본이니,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어려운 아이들 돕기 위해 매달 소액이지만 꾸준하게 후원해 와
먼 친척 중 부모 없이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가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 매달 5만 원씩 10년 넘게 후원했었습니다. 그 아이가 훌륭하게 성장해 의사가 됐다는 소식까지 듣고 나니,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취약한 환경의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이준배 동면 노인회장이 자택 서재에서 동면의 취약 학생을 위해 매월 소액이지만 직접 후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벽면에는 이준배 회장의 부모님 사진을 담은 액자가 걸려 있다.

흔히 ‘만 원이면 어려운 아동을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의 후원 광고를 TV에서 접합니다. 그러나 왠지 그렇게 후원해서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온전히 후원금이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노인회장이 된 이후부터 매월 2만 원씩 동면의 어려운 학생에게 직접 후원해 오고 있습니다. ‘후원받는 학생에게는 2만 원이 정말 적은 돈에 불과할 텐데’ 하는 생각에 더 많이 후원하지 못해 마음 한구석에 늘 미안함이 있습니다.

▲ 돈보다 더 가치 있는 ‘나누는 삶’ 함께 살아갔으면
바둑을 할 때, 맨 처음 놓는 한 수가 아주 중요합니다. 인생에 비유하자면,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앞으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있다면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생활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지금은 하루 일당 10만 원을 버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대사회는 경쟁의 풍조가 만연돼 있고 돈에 대한 집착도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은 강퍅해지고 개개인들은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조금씩 이런 마음을 내려놓고 서로 돕고 정을 나누며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준배 노인회장이 경쟁의 풍조와 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서로 나누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준배 회장의 자택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