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농가를 대상으로 농작업을 대행하고 있는 조준성 조합장. 벼멸구 피해를 입고 주저앉은 벼를 수확하고 있다.

화순군의 벼멸구 피해가 전년 대비 심각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서면의 경우 벼 재배 농지 약 300ha 중 절반에 달하는 150ha 이상이 벼멸구 피해를 입고 주저앉은 모습이었다.

벼멸구는 중국에서 날아와 볏대 아랫부분에 집단으로 서식하며 벼 줄기에 구멍을 뚫고 즙을 빨아 먹어 고사시키는 해충이다. 피해 벼는 이삭까지 완전히 말라붙어 볏대가 주저앉기 때문에 벼 생산량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올해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길게 이어지면서 발생량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벼멸구 피해로 심각하게 주저앉은 이서면의 벼 재배 농지.

벼멸구 피해로 심각하게 주저앉은 이서면의 벼 재배 농지.

조준성 화순농협 조합장은 “벼멸구 피해가 너무 심각해 농민들이 아우성이다. 우리 지역 농가 대부분이 고령의 어르신들이니 농협에서 대신해 벼를 건조해 보관하고 있다. 정부에서 수매할 때까지 보관하고 있으니 농가소득은 없는 상황이고, 농협에서는 일손이 많이 들어가는 양쪽 모두 힘든 상황이다.”고 했다.

또한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농민들의 경제적 손실은 점점 커지고 있다. 피해 농가의 절박한 심정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구체적인 피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정부에서 벼멸구 피해 벼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니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벼멸구 피해를 입어 미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벼지만 화순농협 이서지점 건조장에서 받아서 건조 작업을 하고 있는 최우현 이서지점장.

최우현 화순농협 이서지점장은 “원래는 지역의 농민들이 재배한 벼를 농협에서 전량 수매했지만, 벼멸구 피해를 입은 벼는 미질이 떨어져 농협에서 수매할 수 없다. 농민들이 벼를 보관할 수 없으니 농협에서 건조한 뒤 보관하고 있다. 추후 국가에서 피해 벼 수매 신청을 받을 때 판매할 예정이다. 정부에서 피해 벼를 충분한 가격으로 수매해 농민들이 마땅히 보상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서면 수만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문태주 어르신. 벼멸구 피해가 올해처럼 심각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수만리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문태주 어르신은 “젊은 시절부터 나이 아흔이 넘도록 농사만 지었다. 그런데 올해처럼 벼멸구 피해가 심각한 것은 평생 처음 본다. 볏대가 다 말라 멀쩡한 것이 없다. 헛농사가 됐다. 나라에서 피해 보상을 해준다고 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고 했다.

한편 올해 화순 관내 벼 재배면적 4,386ha 중 약 45%에 해당하는 1,973ha에 벼멸구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화순군은 예비비 3억 6천만 원을 긴급 투입해 지난 9월 24일 기준 벼 재배 농지 2,510ha에 긴급방제를 지원하는 등 농작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벼멸구 피해로 심각하게 주저앉은 이서면의 벼 재배 농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