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8(화)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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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새는 국내 전역에서 번식하는 철새로, 봄의 전령사라고도 불린다. 휘파람새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봄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춘고조(春告鳥)라고도 부른다.
휘파람새는 매화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진다. 옛 중국 산동(山東) 지방에 질그릇을 만들며 살아가는 ‘용래’라는 총각이 있었다. 그에게 예쁜 약혼녀가 있었는데, 결혼을 며칠 앞두고서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용래는 너무나도 슬퍼 약혼녀의 무덤가에서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어느 날, 무덤 옆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자라난 것을 보고 약혼녀의 넋이라 여긴 용래는 나무를 정성껏 돌보기 시작했다. 어느덧 나이가 든 용래는 자라난 매화나무를 쓰다듬으며 “내가 죽으면 누가 돌봐주나?” 하고 탄식했다.
이후 용래가 죽고 나니 매화나무 옆에 예쁜 단지 하나만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단지의 뚜껑을 열자, 그 속에서 휘파람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고 한다. 용래가 죽은 뒤 휘파람새가 된 것이다. 이런 전설 때문인지, 지금도 매화꽃이 필 때면 휘파람새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죽은 용래가 약혼녀를 잊지 못해 애절하게 매화나무를 따라다닌다는 의미이다. 매화나무에 휘파람새가 앉아있는 그림은 못다 이룬 사랑을 표현하는 것과도 같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소울버드’라고 부르며 새장에 넣어 기르는 것이 유행했다. 앵사(鶯飼)라 일컫는 휘파람새 장수가 따로 직업을 이룰 정도였다. 그러나 워낙 고가인데다 키우기가 까다로워 모이를 만드는 작업에만 한두 명이 하루종일 매달려야 했다.
볶은 콩과 현미 가루, 겨를 섞은 뒤 말린 붕어, 피라미 가루를 넣고, 무청 즙에 개어 모이를 만들었다. 곤충도 1~2마리는 줘야 했다. 이렇게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모이를 주며 길러도, 사람이 보는 앞에서는 울지 않으니 오동나무 상자에 넣고 문을 달아 아스라이 빛을 비춰 줘야 비로소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까다롭다 해도 잘 키우면 수명이 길어진다고 하여 천고(天鼓)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일본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岐潤一郞)가 쓴 ‘슌킨 이야기(春琴抄)’에는, ‘휘파람새는 때와 장소가 갖춰져야 비로소 정취 있게 울음소리를 낸다. 짐승도 예의범절을 이해하거늘, 너희는 인간으로 태어나 새에게도 미치지 못한다.’며 아둔한 제자들을 꾸짖는 내용이 나온다. 여러 사람이 즐기는 화투놀이에도 새와 짐승, 꽃들이 그려져 있는데, 그 중 2월에 해당하는 홍단짝 속에서도 휘파람새를 찾아볼 수 있다.
휘파람새의 울음소리는 그 어느 음악가라도 흉내낼 수 없는 음악이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고 완벽한 멜로디는, 아침부터 밤까지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매화와 더불어 출현하는 휘파람새는 예의 바른 선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화순의 둘레길을 걸을 때면 아침의 전령사 같은 황홀한 새소리가 들린다. 호기심에 소리의 주인공을 보려고 소리나는 쪽으로 조심히 접근하면, 어느샌가 낌새를 알고 다른 곳으로 옮겨 날아가 버린다.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 휘파람새의 울음소리는 마음 깊이 여운을 남긴다.
선비들이 시조를 읊는 소리처럼 하루를 즐겁게 해주는 아침의 새소리. 오염되어가는 환경 속에서도 제 본분을 다하는 새소리의 행복을 우리는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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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