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 복림마을(이장 이광남) 주민들이 지난 11일, 마을 유산각에 모여 ‘해주 오씨 할아버지 부부’와 ‘능성 구씨 할머니’의 덕을 기리는 마을 제사를 지냈다.

지난 11일은 음력 3월 3일로, 강남 간 제비가 돌아와 추녀 밑에 집을 짓는 ‘(삼월)삼짇날’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복림마을 주민들은 매년 삼짇날이 돌아오면 마을 제사를 지낸다.

이제는 마을의 원로도 그 기원을 모른다는 제사는 기록조차 없어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다. 구전의 정확성도 세월에 바래졌다. 그저 수백 년 전 복림마을에 살던 ‘해주 오씨 할아버지 부부’가 마을에 적지 않은 전답을 기증한 덕을 기리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제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손이 없어 대를 잇지 못하고 그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해주 오씨 할아버지 부부’는 동네의 묘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복림마을 주민들은 십수 년 전부터 ‘능성 구씨 할머니’ 제사도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를 여의고 혼자 남은 능성 구씨 할머니를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보살폈다고 한다. 할머니는 집터를 마을에 기증했다.

마을을 위해 토지를 남기고 좋은 일을 한 고인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올리는 제사 문화는 단순히 제사로서의 의미만 지니지는 않는다. 온 마을 주민이 모이는 삼짇날 이웃들 간의 정을 나누며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는 귀중한 공동체로서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시간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잊혀진다. 개개인의 조상 제사도 꺼리는 요즘, 몇백 년을 계속해서 동네 제사를 이어오고 있는 복림마을 주민들은 이 전통을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농촌이 무너지고 소멸 위기에 놓인 지금, 여전히 농촌 공동체에서만 볼 수 있는 정서와 문화를 복림마을은 보존하고 있다.

이광남 복림마을 이장은 “두 내외의 제사는 동네 사람들을 정으로 이어지는 끈이다. 마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후대에 물려줄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