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가사처럼 빈대떡은 가난한 사람들이 즐겨 먹던 음식 중 하나이다. 빈대의 어원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가설들만 많고 정설은 없다. 그래도 그 중에 르완다어(중앙아프리카)인 birindra=to long along에서 유래한 말로 ‘둥글 납작한 게 뒤집혀지면서도 계속 사람을 따라 다니는 해충’의 뜻을 가지고 있다.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 젊은 시절, 하숙집에서 빈대를 피하려고 침대 다리 4군데에 접시 물을 놓고 잤는데 괴로워서 잠에서 깨어보니 빈대들이 물을 피해 천장으로 올라가서 침대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노력에 감명을 받아서 재벌회장이 되었다는 뒷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로 빈대의 공격성은 대단하다.

빈대가 우리나라에 언제 어떻게 들어와 살게 됐는가의 유래도 확실한 연구와 기록이 없다. 다만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 조복성이 쓴 <곤충기-1948년>에 따르면 지중해 지역에서 박쥐에 기생하던 빈대가 동굴에 들어와서 살던 옛 사람들에게 옮겨왔을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고대 이집트의 유적에서 발굴된 노동자들에게서 빈대의 잔해가 발견된 점에서도 빈대가 사람을 괴롭혔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즉 동굴에서 옮아온 빈대가 사람들이 마을과 도시를 형성하게 되면서 더욱 넓은 지역에 퍼졌고 사람들과 숙주 관계를 맺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고대 이집트의 유적에서 발견된 노무자들의 시신에서 빈대의 잔해가 발견된 점을 보더라도 얼마나 사람을 괴롭혔는지 알 수가 있다.

이처럼 인류와 함께 동숙해온 빈대의 1970년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지붕개량, 주거환경의 개선으로 위생 상태가 좋아지고, 살충제에 의해 퇴치됐던 것이 2006년부터 다시 빈대의 출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특히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등 국제도시뿐 아니라 원룸, 기숙사, 다세대주택, 찜질방, 목욕탕에서부터 지하철 안에서까지 보고 되고 있으며 이제는 안전지대가 없을 정도로 전파되는 느낌마저 든다.

예전 70년대에는 연탄가스에 질식돼서 빈대가 죽었다는 우스개소리까지 있었으나 과거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빈대는 재빠르고 영리하다고 할 수 있다. 밤과 새벽 시간에만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고 직접 물리거나 눈으로 발견하기 전에는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의과대학 시절 때 농촌 봉사활동 차 보성 율포와 곡성의 한 시골학교에 머물던 적이 있었다. 숙소를 정하고 수십 명이 함께 생활하며 의료봉사를 나갔었는데, 하루는 모두들 피곤해 교실 바닥에서 담요를 덮고 자고 있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어 깨어보니 모기장에 빈대들이 붙어 있는게 아닌가? 일부는 피를 빨아 먹고 그 흔적을 모기장 위에 남기기까지 했다. 깜짝 놀라서 일행들을 깨우고 모기약을 뿌려 빈대를 죽인 적이 있다. 특히 곡성의 한 시골 분교에서는 좌담회를 하다가 팔이 가려서워 봤더니 책상 덮개 틈에서 빈대가 우글거렸다. 그 뒤로 잊혀졌는데 최근 갑자기 빈대가 뉴스에 등장하는 걸 보니 우리나라가 다시 옛 후진국으로 퇴행하는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해외여행이 코로나 이후로 잦아지면서 ‘베드버그(bed bug)를 조심하라’ 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는데 빈대가 바로 베드버그(침대벌레)이다. 서울 자치구에서만 총 8건(용산 4건 성북, 강서, 양천, 영등포 각 1건)의 빈대 출현이 있었고 특히 찜질방, 목욕탕, 원룸 외에 가정집까지 나타나면서 이제 지자체마다 비상이 걸렸다. 빈대의 방제법은 ①물린 곳을 깨끗이 씻고 약국이나 병원을 찾아가거나 ②서식지에 살충제 살포 ③서식 가능한 매트리스와 가구 등을 방제 후 재사용 여부 판단 ④방제 후 7~14주 이내에 서식지 여부 재확인 등이다.

옛 궁궐과 절에도 빈대가 너무 많아서 ‘평양에 파리가 명물이라면 경성에는 빈대가 명물’이란 말까지 나왔고 빈대가 없는 집은 흉가라고 말할 정도였다.

빈대는 중국에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중국에서 목화씨를 붓통에 숨겨온 문익점이 붓통 안에서 씨앗뿐 아니라 작은 벌레가 함께 나오자 이름을 빈대라고 지었다고 하는 설도 전해오는데다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솜옷과 솜이불에서 빈대가 지낼 수 있었으리하는 해학적인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옛 선비들이나 사신들이 중국을 오갈 때 붓통과 붓대는 필수품이었으니까 붓대와 빈대를 관련지어 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고 빈대떡이 빈대로 만들지는 않는다.
빈자(貧者)들이 즐겨 먹는데서 비롯 됐다는 설(說)도 중국 전병 ‘빙쟈’(餠)에서 유래됐다는 말도 모두 설(說)에 불과할 뿐이고 빈대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침대와 가구의 어느 틈새에서 살면서 피를 빨아 먹고 밤에 활동하는 드라큘라 같은 휴혈층이라는 점이다. 최근 지자체에서 비상이 걸릴 정도면 원룸이 많은 화순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루 빨리 빈대의 서식 여부에 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며 해외여행에서 귀국 할 때도 여행가방을 꼭 소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