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바위 채석장에서 본 전경

세계문화유산 화순고인돌 유적(이하 공원)은 하나이면서 둘이다.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를 잇는 보검재 계곡을 따라 위치하며, 효산리에 277기 대신리에 319기 등 596기 총 596기의 고인돌이 밀집 분포하고 있다.

여러 고인돌 중 랜드마크라 불릴만한 것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효산리에서 대산리쪽으로 마당바위, 관청바위, 핑매바위, 감태바위가 그것이다. 앞의 둘은 효산리 뒤의 둘은 대신리에 있다.

효산리 안내소 앞 등산안내판

효산리 안내소에서 출발해도 대신리 보호각에서 시작해도 좋다. 구비구비 십 리(4km) 산길이다. 예전에는 보성에서 나주로 가는 고갯길이었고 지금은 산책로이며 이웃 마을로 넘어가는 찻길이다.

양쪽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아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기가 조금 벅찰 수 있다. 야트막한 언덕 수준의 고갯길이라지만 왕복 두 시간 여가 걸려서이다. 이 때문에 안내하는 나 역시도 차를 타고 들러 보는 것을 권했다. 차량으로 이동하며 네 개의 고인돌을 중심으로 안내하는 방식이었다.

관청바위에서 저수지 쪽으로 내려가는 길

이게 잘못이었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지난 8일의 일이다.

업무 차 화순 백신단지를 방문한 서울 모 대학 교수 몇 분이 고인돌공원 해설을 예약했다. 걷고 싶다고 했다. 도보와 차량을 병행하자고 제안했다. 걸어서 도곡 안내소에서 출발해 마당바위 채석장으로 올라가서 관청바위채석장을 지나 관청바위 고인돌군을 보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았다. 차를 타고 보검 재를 넘어 핑매 바위를 구경하고 대신리 유적 발굴 보호각으로 갔다.

저수지 위의 정자

도회지 생활에 숲을 많이 접하기 쉽지 않아서였는지 모르지만 걷는 내내 감탄 연발이었다. 정말이지 숲이 산뜻했고 공기가 깨끗했고 풍경이 시원했다. 특히나 은은한 솔 내음이 일품이었다. 나 역시도 미쳐 알지 못했던 즐거움이었다. 모두가 만족했다.

작년까지는 주로 차로 이동하며 관람했다. 금년 사계절 꽃 축제가 시작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능선을 따라 산책로가 개설되었기 때문이다. 잡목이 제거되고 야자매트가 깔렸다. 우뚝 선 소나무 군락에서 피어나는 향기에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간간히 만나는 활엽수와 편백나무는 양념처럼 맛깔스러웠다.

효산리에서 시작하는 등산길

같은 풍경이라도 차에서 보는 것과 걸으면서 보는 것은 전혀 달랐다. 거칠게 말해 휙 지나가며 본 것은 그냥 바위였고 커다란 돌덩이였다. 걸으니 고인돌이 보이고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손길과 숨결이 느껴졌다. 하나하나 대화를 나누다보니 힘들게 고인돌을 만든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다행이랄까. 요즘엔 운동화를 신고 건강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걸을 때 만나는 커다란 바위덩어리에 이름이 있고 사연이 있다. 나들이 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관청바위

춘양 쪽에서의 탐방로는 감태바위 고인돌에서 시작된다. 고갯마루 가까이에 있는 여흥민씨 제각까지 이어진다. 도곡 쪽에서 산책로를 따라 가다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논두렁 고인돌이다. 1995년 고인돌이 발견되기 전에는 이곳이 농사를 짓는 곳 이였다. 1999년 고인돌을 발굴하고 2000년 세계문화유산이 되면서 명소로 탈바꿈했다.

2023년에 탐방로를 제대로 정비하여 탐방객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건강 다짐 길이다. 관청바위 앞에는 월곡 저수지인데 산과 어울러져 풍광이 수려하다. 저수지 둘레길도 만들어졌다. 약 15분 정도 걸리는 둘레 길은 봄이면 저수지 주변으로 벚꽃이 만발하여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마당바위 채석장에 앉으면 도곡 효산리의 들판이 보인다.

효산리의 들판과 마을들이 한 눈에 들어와 속이 뻥 뚫린다. 발밑에는 고인돌을 만들기 위해 돌을 채석했던 흔적이 실감나게 남아있다.

100톤이 넘는 돌을 어떻게 옮겼을까? 학자들은 통나무를 깔고 지렛대를 이용하여 이동을 했다고 하는데 통나무가 무거운 돌의 무게를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다.

축제를 위한 유채

더 올라가면 관청바위 채석장이 나온다. 도곡 온천단지까지 훤히 보이는 눈 맛이 좋다. 옛날에 보성원님이 나주원님을 뵈러 가는 길에 이 곳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이 고을 주민이 민원을 봐 달라고 요구하자 그 자리에 앉아서 민원을 보았다하여 관청바위라는 유래가 생겼다 한다.

숲으로 갔다가 도로로 돌아오는 길을 따른다면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탐방로산책도 도곡 쪽과 춘양 쪽 모두 가능하지만 도곡 쪽을 권하고 싶다. 풍광 때문이다. 2023년부터 고인돌 공원에서 축제가 이루어졌다. 도곡 쪽에 2024년도 봄 축제를 위한 유채가 심어져 있다.

햇살이 고운 날씨다. 걷기에 좋은 날들이 이어진다. 차가움의 향기는 맑고 단단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세포하나하나가 씻긴 느낌이다. 이 느낌이 겨울의 정취다. 봄기운에는 꽃향기가 담겨있다. 화사한 내음에 묻힌다. 봄바람 불기 전에 다녀가면 좋겠다.

수다줌마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 네이버 블로그(sudajumma) ‘화순여행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다.
* 수다줌마는 화순의 역사와 문화, 인물과 산물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