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행운을 준다는 익충 귀뚜라미

칼럼
집안에 행운을 준다는 익충 귀뚜라미
곧 겨울 온다고 빨리 베 짜라 재촉한 귀뚜라미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곧 겨울이 온다는 밤의 나팔소리 같아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곤충산업에 관심가져야
  • 입력 : 2023. 08.31(목) 14:19
  •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벌써 9월이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또르르 또르르’ 우는 귀뚜라미 소리가 갈수록 소리 높게 들린다. 이제 가을이 가면 곧 겨울이 온다는 밤의 나팔소리 같다.

옛 아낙네들은 게으름 피우고 실컷 놀다가도 귀뚜라미가 울면 깜짝 깜짝 놀랬다고 한다. 베를 빨리 짜라고 재촉하며 곧 겨울이 온다는 벌레소리였기 때문이다. 변온동물인 귀뚜라미는 주위 온도에 매우 민감해 8월에 부화하여 정원이나 풀밭에서 생활을 하는데, 뜨거운 태양에 기온이 올라가면 울음소리의 간격도 더욱 짧아지고 갈수록 크게 운다.

수컷이 우는 이유는 당연히 암컷 짝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고 또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귀뚜라미의 습성을 이용해 옛 중국에서는 도박판까지 성행했었다. 끝이 가는 붓으로 귀뚜라미의 생식기나 머리를 계속 간지럽히면 흥분한 수컷은 마침내 화를 내게 마련인데 작은 상자 안에 귀뚜라미 2마리를 같이 넣으면 죽도록 싸우게 된다. 결국 싸워서 이긴 귀뚜라미의 주인은 돈을 벌었고 싸움을 아주 잘하는 챔피언 귀뚜라미는 고가(高價)에 팔리기도 했다.

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도박으로 한 밑천 잡아보겠다고 작심한 한 부부가 싸움 잘하는 귀뚜라미를 빚까지 내어 큰 돈을 주고 샀다. 다음날 싸움에서 이기면 대박 날 거라는 꿈에 부풀어있던 부부는 참지 못하고 상자 뚜껑을 살짝 열고 들여다보려다가 틈새로 귀뚜라미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귀뚜라미를 잡으려고 부산을 떨던 차에 집에서 기르고 있던 닭이 뛰어와서 한입에 널름 먹어버렸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정신줄마저 놓아버린 부부는 결국 동반자살을 하고 말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또 중국 북송 때는 귀뚜라미 싸움판에 조폭들까지 연루돼서 사회문제가 심각했었다. 오죽하면 한 학자는 “사소한 벌레 싸움에 사람들이 칼부림하고 전 재산까지 잃고 알거지가 되니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닌가?”하고 푸념까지 했을 정도였다.

옛 인디언들은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주위 온도를 짐작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1897년 과학자인 아모스 돌베어는 ‘온도계 구실을 하는 귀뚜라미’라는 논문을 발표했었다. 즉 귀뚜라미가 25초 동안 우는 횟수를 3으로 나눠서 4를 더하면 주변온도(℃)가 나온다는 이른바 ‘돌베어 법칙’이었다.

귀뚜라미는 예부터 집안에 행운을 준다고 하여 익충으로 여겨왔으며 최근에는 애완용 귀뚜라미마저 등장하게 되었다. 문화생활에 영향을 주는 곤충을 ‘문화곤충’이라 부르며 곤충을 자원으로 이용하는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사슴벌레의 시장규모만 년 간 3,0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규모면에서는 적지만 사육기술과 시설, 전염병 관리와 예방기술을 키운다면 앞으로 반려동물과 버금가는 시장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정서곤충에 관한 시장규모가 커지고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어서 전국에 조성 중인 생태공원과 소공원에 풀벌레가 방사되면 도심에서도 풀벌레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농업기술과학원의 황석조 과장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 곤충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태공원 프로젝트를 화순도 고려해 봄직하다. 화순의 국화축제를 포함해서 전국의 문화관광 축제는 총 1만 5,000개가 넘는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실효성이 있는 행사는 과연 몇 개나 될까? 불필요한 예산낭비와 뒷잡음보다는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곤충산업에 귀를 기울여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밤도 풀 속 어디선가 울고 있는 귀뚜라미 소리에 왠지 기분도 좋아진다. 마치 밤의 자장가 소리 같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