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인사수석에서 인재육성아카데미 이사장으로 민청학련사건으로 12년 징역형 선고 중앙정보국의 끈질긴 압력으로 거창고교 그만두다 거창 농민운동 조직, 거창YMCA 창립 노무현 변호사와 첫 만남에서 눈이 딱 맞아 앞뒤 열린 좋은 길 놔두고 어려운 길 찾아간 ‘바보 노무현’ 인재육성아카데미 설립, 2천여 명 취직 성공 김지유 hsjn2004@naver.com

2021년 10월 05일(화) 14:08

1편 「50년 知己, 이낙연 대선 후보와 정찬용 전 인사수석」에 이어

▲ 큰 복 받은 운이 좋은 사람

부모님께서 건강한 신체를 물려주셨고 초등 교사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넉넉지는 않았지만 밥 굶지 않았고 학교 다니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온 것도 큰 복이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 민청학련사건 참여, 12년 징역형 선고

대학 2학년 때 시월유신이 벌어졌습니다. 박정희라는 사람이 시월유신으로 영구독재집권을 한 거죠. 그러면 안 된다고 서울대 문리대 학생들이 앞장서 데모를 했는데, 그 일로 퇴학당했다가 복학했어요. 복학 후 얼마 안 있다가 민청학련사건이 터져 또 참여하게 됐어요. 그때 구속됐는데 비상고등군법에 의해 12년 징역형을 선고를 받았어요.

데모했다고 12년 징역형을 받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구형이라 12년을 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서울구치소, 안양교도소, 광주교도소에서 1년 반 정도 감옥생활을 하다가 나왔는데 갈 데가 없었어요. 긴급조치 위반자를 받아줄 리가 없지요.

▲ 중앙정보국 끈질긴 압력, 거창고 그만두다

그런데 경상남도에 있는 거창고 교장 선생님이 좀 보자고 해서 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는 나를 거창고 강사로 일하도록 도와줬어요. 교사자격증이 없어서 강사로만 일했는데도 중앙정보국에서 학교에 압력을 가했어요.

결국 학생들을 못 가르치고 학교농장에서 사과 농사, 젖소 농사를 지었어요. 그러다가 재단에서 운영하는 자동차운전학원이 생겼고 나는 재단의 이런저런 재무 관련한 일들을 보게 됐어요. 그 일조차도 계속 압력이 들어와 결국 거창고를 그만두고 나왔어요.

▲ 거창 농민운동 조직, 농협 민주운동 전국으로 퍼져

거창고에서 나온 후 ‘나라가 잘살려면 농민이 잘살아야 한다’고 거창의 농민들을 조직하기 시작했어요. 농협의 주인은 농민인데, 농협이 돈을 조금 빌려주고는 이자와 연체이자까지 엄청 높게 받고 있었어요. 그래서 ‘농협을 농민의 손으로 뺏자!’고 운동을 일으켰어요.

농민들이 좋아라 하면서 수백 명에서 수천 명까지 모여들었고, 전국적으로 이런 농협 민주운동이 전국으로 다 퍼져 일어났어요.

▲ 100만 원어치 회는 사겠지만 거창YMCA 회비 5천 원은 못 내겠다

농민운동을 한참 하다가 고민 끝에 거창YMCA를 만들었어요. 학교 선생 경험도 있고 청소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했어요. 거창YMCA 총무로 한 10년 일했어요.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으로 이런저런 반대가 있어도 재미있게 일했어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일화가 있는데, 거창에서 병원을 운영하시던 가까운 원로 의사 선생이 계셨어요. 거창Y 회원이 돼주시라고 요청했는데 못 하시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이 분 하시는 말씀이 “나는 올드맨이지, 영맨이 아니다. 나는 크리스천이 아니다. 나는 유교다. 거창Y는 반정부단체와 비슷하지 않냐. 안 하겠다.”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2시간을 설득했는데 결국 수락을 안 하셨습니다.

100만 원어치 회를 사라고 하면 사겠지만 5천 원 회비는 못 내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이런 좌절을 맛보고 나니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수모를 받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오기가 생겨서 거창읍 내를 뱅뱅 돌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거창YMCA가 쭉 성장했어요.

▲ 광주YMCA 간사부터 다시 시작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까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광주YMCA로 근무지를 옮겨 간사직부터 일을 시작해 10년간 일했어요.

광주YMCA는 금남로1가 19번지에 있는데 자리가 좋아 건물의 세수입만 해도 상당했어요. 돈이 부족하질 않으니까 프로그램을 별로 안 했어요. 겨우 꽃꽂이나 탁구장 운영 등 몇 가지만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건 YMCA의 본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상담실도 만들고 청소년 프로그램도 만들었어요. 그리고 시민사업부도 만들어서 ‘시민과 함께하는 YMCA를 만들자’는 운동을 했어요. 이게 제일 큰일이었죠.

▲ 나쁜 정치인 낙천, 낙선운동 성공적

그 당시 광주는 5·18항쟁도 있었고 민중운동이 셌어요. 시민운동이라는 게 없었어요. 아마 시민운동은 타협적인 운동이라는 생각이 있었을 거예요. 나쁜 권력하고 싸워서 죽든가 이기든가 해야지 타협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거였죠.

그런데 나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중간지대에서 많은 시민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우리의 힘이 강해지지 않겠냐는 판단을 해서 열심히 했습니다.

먼저 나쁜 정치인들에 대한 낙천, 낙선운동을 시작했어요. 많이 낙천 당했습니다. 그 당시 정치인들은 이런 시민운동이 싫었을 거예요. 많은 정치인들이 속상해 했죠.

그때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서울에서 시민단체를 하고 있었는데, 광주에 자주 내려와서 나하고 전라도를 다 뱅뱅 돌았습니다. 세고 유능하고 일한 사람이라 시민 낙천, 낙선운동을 상당히 성공적으로 조직화했습니다.

이후 저는 광주YMCA 서구지회를 만들고 또 광산지회도 만들면서 YMCA 활동을 넓게 전개하기 시작했어요.

▲ 노무현 변호사와 첫 만남에서 눈이 딱 맞아

내가 거창에서 거창YMCA를 하고 있을 때 노무현이라는 변호사가 찾아왔어요. 버스 2대에 노동자들을 싣고 산 좋고 물 맑은 곳으로 가서 3박 4일간 노동자 캠프를 하고 싶다며 거창 같은 좋은 캠프 장소를 소개해 달라고 했어요.

캠프에서 개회식 인사를 하는데, 노무현 변호사가 두 손을 모으고 아주 정중하게 노동자들에게 인사를 하더라. 그러면서 ‘여러분, 회사생활을 하는데 얼마나 힘이 드셨습니까! 월급은 적고 쓸 데는 많고 몸은 아프고... 그래도 며칠간이라도 공기 좋은 곳에서 마음을 싹 씻고 갑시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아, 훌륭한 변호사구나!’ 했죠.

나 보고 첫 시간 특강을 하라고 해서 50분간 했어요. ‘요새 농촌이 죽을 판이다. 다 너희 아버지, 할아버지들 이야기다. 농촌이 죽으면 너희도 다 죽는다. 그러니 농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농민운동을 직접 할 수는 없지만 농민들이 농민운동을 할 때 박수는 쳐 줘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노동운동을 잘해야 한다. 다 살자고 하는 일 아니냐.’ 이런 내용으로 강의를 했어요. 노동자들이 좋아했어요. 그리고 노무현 변호사와 나는 눈이 딱 맞아버렸지요.

▲ 노무현, ‘저도 모르게 정 선생이 생각 나 그냥 전화했습니다.’

그 다음 해에 전화가 왔어요. ‘정 선생, 김영삼 총재가 나한테 국회의원 공천 준다고 출마하라고 합니다.’ 해서 ‘예, 가셔야죠. 이제 정치계로 가서 세상을 바꾸는 노력을 하셔야지요. 그런데 왜 저한테 전화를 하셨어요? 저는 투표권도 없고 봉투를 해서 갖다 드려도 안 되고...’ 했더니 ‘저도 모르게 정 선생이 생각이 나서 그냥 전화했습니다.’ 하더라고요. 그때 당선되셨잖아요.

▲ 앞뒤 열린 좋은 길 놔두고 어려운 길 찾아간 ‘바보 노무현’

이후 김영삼 씨가 3당 합당으로 가버렸어요. 그러니까 민주당 공천으로 나오면 떨어지고 나오면 또 떨어지고... 결국 종로 보궐선거에 나와서 당선됐어요.

그러면 우리나라 정치1번지 종로에서 계속 국회의원 하면 될 것인데 기어이 또 민주당 공천을 받고 부산으로 가서 또 떨어졌어요. 그래서 그 분의 별명이 ‘바보 노무현’이 된 거예요. 앞뒤 다 열린 좋은 길을 놔두고 그 어려운 길을 찾아간 바보 노무현.

▲ 망국적 지역 구도 무너뜨려야... 열변 토한 ‘노무현’

나는 광주로 내려왔어요. 광주에서 소식을 들으면 또 떨어져요. 그러면 내가 전화를 드려요. ‘변호사님, 또 떨어지셨네요. 광주에 오셔서 강연이나 한 번 하세요.’ 해서 광주에 내려오셨어요.

YMCA, YWCA 등 시민단체를 모아놓고 강연을 하셨는데, 우리나라의 고질적이고 망국적인 지역 구도를 어떻게 무너뜨려야 하는지 열변을 토하셨죠.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광주 유동에서 오리탕을 같이 먹으면서 ‘정 선생, 나 내년에는 청와대에 입성할 거여’ 하길래 속으로 ‘이 양반이 여러 번 떨어지더니 머리가 돌아버렸구나’ 했다. 그러면서도 ‘그러셔야죠. 당연히! 약속해요!’ 그리고서 도왔지요. 당선되셨잖아요.

▲ ‘청와대 갑시다!’

그래서 나 보고 ‘청와대 갑시다!’ 하시길래 ‘난 안 갈랍니다’ ‘왜 안 갈라고 하요?’ ‘나는 YMCA 연맹 사무총장으로 가기로 내정돼 있어서 제 하던 일 계속할랍니다.’ ‘그 일도 중요하지만 이 일도 중요해요! 인사보좌관이라고 신설하는데, 우리나라의 500개의 주요 직위가 있는데 그것을 대통령하고 인사수석하고 둘이 다 임명하는 자리입니다. 이렇게 중요한데 안 갈라요?’ 그래서 노무현 정부에 가서 일하게 된 거예요. 그 자리에서 2년 일하고 그만두는데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만두지 말라고 여러 번 만류하셨습니다.

그래도 그만두겠다고 하니, 광주 남구의 자리가 비었으니 거기서 국회의원 출마를 하라고 권하셨지만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전라도가 발전하려면 바다를 끼고 발전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으로서 적극적으로 지지할 테니 여수 엑스포 유치위원회 대표를 맡으라고 하셨어요.

▲ 여수 엑스포 유치 성공

그래서 여수 엑스포 유치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을 맡게 됐어요. 위원장은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님이 맡았고 명예위원장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님이 맡았어요. 이분들이 응원해 주니까 세계 각 국 150여 곳을 돌아다녔어요.

인구가 5천 명인 아주아주 작은 나라도 있고 중국같이 거대한 나라도 있는데, 나라가 크든 작든 다 한 표잖아요. 그래서 아주 작거나 못 사는 나라들을 많이 방문했었는데 그 결과 여수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지요.

▲ 현대차 인사개발원장을 맡다

그때 정몽구 회장님이 나랑 마음이 맞았던지 ‘우리 회사에 와서 일 좀 하세요.’ 하시길래 ‘회장님, 저는 자동차 만들 줄도 팔 줄도 모릅니다.’ 그랬더니 ‘우리 회사의 인사개발원장을 맡아 주세요.’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건 제 공입니다.’ 해서 그 회사에 가서 인재개발원장으로 1년 반 정도 일하고 나왔어요.

▲ 인재육성아카데미 설립, 2천여 명 취직 성공

나와서 광주에 인재육성아카데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부터인가 삼성이나 LG 등은 경상도 사람들이라서 전라도 사람 안 뽑는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그러나 실력만 있으면 회사에서 뽑습니다. 물론 전라도 사람이 임원이 되긴 어렵지만 부장까지는 다 갈 수가 있어요.

그래서 ‘도전하자!’ 했죠. ‘현대, 삼성, LG, SK로 가자. 그런데 대기업으로 다 갈 수 없으니까 우리 지역의 많은 중견, 중소기업에도 들어가자. 월급이 서울보다 적더라도 집에서 출퇴근하면 생활비가 적게 드니까 더 나을 수 있다. 비교적 건강한 강소기업에 들어가자.’ 했어요.

청년들의 취직이 잘 되기 시작했죠. 인재육성아카데미 시작 후 지금까지 2천여 명 정도가 취직했어요.
▲ ‘청년들의 내일을 만드는 집’ 청년내일센터

지금은 ‘청년들이 내일을 만드는 집’이라는 뜻의 청년내일센터로 청년들이 와서 300시간의 교육과 훈련을 받습니다.

학교에서는 일반 학문을 배우지만 취직할 수 있는 방법과 훈련은 못 배우잖아요. 여기서는 어떻게 하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합격할 수 있는지 방법에 대해 공부하도록 알려줍니다. 면접을 앞두면 중요하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그 회사에 대해 같이 알아보고 공부를 합니다. 옷도 단정하게 입고 가도록 하고 정중한 태도로 면접하도록 지도합니다. 그러면 대부분 합격을 잘합니다.

▲ 강행옥 변호사에게 일을 맡기다

매번 한 한기에 100명 정도 모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대학생이나 갓 졸업한 청년들이 오니까 비용을 받을 수 없잖아요. 영리학원도 아니고. 그래서 10년 전, 고용노동부를 찾아가서 이런 일을 하려고 하니 예산을 좀 해달라고 해서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그 예산으로 청년들을 가르치고 강사들 사례도 하고 재밌게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강행옥 변호사가 잘 이어서 할 것이라 믿고 맡겼습니다.

이제는 훌륭한 대통령을 모셔야 큰 흐름에서 우리나라가 평안히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에 그 일에 열심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