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태죄 폐지 이후, 앞으로의 과제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
| 2025년 03월 14일(금) 1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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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법은 여성의 결정권을 존중하지만, 그럼에도 국내 인식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개인의 결정권을 존중해야 하고,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직도 찬반으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법원이 낙태 합법화를 폐기 판결(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하며 ‘낙태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국민과 의회의 권한으로 반환한다’고 결정한 이후 국가가 둘로 쪼개지다시피 대립했다. 낙태죄의 부활과 더불어, 지지하는 지역과 반대하는 지역이 뚜렷하게 나뉘어 대립이 격화된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낙태가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놓고 보면 현재로서는 불법도, 합법도 아니다. 2019년 낙태죄 위헌판결 이후 해당 조항이 아직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이는 위헌판결 이전에는 불법이었다는 뜻인데, 사실 국내에서도 암암리에 불법 낙태가 성행했었다. 1980년 중반부터 초음파를 이용한 태아 성별 감별이 시작되면서 아들을 골라 낳는 경우가 늘어났고, 그 결과 3명 이상 자녀의 성비가 207.3에 달했다. 80~90년대 산아제한정책 속에 기왕이면 아들을 낳자는 남아선호사상이 더해져 빚어진 결과였다.
태아 성별 감별에 대한 의료인 처벌이 강화되면서 선택 출산은 감소했으나, 보호자의 동의 하에 시행되는 낙태 수술은 지속적으로, 은밀하게 시행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임신을 유지하고 싶은 여성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낙태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고, 비수술적 방법으로 약국에서 판매하는 독한 임신중절 약을 먹고 그 후유증으로 재시술을 해야 하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했다.
이웃나라인 일본 등을 포함해 적도기니, 예멘 등 10여개 국가에서 낙태를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 또한 배우자의 동의를 필수로 한다. 한편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2017년 대한산부인과협회 발표)였던 한국은 아직도 임신 중지의 결정을 국민들의 몫으로 미루고 있다.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는 첫째로 공교육 차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한국 국민들의 피임 지식은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처참한 수준이다.
둘째로, 성교육도 문제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관련 법체계를 정리하는 것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임신중절수술의 범위를 ①유전학적 장애 ②전염성 질환 ③강간에 의한 원치 않는 임신 ④혈족 간의 임신인 경우 ⑤본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등 5가지로 제한하며 이 경우에만 합법적 수술을 허용한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임신중절수술을 거부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라는 주장과, ‘의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 낙태를 해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모자보건법도 형법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여성들이 스스로 유산 유도제를 찾는 등 위험한 자기낙태를 결정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국내 임신중절 사례를 보면 평균적으로 10주 이내에 이루어진다. 10주 이내로 법적 제한을 하더라도 90% 이상의 여성이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임신중절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21년 임신중지와 관련된 정보 및 약물을 구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접속차단했으나, 일부 시민단체에서 서울행정법원에 접속 차단을 풀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자보건법의 개정도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지만,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결정에 따라 임신 중지에 관련한 정보 및 상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에서도 임신 중지에 관련한 지원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현재 모자보건법 조항을 정리하기 위한 입법이 총 7건 발의돼 있으나, 모두 국회에서 계류 중에 있는 점도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자기 몸을 스스로 알아서 지켜야지!’와 같은 비난 속에서, 자신의 몸과 인생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마치 주홍글씨와 같은 낙인처럼 당사자인 여성에게만 남기는 것은 사실상 국회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이자 직무유기에 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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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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