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정체성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2025년 03월 12일(수) 17:14

이해를 돕기 위한 공원 이미지.

공공 공간은 시민들에게 휴식과 안식을 제공하는 장소여야 하지만, 최근의 개발 방식은 본질을 잃고 단순한 볼거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화순 남산공원의 빛 조형물 사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밤에는 화려한 조명이 이목을 끌지만, 낮이 되면 조형물의 어색한 형태와 불균형이 드러나며 공원의 자연미를 훼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공간 개발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공원이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은 순간적인 시각적 자극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평온과 조화로운 환경이다. 그러나 남산공원의 빛 조형물은 오히려 도시의 상업 공간에서나 어울릴 법한 요소로, 공원의 정체성과 동떨어진 인공적인 개입일 뿐이다.

특히 낮에는 조경과의 불협화음이 더욱 뚜렷해져 공원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예산 낭비라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뿐만 아니라 조경 관리 명목으로 설치된 PVC 관과 물 공급 라인은 한국의 기후적 특성을 고려할 때 필수적이지 않은 과잉 인프라로, 자연 식생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조경 방식을 외면한 비효율적인 개발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공원 내 안전 문제도 심각한 수준으로, 산책로와 인근 길목에 활 궁터가 위치해 있어 머리 위로 화살이 날아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경, 미학, 환경, 안전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공원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무엇보다 공원의 주인인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적인 조형물과 설비는 최소화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방향으로 공원을 조성하며, 과잉 인프라를 지양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구해야 한다.

남산공원의 사례는 단순한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공공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요구하며, 공원이 본래의 역할을 되찾기 위해서는 화려함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





* 위 기고문은 화순저널 데스크의 입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