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승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너 행복하니?’ 청소년에게 전하고픈 행복 나침반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삶과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설계하는 역량 키우는 게 중요 진정한 청소년 복지는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 배려와 존중은 권리에서 시작된다 사진·글 김지유·정채하 hsjn2004@naver.com

2024년 06월 28일(금) 15:51

화순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배경으로 서 있는 양규승 센터장.

국가적 위기와 함께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들었던 IMF 때, 양규승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유독 청소년들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에 대해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고 이 분야의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화순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이자 화순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인 양규승 센터장을 본지 인터뷰석에 초대했다.<편집자 주>

---

▲ ‘너 행복하니?’ 청소년에게 전하고픈 행복 나침반

청소년들에게 가끔 “너 행복하니?”라고 묻곤 합니다.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돈이 없으면 어떻게 살래?”, “그래도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 같은 주변의 목소리에 휘둘려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돈과 지식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곤 합니다.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언젠가 길을 잃게 됩니다.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의 방향과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마음의 나침반을 쥐여주고 싶습니다. 이게 행복이다, 라고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행복을 스스로 고민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길을 잃은 아이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두드러진 청소년들의 어려움에 대해 양규승 센터장이 안타까움을 전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사회성과 공동체성을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겪은 아이들은 안타깝게 배려와 협력 등 사회성이나 공동체 생활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정체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꽤 긴 시간을 부모님이나 보호자에게 전적으로 교육을 받게 되면서 이들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지만 학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사회성이나 타인과 소통하는 것에 매우 서툴러졌습니다. 때문에 서로 배려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매우 미숙한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사소한 갈등이라도 스스로 소통하며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부모나 보호자에게 의존해서 해결하는 등 비주체적인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 배려와 존중은 권리에서 시작된다

아이가 문제나 갈등을 겪고 있을 때, ‘내 아이가 손해 본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과도하게 개입하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결국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 입장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낼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양규승 센터장은 아이가 스스로 행복, 권리 등에 대해 고민하고 설계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오늘날 복지센터에서는 ‘권리에 기반한’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청소년의 권리를 보장하고 존중하는 것을 1순위로 두고, 보호자, 지도자와 같은 타인의 권리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동시에 알려줍니다. 아이들이 권리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나면. 타인에 대한 배려도 자연스레 익히게 됩니다. 마음속에 배려와 존중을 지니고 있으면 갈등과 충돌이 생기더라도 훨씬 유연하고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청소년의 권리, 학교 안과 밖 동등하게 보장해야

현대 사회에서 가장 약한 이들이 바로 아동과 청소년입니다. 보편적으로는 아동이 청소년보다 더 취약하다고 생각하지만, 클 만큼 컸다며 내몰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청소년의 약자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은 더욱 소외감이 클 것입니다. 편견 어린 시선으로 ‘비행 청소년’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으니까요.

흔히 청소년이라고 하면 ‘학생’을 먼저 떠올리지만, 권리 측면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과 학교를 그만둔 ‘학교 밖 청소년’은 똑같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비공식적 집계로는 화순군 내의 학교 밖 청소년이 200여 명에 달합니다. 학교 밖 청소년도 학생과 동등한 청소년으로서, 균형 있는 지원으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양규승 센터장이 청소년의 권리에 기반한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청소년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어

진정한 복지란 단순히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역량을 높이는 것입니다. 옆에서 돕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개개인의 역량을 높여 스스로 해결하고 자립할 힘을 길러 주면 삶의 질 또한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행복을 직접 설계하면서, 지역사회에 단단히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도자, 지역사회, 보호자가 하나 되어 연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도 할 수 있는 ‘청소년기’를 우리 화순군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공공기관과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길 바랍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도 언제나 화순 청소년의 행복을 위해 함께하겠습니다.

양규승 센터장(앞줄 중앙)과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직원들.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위치한 화순군청소년수련관(화순군청소년수련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