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따스한 밥 같아야... 차가워진 가슴을 데울 만한 <우동 한 그릇> 세밑에 권하는 ‘따뜻한 마음 한 그릇’ 김민지 시민기자 hsjn2004@naver.com

2024년 01월 29일(월) 17:33

<우동 한 그릇>(글 구리 료헤이/다케모노 고노스케, 번역 최영혁, 청조사), 2015년, 가격 10,620원)

찬바람에 잔뜩 웅크려지며 마음이 편치 않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세밑을 맞이하여 사상 최고로 비싼 차례상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어서다. 출근길 예비 후보들이 인사를 건넨다. 요즘 같은 날씨에 이웃 주민들의 아랫목을 살피는 따뜻한 마음 한 그릇이 우리에게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읽은 조정래 작가 <태백산맥> 5권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옛날 옛적 임금이 다시리든 때에도 백성 없는 나라가 없다고 혔는디, 민주주의다 머시다 험스로 선거헐 적에는 우리 위해 간이라도 빼줄 디끼 허든 놈덜이 국회의원 되고 나서는 우리럴 똥 친 작대기로 취급헌 것잉께, (중략)” 이 글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정치는 따스한 밥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이웃을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차가워진 가슴을 데울 만한 <우동 한 그릇>이라는 책이 손에 잡혔다. 책의 구성은 두 사람이 쓴 두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구리 료헤이가 쓴 <우동 한 그릇>과 다케모노 고노스케가 쓴 <마지막 손님>. 두 이야기 모두 정서가 메마른 시대, 물질 만능시대에 감성을 촉촉이 적시는 이야기들이다. 이 중에서 <우동 한 그릇>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림책 제공 : ⓒ교보문고

엄마와 두 아들은 평소 변변한 우동 한 그릇을 먹어 보지 못했다. 해마다 섣달 그믐날, 음식점 문 닫을 시간에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나눠 먹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막 나가고 이제 슬슬 문 앞의 옥호(屋號)막을 거두려던 참에 출입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더니 한 여자가 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왔다. 여섯 살,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사내아이들은 새로 사 입힌 듯한 편한 옷차림이고, 여자는 계절이 지난 체크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상냥하게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여자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 우동…… 일인분만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어려움을 아는 음식점 주인은 한 그릇 분량의 3인분을 1인분 값을 받고 판다. 그들이 음식점을 나설 때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진심에 찬 깍듯한 인사를 했다.

그림책 제공 : ⓒ교보문고

그다음 해에도 섣달 그믐날, 음식점 문 닫을 시간을 맞춰 엄마와 두 아들은 2인분의 우동을 시켰고, 주인은 세 사람분의 우동을 2인분 값으로 음식을 판다. 진심을 담아 깊게 머리 숙여 새해에 복을 빌어 주었다. 그 세 모자는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고, 그들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꽤 흘러 북해정에 세 사람이 찾아왔다. “저희는 십사 년 전 섣달그믐날 밤, 일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입니다. 그때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셋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 수 있었습니다.” 수년 동안 예약석 푯말을 놓고 기다린 주인 부부의 반가움은, 목소리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하는 그들의 마음이 행여나 다칠까, 주인은 티 나지 않게 반 인분의 우동을 더 담아 내준다. 한 그릇의 우동을 나눠 먹으며 마음을 나누는 어머니와 두 아들, 주인 내외의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배려와 감사를 깨닫게 해주는 <우동 한 그릇>.

해도 달도 따준다는 약속보다 따스한 3인분 같은 우동 한 그릇, 모른 척 더해주는 그런 따스한 정치인을 바래본다.

후보님들의 건투를 빈다.

방방곡곡 김민지 문화평론가
*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 넘치는 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다.
* 방방곡곡은 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